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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국회 '머그잔 반입' 금지?…배경 살펴보니

입력 2017-07-0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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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 본회의나 청문회에 참석하는 의원들이나 후보자들은 오랜 시간 말을 하기 때문에 물을 곁에 두고 마시죠. 그런데 어제(3일)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장에 머그잔을 들고 들어갔다가 국회 규정에 어긋난다고 해서 다시 종이컵으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그런 규정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 우리 국회의 흑역사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출장 간 오대영 기자를 대신해 김진일 기자가 나왔습니다. 먼저 어제 어떤 상황이었는지 짚어볼까요.

[기자]

네, 먼저 화면을 보시죠. 어제 오전 모습입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머그잔으로 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후에는 머그잔 대신 종이컵을 쓰고 있습니다.

본인의 해명을 직접 들어보시죠.

[김은경/환경부 장관 (어제) : 규정상 머그컵을 가지고 들어올 수 없다고 하네요. 머그컵이 아마 위험이 있어서 안된다고 해서 저희가 오후에는 위원장님 말씀도 계시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종이컵을 다시 쓰게 됐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위험이 있어서 안 된다라고 했다는 건데 누가 그랬다고 하는지 나왔습니까?

[기자]

저희가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과 통화를 해 봤는데요.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을 했습니다.

국회 사무처에 확인을 해 봤더니 회의 진행에 방해되는 물건으로 판단해서 교체했고 머그잔은 깨질 수 있는 물건이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머그잔을 들고 들어가면 안 된다라는 규정 같은 게 있는 겁니까, 그러면?

[기자]

네, 꼭 머그잔이라고 명시가 돼 있지는 않습니다. 국회법 제148조에는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 안에 회의 진행에 방해되는 물건 또는 음식물을 반입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머그잔이 이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저 규칙에는 의원은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국회사무처는 국회법 148조의 입법 취지가 회의 진행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대상을 포괄적으로 적용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앵커]

보면 회의 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했는데 왜 머그잔이 위험하다고 하는 겁니까, 그러면?

[기자]

이게 과거에 의원들이 물건을 던져서 사람이 다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1958년 기사인데요. 제목을 보시죠.

재떨이와 컵이 어지럽게 날아다녔다고 적혀 있습니다. 또 국회에서 또 유혈극이라고도 돼 있습니다.

다음은 1965년 기사인데요. 재떨이는 알루미늄, 명패는 종이, 컵은 플라스틱으로 바꿨다고 돼 있습니다.

어느 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의원들 얼굴에는 상처가 안 나도록 배려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앵커]

이게 이제 앞에서 말한 우리의 흑역사라는 건데.

[기자]

맞습니다.

[앵커]

이제 재떨이는 없잖아요.

[기자]

이 재떨이는 1973년에 금연조치가 일어나면서 자취를 감췄고요. 명패는 2005년 본회의장이 전산화되면서 고정식 전사명패가 됐습니다.

2005년에 지금의 규칙, 방해가 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을 반입하면 안 된다가 생겼고요.

[앵커]

그러니까 이번에 이제 환경부 장관 같은 경우에는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는 걸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머그잔을 썼다라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이제 이게 좀 금지한 건 과하다, 이런 지적이 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사실 국회법 148조에 반입 금지 품목이 명시가 안 돼 있어서 의원들 사이에서 자주 다툼이 있었습니다.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뜻으로 달고 온 배지가 국회법 148조 회의 진행 방해하는 물건이냐 아니냐, 그게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고요. 본회의장에서 농성을 벌이면서 먹는 음식물이 위반이냐 아니냐 논란이 있기도 했습니다.

또 90년도에는 노트북도 반입 금지 대상이 돼서 논란이 됐습니다. 국회 선진화법이 시행되면서 지금은 국회 안에서 몸싸움은 사실상 사라졌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머그잔까지 잠재적인 위험요인으로 보고 금지시킨 건 과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그러면 다른 나라들은 어떻습니까? 본회의장이나 청문회 때 들고 들어갈 수가 있습니까?

[기자]

화면으로 한번 확인을 해 보시죠.

이게 미국 의회의 모습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유리잔이 자리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머그잔을 금지하고 종이컵을 쓴 것과는 다른 모습이죠.

사실 머그잔은 죄가 없습니다. 폭력이 낳은 난무한 우리 국회가 낳은 유산인 거죠.
그리고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을 고집하면서 우리 국회의 보수성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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