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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거짓말? 의도적 혼란?…칼빈슨호 미스터리

입력 2017-04-20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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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미국시각 4월 12일) : 미국은 매우 강력한 함대를 (한반도에)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항공모함보다 훨씬 더 강력한 잠수함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칼빈슨호를 한반도로 보내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으로, 지난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칼빈슨호는 한반도가 아닌 '인도네시아' 부근에서 항해하다 언론에 포착됐습니다. 그리고 더 남쪽에 있는 호주에서 연합훈련까지 했습니다. 결국 트럼프의 거짓말이었던 것일까, 오늘(20일) 팩트체크는 칼빈슨호를 둘러싼 미스터리에 접근해보겠습니다.

오대영 기자! 상황을 다시 한번 정리해볼까요?

[기자]

네, 지난 3월에 한미 연합 훈련이 있었습니다. 칼빈슨호가 참여했는데 끝나고 나서 쭉 내려왔습니다. 싱가포르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출발해서 호주로 향하게 되어 있었는데 그 시점이 8일이거든요.

그런데 4월 8일에 호주로 가려던 일정을 취소하고 한반도로 방향을 튼다고 밝혔습니다.

15일이 김일성의 생일인데,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거론되던 때였죠.

이 같은 사실은 8일에 미 태평양사령부가 발표했고, 미 국방장관이 발표했고 12일에는 트럼프가 아예 "한반도 쪽으로 보내고 있다" 아까 이렇게 얘기했죠.

북한 도발을 막기 위해 다시 한반도로 오는구나, 이렇게 인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거기에 트럼프 대통령까지 말했으니, 의심할 여지가 없었죠?

[기자]

그렇죠. 그런데 한반도로 올 것 같던 칼빈슨호가 엉뚱하게도 15일에 인도네시아 부근에서 사진에 찍혔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에는 호주에서 연합훈련까지 했습니다. 더 남쪽으로 내려간 겁니다.

한반도로 온다던 칼빈슨호가 왜 여기 있을까, 트럼프가 거짓말한 게 아닌가…이런 얘기가 나온 겁니다.

[앵커]

발언과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네요. 그래서 결론은 거짓말이었나요?

[기자]

그런데 이것만으로 거짓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북쪽으로 가겠다고 하다가 다시 방향을 바꾼 시점이 8일에서 15일 사이거든요. 그 일주일 중 어느 시점에 방향을 틀었는지가 미스터리입니다.

날짜가 중요한 이유는 언제냐에 따라서 트럼프가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일단 12일 이전에 항로를 바꿨다면 거짓말을 한 겁니다. 왜냐하면 실제로는 내려가고 있으면서 "보내고 있다"고 한 셈이니까요.

그런데 12일 이후에 항로를 바꿨다면 그때는 그런 얘기 한 이후니까 거짓말이라고 볼 수 없는 거죠. 그래서 날짜에 따라 다르다는 겁니다.

그리고 문제는 진위여부가 판단이 안 됩니다. 왜냐하면 항로를 바꾼 날짜를 미국의 핵자산이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할 수 없고 내신뿐만 아니라 외신에서도 확인을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오늘 백악관에서 추가로 해명이 나왔는데, 이걸 놓고도 또 거짓 해명 논란이 벌어졌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백악관 대변인이 발표한 내용은 "곧바로 한반도로 향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라는 겁니다.

시점을 얘기 안 했으니까, 이제라도 보내면 거짓말한 게 아니다, 이런 뜻이죠.

하지만 이 브리핑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8일에 태평양사령부가 "북쪽으로 항해해 보고하라"고 지시했고, 12일 트럼프가 "함대를 보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한반도로 진행 중이라는 걸 분명히 말했죠. 그럼에도 이런 브리핑을 한 건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게 외신들의 대체적 평가입니다.

[앵커]

그리고 이번 일을 두고, 트럼프가 의도적으로 교란작전이라는 분석도 있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게 오히려 문제의 본질일 수 있고요, 거짓말 여부보다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의도한 혼란 작전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핵 항모를 언제든 한반도에 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중국과 북한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봤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요.

또 트럼프가 시진핑과의 힘겨루기에 칼빈슨호를 활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국보다 우리가 우위에 있다, 이거 한 번 보여줬다는 얘기죠.

[김성만/전 해군작전사령관 : 북한이 도발하지 못하도록 중국이 좀 열심히 하겠다, 그러니까 그런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꼭 칼빈슨 항모가 한국으로 바로 올라올 필요가 있느냐…]

[앵커]

어쨌든 트럼프의 발언이 어떤 의도였든, 분명한 점은 그 한마디로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상당히 출렁였다는 것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게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부분인데, 지난주에 우리가 팩트체크에서도 다뤘고 '4.27 북폭설'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미국이 핵항모로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많이 퍼졌습니다. 지난 10일~11일 사이였습니다.

이날 이후 주요 대선주자들은 입장문을 발표했고, 한 후보는 아예 '안보 프레임'으로 선거의 틀이 바뀌었다는 주장까지 했습니다.

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물론 중요합니다만, 선거를 치르는 지금 필요 이상으로 위기감이 조성됐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앵커]

그러면 우리 정부는 미국의 항로 변경을 알고 있었을까요?

[기자]

국방부는 "한미 양국은 한반도 인근 해역의 상황에 대해 상호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애매하죠.

[앵커]

긍정도 부정도 아니군요.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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