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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적·국가보안법…'좌우 대결 프레임' 꺼낸 보수 후보들

입력 2017-04-20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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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식적으로 쓰지 않는 이른바 주적개념과 국가보안법이 왜 등장했는가. 여론조사에서 열세에 있는 보수 쪽 후보들이 이번 선거를 보수 대 진보 대결 프레임으로 가져가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는 얘기입니다.

정치부 이희정 기자와 좀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제(19일) 토론회 내내 주적 문제, 또 국가보안법 문제, 이런 것들이 보수 진영 쪽에서 제기한 문제들이죠?

[기자]

네,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 '국가보안법폐지 문제'를 들고나면서 부터인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홍준표/자유한국당 대선후보 (KBS 초청 토론회 / 어제) : 문재인 후보한테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하시겠습니까? 집권하시면?]

[문재인/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KBS 초청 토론회 / 어제) : 찬양, 고무 그런 조항들은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국가보안법 이야기가 나왔고 주적 얘기도 한참 이어졌는데 그건 어떻게 나온 얘기죠?

[기자]

시작은 홍준표 후보가 국가보안법 얘기를 하다가 다음에 유승민 후보가 받아서 이어갔는데요. 들어보시죠.

[유승민/바른정당 대선후보 (KBS 초청 토론회 / 어제) : 북한이 주적입니까, 북한이 우리 주적입니까, 주적?]

[문재인/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KBS 초청 토론회 / 어제) : 그런 규정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승민/바른정당 대선후보 (KBS 초청 토론회 / 어제) : 우리나라 대한민국 국방부 국방백서에 북한군은 우리 주적이다, 이렇게 나오는데…]

[문재인/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KBS 초청 토론회 / 어제) : 국방부로서는 할 일이죠. 그러나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유 후보는 문 후보에게 "왜 주적에게 주적이라고 말하지 못하냐"고 계속 따졌고, 결국 심상정 후보가 나서면서 정리가 됐습니다.

[앵커]

국방백서에도 주적이라고 되어있지 않으니까 팩트체크에선 당연히 체크될 수밖에 없는 문제죠. 갑자기 주적 얘기가 등장을 한 건데요. 지금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규정을 하고 있나요?

[기자]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현재는 '주적'이란 말은 쓰지 않고 있습니다.

좀 거슬러 올라가면 1995년 국방백서에는 "북한을 주적으로 상정하면서"라는 문구가 처음으로 들어갔습니다.

이후 2004년에 남북관계가 조금씩 개선되던 노무현 정부때 국방백서에서 삭제됐다가 2010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때 다시 바뀌는데 주적이라는 표현 대신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라고 기술했습니다.

[앵커]

정권과 군, 그리고 북한 주민은 분리해서 접근한다는 차원이죠. 아무튼 이명박 정부에서도 주적이란 표현은 쓰지 않은 거군요.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이명박 정부 뿐 아니라 남북 대결이 치열했던 박정희 정부에서도 이 말을 쓰지 않았습니다.

주적 표현과 관련해서는 헌법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우리 헌법에는 통일을 지향해야한다는 말이 나오고요. 헌법상 대통령의 의무에도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에 따르면 결국 주적이라는 표현의 배경에는 북한과의 대화를 배제한 강경론이 깔려있습니다. 헌법상 대통령의 의무와도 배치되는겁니다.

때문에 2000년대 초반 이후에는 이런 표현 자체를 쓰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홍 후보와 유 후보가 이렇게 집중적으로 주적 문제 등을 꺼내든 이유는 뭘까요?

[기자]

전형적인 선거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 판을 진보와 보수 딱 반으로 잘라 놓겠다는겁니다.

그렇게 하면 1위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와 대결 구도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홍 후보와 유 후보는 지지율로 따지자면 양강 구도에는 전혀 들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구도를 바꿔보자는 도구로써 이런 것을 제기하는 것이라는 분석, 다른 정치 분석가들도 그렇게 얘기는 하고 있더군요. 안철수 후보에게는 햇볕정책 계승 여부를 물었던데요?

[기자]

네. 먼저 들어보시죠.

[홍준표/자유한국당 대선후보 (KBS 초청 토론회 / 어제) : 햇볕정책을 계승하십니까, 안 후보님?]

[안철수/국민의당 대선후보 (KBS 초청 토론회 / 어제) : 그것도 역시 지금 공과 과가 있습니다.]

맥락을 보면 문 후보를 상대로 주적이나 국보법 문제를 집중 제기해 보수와 진보 대결로 만들려고 했다면, 안철수 후보에게는 모호성을 부각해서 보수 후보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는 걸로 보입니다.

[앵커]

선거 전략과 어찌보면 치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질문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보수 진보 대결로 가는 선거 프레임 설정은 이전에도 비슷했죠?

[기자]

네, 지난 2012년 대선 때 NLL 포기 발언 주장이 대표적입니다.

이 발언은 선거전이 시작되면서부터 쭉 계속 논란이 되다가, 급기야 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진실공방이 벌어졌는데요.

당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내용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정문헌 의원은 벌금 1000만 원을 선고 받는 등 범죄가 입증됐지만, 선거는 이미 끝난 뒤였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런 이른바 진보 대 보수 프레임이 유권자들에게 이번 선거에서 먹혀들 것이냐, 이게 관건이겠지요?

[기자]

홍준표, 유승민 후보 등은 계속해서 남은 TV토론에서 이 부분에 집중할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실패로 치러지는 역사상 첫 보궐선거인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에, 과연 진보와 보수로 나뉘는 프레임을 유권자들이 어떤 식으로 바라볼지, 그리고 그 판단은 결국 유권자들의 몫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앵커]

진보-보수는 대결할 수 있는 것이지만 거기에 색깔론이 끼어들기 시작하면 왜곡이 되기 때문에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군요. 이희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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