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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광화문 집무실', 소통에 효과 있을까

입력 2017-05-10 22:46 수정 2017-05-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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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앵커]

소통의 상징인 광화문 광장, 그 바로 앞에 있는 광화문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집니다. 준비 기간을 거치면 2019년쯤이 될 것 같습니다. 취지는 '소통'…국민과의 소통이기도 하고, 함께 일하는 비서진과의 소통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집무실이 이동된다고 해서 이 취지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이건 검증이 좀 필요한 부분이죠. 팩트체크가 여러 연구결과와 해외 사례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오대영 기자! 우선, 대통령의 집무실이 처음부터 이런 구조였나요?

[기자]

그렇지 않습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조선총독이 쓰던 '관저'를 자신의 본관으로 썼습니다. 바로 이곳입니다. 구본관으로 정부수립 이후 1948년부터입니다. 집무실도 있고요, 관저도 그 안에 있습니다. 이건 당시의 사진입니다.

이때는 경무대로 불렸습니다. 경복궁의 '경' 자를 썼고 북문인 신무문의 '무' 자를 따서 합성한 말입니다. 건물이 이 한 동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안에서 대통령과 비서진이 함께 일했습니다.

[앵커]

일제가 만들어놓은 시설을 그대로 이어받아 집무실로 썼군요?

[기자]

네, 1960년에 윤보선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서 이 경무대라는 이름을 청와대로 처음으로 바꾸게 됩니다. 차별화를 위해서죠.

이후에 박정희 정권인 1969년에 비서동, 저 위민관이 처음으로 생겼습니다. 이때부터 대통령과 비서진의 집무 공간이 나뉘었습니다.

'구 본관'은 1991년 '신 본관'이 생긴 뒤 허물어졌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관저'도 생겼습니다.

이후 비서동이 더 지어졌고, 2004년 지금의 청와대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대통령과 비서진은 지금 구조로 500m 떨어져 일합니다. 지난 정부에선 대면보고도 크게 줄었습니다. 그래서 청와대라는 공간이 '불통'의 상징이 된 거죠.

[앵커]

건물이 허물어지고 새로 생기기는 했지만, 어쨌든 초대 대통령 때부터 저 공간에서 계속 집무를 해왔네요. 그러면 본론으로 가보죠. 이 집무실을 옮기면 소통에 효과가 있을까요?

[기자]

거리가 줄잖아요. 이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있습니다.

미국 미시간대의 오웬 스미스 교수가 2013년 내놓은 결과입니다. 직장에서 동료끼리 동선이 '30m' 겹칠 때마다 약 20% 정도 협력이 늘어난다는 내용입니다. 가까울수록 함께 일하기 좋다는 거죠.

하나 더 있습니다. 이건 MIT 존 캐롤 교수의 2006년 자료입니다. 엘런 곡선이라고 합니다. 꽤 오래된 이론인데 거리가 가까우면 대화 가능성이 커지고 멀어지면 반대입니다. 특히 60m 넘게 떨어지면 대화가 아예 끊겼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검증된 겁니다. 거리와 소통의 상관관계는 매우 긴밀하다는 뜻이죠.

[앵커]

요즘 통신이 워낙 발달해서 연락 수단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주 마주쳐야 소통이 잘 된다는 게 이론으로 검증이 돼 있군요.

[기자]

그렇다 보니 주요 선진국은 국가 지도자의 집무 공간과 거리를 좁히거나 '소통형'으로 만든 사례가 꽤 많습니다.

영국은 총리가 런던 중심가인 '다우닝 10번가'에서 일합니다. 총리와 시민의 거리가 가깝습니다. 비서진과도 가깝습니다. 한 층에 모여서 일합니다. 자주 마주치겠죠.

프랑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대통령의 집무실인 엘리제궁은 1990년 이후 시민에게 개방됐습니다. 2007년 사르코지 대통령은 집무실까지 개방했죠.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집무실은 비서실에서 불과 15걸음 떨어져 있습니다. 저하고 안나경 앵커가 한 열 걸음 정도 되는데 조금 더 멀겠죠. 굉장히 가깝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국가 지도자가 비서진과 시민을 가까이 하고 있는 것이죠.

[앵커

우리가 대통령 집무실을 옮길 때 벤치마킹할 점이 꽤 있겠네요.

[기자]

그런데 이런 집무실을 가진 나라에서 소통이 항상 잘되느냐…이게 중요한데요, 이 부분에서는 꼭 그렇지 않습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소통 공간을 만들어 놓고도 '불통'이라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취임 초 지지율이 67%였지만 3년 뒤 반토막 났습니다. 국민 목소리를 뒤로하고 연금개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입니다.

정반대 사례도 있습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타협과 소통을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덕분에 13년간 집권하고 있죠.

[앵커]

집무실 구조도 구조지만, 실제로 지도자가 소통에 얼마나 노력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거군요.

[기자]

네. 기존 청와대에서 광화문 광장까지 약 1.8km 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서울 청사로 집무실을 옮기면 광장까지는 100m 정도입니다. 공약이 현실이 되면 국민과 물리적으로 가까워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다만 물리적 거리 뿐 아니라 소통의 구체적인 노력과 방법이 병행되어야 하겠죠.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오늘 취임식에서 '광장 대토론회', '직접 브리핑' 등을 제시했습니다. 소통에 대한 국민의 갈증을 해소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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