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팩트체크] '깜깜이 선거'가 공정선거 보장한다?

입력 2017-05-04 22:14 수정 2017-05-05 00:44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어제(3일)부터 선거 당일까지 실시되는 여론조사의 공표가 금지됐습니다. 이른바 깜깜이 선거라고 하죠.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래서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 법의 취지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가 유권자의 판단을 바꿀 만큼 영향을 주느냐…여기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증된 바 없습니다. 그래서 팩트체크에서 '깜깜이 선거'가 공정선거를 보장하는지, 그 물음의 답을 찾아봤습니다.

오대영 기자! 투표 마감까지 6일간 발표를 못 하는 것이죠?

[기자]

네. 4월 17일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여론조사가 활발히 진행됐었죠, 하루에 몇 건씩 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어제부터 선거당일 저녁 8시까지 조사된 내용은 이제는 알릴 수 없습니다. '깜깜이 선거'라고 우리가 표현하는데.

공직선거법 108조 1항에 근거가 있습니다. '정당지지도', '당선인 예상 여론조사' 등을 금지시켜놨습니다.

[앵커]

선거에 임박해서 여론조사가 발표되면 아무래도 선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죠?

[기자]

네, 이 법에 대해서 1999년 헌법재판소도 결정을 내렸는데, "밴드왜곤효과, 열세자효과로 선거에 영향을 미쳐 국민 진의를 왜곡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 조항의 합헌을 결정했습니다.

여론조사가 국민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법의 취지이고, 헌재가 이를 재확인한 셈이죠.

[앵커]

기존의 생각과 달리, 여론조사를 보고 대세에 편승하거나, 뒤처지는 후보를 동정하는 마음이 생겨서 유권자가 마음을 바꾸게 된다, 왜곡이 생긴다는 거군요.

[기자]

네, 하지만 그렇게 판단할 근거가 뚜렷하냐는 점에서는 다른 의견들이 나옵니다.

관련된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투표에서 '여론조사 영향을 받았다'고 답한 비율을 조사한 자료입니다.

2006 지방선거 때 그렇다는 답은 44.6%였고 2007년 대선에서 41.5%, 점차 줄었고 지난 대선 때 올랐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10명 중에 6~7명은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표심에 변화가 없었다고 답했군요.

[기자]

2012년 후보자별로 지지자들이 어떻게 답했는지도 여기 있습니다.

여론조사 영향력이 있었느냐, 여론조사 영향을 안 받았다는 응답이 박근혜 후보 지지자는 60.1%였고 문재인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 중 72.4%가 영향이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여론조사가 표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쪽이 다수였습니다. 물론 영향을 줬다는 응답 비율도 결코 작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이 수치를 놓고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영향이 없었다는 쪽이 월등히 많으니, 깜깜이 선거의 필요성이 떨어진다…이렇게 볼 수 있을까요?

[기자]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여론조사 기관이 난립하고, 여론조사를 가장한 여론전의 가능성이 늘 열려있기 때문이죠.

다만 '공표 금지'의 핵심 이유가 표심이 왜곡된다는 건데 검증된 바 없다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근거만으로 합리화될 수 있느냐는 문제는 충분히 제기될 수 있습니다.

[김래영/단국대 법학과 교수 : 조사에 대한 정확한 자료만 제공되면 우리 대한민국 국민도 능히 참과 거짓을 구별할 줄 아는 민주시민이기 때문에 이제는 그 조항이 폐지되어야 하지 않을까…]

해외 사례를 한 번 보겠습니다. 현재 미,영,독,프 등은 제한이 없고, 스페인은 5일, 이탈리아는 15일간 금지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민주주의 성숙도가 낮은 나라들이 금지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유럽 평의회는 회원국에 폐지를 권고하고 있고, 이 영향으로 프랑스는 원래 길었는데 2002년 제한을 대폭 완화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축소하는 추세입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국민의 정치의식이 발전했기 때문에, 여론조사에 휘둘릴 정도가 결코 아닐 수 있다, 이런 얘기인데. 그러면 여론조사 공표 금지 조항은 언제부터 생긴 건가요?

[기자]

선거관련법에서 이 내용이 등장한 것은 1958년입니다. 그때는 선거여론조사를 아예 전면 금지시켰습니다.

이후 군사정권 내내 이어지다가 1992년에야 법적으로 허용이 됐고요, 1992년에 '28일간 공표 금지'로 바뀌었습니다. 1994년에는 '22일간 금지'로 축소됐고, 2005년에 지금 같은 '6일 금지'로 더 줄었습니다.

선관위는 지난해 2일로 단축하는 법 개정 의견을 냈지만, 국회에서 막혔습니다. 정개특위에서 흐지부지됐습니다.

여론조사의 신뢰성 확보가 더 필요하다, 공론화를 더 거쳐야 된다면서 의원들이 미뤄놨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깜깜이 선거기간 동안 가짜 여론조사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디어 환경이 가져온 변화죠. 오히려 그래서 정확한 여론조사 결과를 금지 기간 없이 공표하는 게 낫다는 요구가 선거 이후에도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분명한 것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의 실효성이 뚜렷하게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군요.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관련기사

[팩트체크] 녹조, '4대강' 아닌 '폐수' 때문에 늘었다? [팩트체크] 방위비 분담금, 한국이 적게 내고 있다? [팩트체크] 후보들 '동성애 발언'…틀린 것과 바뀐 것 [팩트체크] 문-유 '공공일자리 재원' 충돌…누가 맞나 [팩트체크] 문-홍 '개성공단 고용효과' 설전…통계 보니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