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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100일 합의'는 속빈 강정"…미국서 비판고조

입력 2017-05-15 11:23 수정 2017-05-1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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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100일 합의'는 속빈 강정"…미국서 비판고조


중국이 신용카드를 비롯한 지급결제와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는 내용의 미·중 100일 계획 합의가 '속빈 강정'에 가깝다는 비판이 미국내에서 터져 나왔다.

무역적자 줄이기에 급급한 트럼프 행정부가 재탕에 가까운 합의 내용을 부풀리면서도 정작 클라우드 컴퓨팅을 비롯한 첨단기술 시장에는 꽁꽁 문을 걸어 잠근 중국의 쇄국정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14일(현지시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 경제고문, 민간 싱크탱크의 창립자, 전직 미국 관료들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11일 중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조치를 풀고 비자와 마스터 카드의 금융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100일 계획 합의'내용을 발표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합의내용을 공개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특히 무역 부문에서 새로운 고점에 이르게 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로스 장관이 언급한 이러한 성과가 실상에 비해 부풀려졌다고 맞받아쳤다. 중국이 앞서 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이미 합의한 내용을 뒤늦게 이행하거나, 중국 지도부가 지난해 이행하기로 합의한 내용(쇠고기 시장 개방)을 재탕하면서도 성과를 부풀렸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미국의 전직 관료들도 이날 FT와 인터뷰에서 "그들(트럼프 행정부)이 조롱당했다(They got played)"며 이번 성과를 낮게 평가했다. 쇠고기 수입 재개 조치가 대표적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앞서 지난 2003년 광우병 발발을 근거로 중단한 미국 쇠고기 수입을 작년 9월에 풀기로 이미 합의한 바 있는데, 100일 합의에 다시 끼워 넣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리들도 이번 합의에 아쉬움을 피력했다. 중국은 앞서 지난 2001년 WTO에 가입하면서 신용카드를 비롯해 위안화로 결제되는 지급결제 시장의 문을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해외 기업에 열기로 이미 합의한 바 있다는 것이다. 무려 16년 이상 지난 시점에 시장을 열기로 하면서 중국이 생색을 내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철강기업인 누코어(Nucor)의 전 최고경영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해 대선 유세 당시 경제고문을 지낸 댄 디미코는 이러한 지적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번 합의는 여러 면에서 실망스럽다(disappointing)"면서 "우리는 그들의 불공정 무역 행위를 멈추기도 전에 중국에 보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합의가 근시안적이라는 비판도 고개를 든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무역적자(지난해 3470억 달러)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더 크고 전략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 기업들을 상대로 중국산 기술을 쓰도록 강요하거나, 주요 영역의 미국 기업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지만, 이러한 추세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는 것이다.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창립자이자 경제학자인 로버트 앳킨슨은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대중 무역 적자를 줄이는 데 집착했다"면서 "(하지만) 중국은 적자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았다. 기꺼이 양보할 수 있다는 태도였다. 그들이 중시한 것은 첨단 산업 분야의 지배력"이라고 지적했다.

루퍼스 예르샤 미국 전국대외무역협회(NFTC)도 이번 합의의 성과를 일부 평가하면서도 아쉬움도 피력했다. 그는 중국이 여전히 기술 제품과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규제를 풀지 않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번 협상에서) 이러한 문제가 전면에 부상하지 않은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디미코도 이번 합의가 장기적으로 역풍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이 첨단기술 제품을 수출하고, 미국은 그들에게 농산물이나 천연자원을 제공하는, 마치 식민지 시대를 방불케 하는 교역관계를 중국과 유지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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