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의 고전 소설이 바뀌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흥부는 연 씨가 아닌 장 씨"다.
"흥보만보록" 최근에 공개된 가장 오래된 흥부전에 따르면 흥부의 성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연 씨가 아닌 장 씨. 고향은 경상, 전라, 충청을 일컫는 삼남이 아닌 평양 서촌이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파리 한 마리 못 잡을 것 같았던 주인공 흥부는 무과에 급제하여 덕수 장 씨의 시조가 되었다는데…그렇다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삼남 사람 연흥부는 어디로 간 것일까…
한때 유행했던 노래 가사처럼 '흥부가 기가 막힐' 일이었지요.
고정관념…오랜 동안 체득되어 잘 바뀌지 않는 인식…
그것이 무너질 때 사람들은 당혹감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통쾌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몇 년 전에 차를 타고 청와대 앞 검문소를 지날 때였습니다.
"어디 가십니까?"
불쑥 묻는 경찰의 질문에 "시내로 간다"고 했다가, 그 시내가 어디냐고 다그쳐 묻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왜 이 사람에게 나의 행선지를 시시콜콜하게 말해야만 하는 것일까…결국 특정 지명까지 말하고서야 풀려났던 기억…
요즘 그 질문은 "안녕하십니까"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청와대 앞길도 24시간 개방됐지요.
권력 앞에서는 괜히 주눅 들던 고정관념의 통쾌한 무너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