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중국집에 갔을 때의 영원한 고민. 짜장면을 먹을 것인가, 짬뽕을 먹을 것인가…
심리학에서는 이런 갈등을 유사갈등이라고 한다지요. 즉, 갈등인 것 같지만 사실은 쉽게 풀어낼 수 있는, 다시 말해서 별로 갈등이 아닌 것.
그래서인지 중국집에서는 매우 쉽게 이 갈등을 해결했습니다. 두 음식을 반반 넣은 짬짜면이라는 걸 내놓은 거지요.
세상의 갈등이 이런 유사갈등뿐이라면 고민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지금부터는 좀 더, 아니 꽤 풀기 어려운 갈등입니다.
사람들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문제의 그 치킨을 먹을 것인가, 먹지 않을 것인가.
여비서를 집요하게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치킨 체인업체의 대표. 그 파렴치를 떠올리면 그 업체의 치킨에는 손도 대고 싶지 않은 마음.
그러나 한편에서 드는 생각은 또 있습니다.
"꼬박 열두 시간을 일하며 힘들게 사는데 불매운동은 안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하소연하는 가맹점주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남의 일 같지 않은 복잡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고민은 이번뿐만은 아니었습니다.
폭언을 일삼았다던 피자 업체의 대표, 도박으로 회삿돈을 탕진한 화장품업체 대표, 그리고 재벌과 대기업의 회장들은 또 어떤가….
그러나 정작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늘 정해져 있었죠.
'그러면 애초에 계약서를 제대로 쓰면 될 일이 아닌가.'
교과서적인 해법은 이렇게 매우 간단합니다. 업체 대표가 사고를 쳐도 가맹점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그러나, 이것은 말 그대로 세상 물정과는 동떨어진 참으로 순진한 이야기…
그런 계약서가 가능하기나 할까. 또 만약 있다 해도 제대로 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수장이 바뀐 공정거래위원회가 첫 실적으로 치킨값을 잡았다고 언론들은 입을 모았습니다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야 할 일은 아직 시작일 뿐이라는 것…
그래서 다시 드는 생각. 세상의 착하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치킨을 먹을 때 필요한 고민은 단지 양념이냐, 후라이드냐 정도의 유사갈등뿐이었으면…아. 그러고 보니 여기도 이미 반반 메뉴가 나와 있군요.
오늘(20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