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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산불 날벼락에 턱없는 지원금…주민들 '시름'

입력 2017-05-2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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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원도 강릉과 삼척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꺼진 지 20일이 지났습니다. 집이 다 타버려 이재민 수십여 명이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에서 지내야 했는데요. 특히 재활에 필요한 재난 지원금이 턱없는 수준이라 이재민들의 시름이 깊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강원도 강릉 산불 피해현장의 2층짜리 건물입니다. 원래는 집이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철제 기둥과 지붕만 남아있습니다. 이 집 안팎에 있는 가구와 물건들도 모두 타버렸습니다. 이쪽으로는 화분이 보이는데요. 식물이 완전히 새카맣게 변했고요. 안쪽으로는 세탁기로 보이는 물건이 형체만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이 반대쪽을 보면요. 그릇이 겹겹이 쌓여있는데요. 아마도 이 공간이 주방으로 사용되지 않았을까 추정만 해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냉장고가 종잇장처럼 찢어졌고 야외 등은 반쪽이 녹아버렸습니다.

지난 6일부터 나흘간 발생한 대형산불로 집 36채와 농기계 수백 대 등이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번 화재로 42세대 80여 명이 집을 잃었습니다.

이 가운데 농사일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밝힌 7세대는 컨테이너로 입주를 시작했습니다.

1년만 지낼 수 있지만, 그마저도 여러 식구가 살기에는 비좁습니다.

구호단체가 지원한 컨테이너 시설입니다. 바깥쪽으로는 조리기구가 설치됐고요. 그 안쪽으로는 화장실인데요. 문을 열면 변기와 세면대, 그리고 샤워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주거 공간은 이 안쪽입니다.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내부 공간이 그렇게 크지는 않은데요. 제가 누웠을 때 위와 아래로 공간이 많이 남지는 않고 이곳에서 실질적으로 생활하게 될 분들은 두 분에서 세 분입니다. 게다가 세탁기와 냉장고, TV까지 설치될 예정이라 실질적인 생활 공간은 더 좁아지게 됩니다.

또 다른 25세대는 차로 30여 분 떨어진 임대 주택에서 매달 10만 원을 내는 조건으로 2년 동안 지내야 합니다.

이재민들의 마음을 가장 무겁게 만드는 건 새집 마련 방안입니다.

살던 집이 모두 타버린 경우 지급되는 재난 지원금은 건물주 기준으로 900만 원에 불과합니다.

세입자는 그보다 훨씬 적은 228만 원입니다.

[김용구/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 시민을 농락하는 것 같아요. 어떤 내역서나 계산서도 하나 없이, 세금(감면) 같은 기본적인 대책도 없으면서 돈만 쥐여주면 그만인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문제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지원금 액수는 그대로라는 점입니다.

자녀의 학자금을 면제해주거나 세금과 통신·전기 요금을 경감 또는 납부 연기해주지만, 고령인 데다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적습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 : 정부에서 지원하는 게 보상수준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생계보호차원으로 책정이 되어있어요. 자연재난도 피해를 입었다고 다 지원해주는 게 아닙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중남/강릉시민행동 공동대표 : 가옥부터 모든 것들을 본인들이 융자를 받든지 전부 개인적으로 해결을 해야 되니까 빚을 지지 않고 재출발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얼핏 보면 싱싱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잎사귀들은 이렇게 말라 들어갔고 땅은 새카맣게 변했습니다. 이런 곳에서 새로운 작물이 자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 나오는데요. 이재민들은 자신들의 처지가 마치 이곳과 같다는 말도 했습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지원보다 장기적인 대책에 대한 고민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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