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17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첫 걸음 뗀 이번 대선 레이스의 현재 판세는 어떨까요. 다소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강현 반장 발제에서 오늘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자세한 판세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기자]
사실 오늘 아침에 신문을 펼치고 좀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박빙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여론조사 결과가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각 캠프에 전화를 돌려봤습니다. 다들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더군요. 어쨌든 나름대로 과학적으로 조사한 결과들인 만큼, 일단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오늘 일간지에 공표된 조사 결과를 보면, 크게 세 가지 흐름입니다. 먼저 조선일보 조사를 보겠습니다. 문재인 후보 36.3%, 안철수 후보 31%입니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6.5%p 빠졌지만, 두 후보의 격차는 여전히 오차범위 내에 있습니다.
다음은 서울경제 조사 결과입니다. 문재인 42.6%, 안철수 35.6%였습니다. 두 후보의 격차는 7%p, 오차범위 밖입니다. 이 조사만 보면, 양강 구도가 흔들린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입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경향을 보인 조사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앙일보 조사를 보겠습니다. 이 조사에선, 두 후보가 초박빙 승부를 펼치는 걸로 나왔습니다. 문 후보는 거의 변화가 없고, 안 후보의 지지율은 소폭 올랐습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널을 뛰는 모습이죠. 다만 조선일보와 서울경제, 두 군데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안철수 후보가 다소 주춤하고 있다는 겁니다.
서울경제는 엄마들이 안 후보에게서 마음을 돌렸다고 분석했습니다. 아마 이 발언을 지적했던 것 같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선후보 (지난 11일) : 지금 저는 유치원 과정에 대해서는 대형 단설유치원 신설은 자제하고 지금 현재 사립유치원에 대해서는 독립 운영 보장하고…]
이 발언을 했던 곳이 사립유치원 교육자 대회였죠. 사실 저 발언을 할 때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농담까지 할 정도였죠.
[안철수/국민의당 대선후보 (지난 11일) : 대머리가 되면 생기는 매력이 있답니다. 아십니까? (몰라요.) 그게 헤어날 수 없는 매력이랍니다.]
이 '아재 개그' 에 대한 평가는 별개로 하겠고요, 어쨌든 유치원 발언이 안 후보를 '헤어날 수 없게' 만든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서울경제 조사를 보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여성 지지율 격차가 13%p 차이로 벌어진 걸로 조사됐습니다.
물론 안 후보가 "단설 설립을 자제하는 대신, 병설 유치원 학급을 6000개 더 늘리겠다"는 게 공약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여론이 어떻게 변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쨌든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경쟁은 더 격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안 후보가 다소 주춤하고 있는 게 일부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죠. 어제도 두 후보는 세월호 기억식 현장에서 이렇게 서로 냉담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실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난 몇 년간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5년 전만 해도 이렇게 둘도 없는 파트너였습니다.
[안철수/후보 (2012년 12월 15일) : 제가 어느 후보 지지하는지 아십니까? (네!) 누굽니까? (문재인!)]
하지만 2012년 대선 이후 조금씩 갈등이 심화됐고, 결국 2015년 말 이런 험한 말들이 오간 끝에 완전히 결별했죠.
[안철수/국민의당 대선후보 (2015년 12월 13일) : 어젯밤에 이제 집까지 찾아오셨습니다. 그런데 설득을 위한 어떤 새로운 제안도 가지고 오시지 않았습니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2015년 12월 11일) : 약속을 하셨는데 돌아서자마자 다시 흔들기가 계속돼서 결국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관계는 2년 전 탈당 사태 때보다 더 악화됐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맞붙었기 때문이죠.
두 사람의 지지층은 어느 정도 결집이 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누가 실수를 안 하느냐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토론회 성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감이, 두 후보 모두에게 있습니다.
서울경제 조사를 보면, 유승민 후보가 토론을 잘 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잘했다는 응답이 자신의 지지율보다 낮게 나왔습니다.
다만 유승민 후보는 토론 성적은 좋았지만, 당내에서 완주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바른정당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후보직 사퇴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선 상태입니다.
오늘의 발제를 음악으로 정리합니다. 정치가 음악을 만났을 때.
[세월호 유가족 (2014년 4월 17일) : 대한민국 주인이 누구냐구요!]
[박근혜 전 대통령 (2014년 4월 17일) : 아, 예예… 우리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이죠. 예예…]
잊지 말아요 그대여 잊지 말아요
내가 늘 그대에 곁에 있음을
사랑해요 그대 지금 듣고 있나요
이승철의 '듣고 있나요'입니다. 어제는 세월호 3주기였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3년 전 오늘, 진도체육관에서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분명히 답했습니다. 그러나 그걸로 전부였습니다. 소통은 미진했고, 결국 파면과 구속에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오늘부터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됐습니다.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잘 들어주는 새로운 대통령을, 우리 국민들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기사 제목은 < 선거운동 스타트…판세는 조정 국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