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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종편이 아닌 '콘텐트 중심'의 수평적 규제 필요"

입력 2017-06-2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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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시대에 맞게 방송 규제 체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종합편성채널이나 지상파 방송 등 플랫폼 기준의 칸막이식 규제를 하고 있는데, 이를 콘텐트 중심의 수평적 방송 규제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전 가구 의 95% 이상이 유료 방송 플랫폼을 통해 TV를 시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청자가 보는 콘텐트 중심'으로 정부 규제와 진흥 정책을 바꾸는 게 합리적이란 논리다.

한국방송학회(회장 강형철)는 22일 서울 방송회관에서 ''방송시장 경쟁 패러다임 변화와 규제체계 구조개편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김정현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수평규제 하에서의 방송콘텐트 계층 분류 및 규제 개선 방향'이라는 주제로 규체체계의 전환을 주장했다. 김교수는 "우리나라 미디어 규제를''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하에 수평 규제 기반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그래야 새로운 방송 서비스가 등장해도 규제의 일관성이 유지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현재의 방송 사업자를 콘텐트를 중심으로 6가지 그룹으로 구분했다. 먼저 소유 형태를 기반으로 공영과 민영 방송사로 나눈 뒤 그룹 내에서 콘텐트 생산 능력과 매출액을 기준으로 그룹을 세분화했다.

공영 방송그룹의 경우 ▶제 1 공영방송그룹(KBS 1·2TV, EBS1·2TV) ▶제 2공영방송그룹(공공채널, 공익채널) 등 2개로 구분했다. 민영 방송그룹은 프로그램 제작 능력 등을 고려해 ▶제 3민영방송그룹(MBC, SBS 및 종합편성채널) ▶제 4민영방송그룹(OBS, KNN 등 지역 지상파) ▶제 5 민영방송그룹(보도채널) ▶제 6 민영방송그룹(일반 채널 사업자) 등 4개로 나눴다.

실제 방송 시장에선 이와 같은 콘텐트 중심의 수평 경쟁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4월 전국 성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TV프로그램 선호도 조사'를 보면 상위 10위 내 프로그램 중 JTBC가 2개, SBS가 1개, MBN이 1개 등으로 플랫폼 형태로 인한 시청자 선호도 차이는 거의 없다. 실제 해외에서도 콘텐트 중심의 수평 규제는 익숙한 분류다. 영국의 경우 콘텐트 서비스 사업자를 한 계층에 넣고 '선형 서비스'와 '비선형 서비스(VOD) 등으로 나누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런 구분을 바탕으로 정부의 미디어 규제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영과 민영 방송사 간 규제는 명확히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공영 방송은 방송의 공공성, 공적 책임 규제를 강화하고 광고를 없애 시장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며 "민영 방송사의 경우 규제 완화를 통해 콘텐트 산업 활성화를 유도하고 공정 경쟁 기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새로운 분류 체계에 따라 각 방송 채널의 현재 송출 규제도 개편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방송법은 케이블TV, 위성방송TV 등에게 방송 채널에 대한 송출을 규제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공영 방송 그룹(1, 2 그룹)의 경우 케이블TV나 위성에 방송을 의무 재송신하게 하고, 콘텐트 투자가 많고 시청자들의 시청 욕구가 높은 제 3그룹(민영 지상파, 종편)은 플랫폼 사업자에 필수 콘텐트를 의무 제공하게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지상파 중 KBS 1TV와 EBS 등이 의무 재전송 채널로 돼 있다. 또 방송채널사업자 중엔 종합편성채널과 공익,공공,보도채널 등이 의무편성 채널로 지정돼 있다.

이어진 토론에선 수평적 규제 도입에 따른 현실적 우려도 제기됐다. 정준희 중앙대학교 교수는 "수평 규제에선 주문형비디오(VOD),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뉴미디어 콘텐트에 대한 논의도 포함되어야 한다"며 "또 공영 민영 등 사업자 중심의 분류 기준이 아니라 공적 책임 등 서비스 중심의 분류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재원 동국대학교 교수는 "공공서비스라는 말이 오히려 분류 기준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며 "재원에 대한 부분은 상업 방송이라도 공공 서비스의 조건을 만족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디어 시장 변화에 따른 새로운 규제 체계가 중요하다는 주장들도 제기됐다. 김동현 케이블TV협회 팀장은 "채널 형태의 규제가 별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며 "점점 시청자들의 미디어 소비 형태가 콘텐트 중심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광재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는 "규제 체계를 너무 세분화할 경우 융합 미디어 시대에 오히려 대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격리의 경직성을 피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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