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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마지막까지 찬란했던…'두 여배우와의 추억'

입력 2017-04-1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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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11일)은 두 여배우와의 추억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대략 45년 전인 1970년대 초반에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와 지금 JTBC의 전신인 TBC의 드라마 스튜디오는 서로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나 동기들은 심심찮게 당시 잘나가던 연예인들을 마주치곤 했습니다.

고 여운계 씨…그녀를 우연히 마주친 건 학교 앞 탁구장에서였습니다. 아마도 녹화 중 망중한이었겠지요. 다른 탤런트들과 와서 탁구를 치다가 복식조에 숫자가 모자라서인지 그 옆 테이블에서 탁구를 치고 있던 저를 불러들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졸지에 그 유명한 여운계 씨와 같은 조가 돼서 탁구를 쳤지요. 그녀는 그때 에너지에 넘쳤고, 또한 다정다감했습니다.

그로부터 수십 년 후 그녀가 타계하기 얼마 전, 방송사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저는 저도 모르게 그때의 기억을 얘기했습니다. 당시의 그 엉터리 탁구 복식조를 전혀 기억하진 못했지만 그녀는 아이처럼 웃으며 반가워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바로 고 김영애 씨….

역시 비슷했던 시기에 저는 그녀와 같은 아파트에 살았습니다. 아주 가끔씩 자그마한 상점에서 마주쳤던 그녀는 20대 초중반의 빛나는 시절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린 고등학생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을 만했지요.

훗날 같은 방송에서 일하면서도 그녀를 볼 기회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녀의 병환 소식을 들었을 때, 우연히라도 만나면 당신의 그 찬란했던 시절을 나는 잘 기억하고 있다고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 그녀를 영원히 떠나보냈습니다.

그런데… 아니, 그러나…오늘 고 김영애 씨의 영결 소식을 들으면서 저의 생각을 좀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 두 배우의 찬란하게 빛났던 시기는 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그들의 젊은 시절이 아니라 바로 삶과의 이별을 앞두고도 치열했던 그들의 노년이었기 때문입니다.

"연기는 내게 산소이자 숨구멍 같은 존재다" "배우가 아닌 나를 생각할 수 없다"

그 옛날 20대 초중반의 김영애였다면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었을까….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업에 전력을 다했던 사람만이 부끄럼 없이 내놓을 수 있는 말이 바로 그 말이 아니었을까….

여운계와 김영애… 그들은 세상의 많은 이들이 업이 아닌 업보의 길을 갔을 때 고통스러워도 당당하게 업의 길을 간 사람들이었습니다.

떠나간 그들의 자리가 유난히도 크고 허전하게 느껴지는 오늘…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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