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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4·27 북폭설' 추적해보니…황당한 진앙지

입력 2017-04-11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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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월 27일 그믐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어제 오늘, 이런 루머가 빠르게 퍼졌습니다. 추적해본 결과 이 소문은 일본의 한 개인 블로그에서 시작됐습니다. 팩트체크팀이 이 블로거와 연락을 봤는데요, TV에서 위기설을 보고 의견을 적었을 뿐이라고 답해왔습니다. 4월 27일이라는 날짜도, 개인의 생각일 뿐이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한마디로 가짜뉴스였습니다.

오대영 기자, 시작해볼까요.

[기자]

문제의 글 한 번 보시죠. 상당히 긴데 요점만 정리했습니다.

"차기 대통령은 북한에 유화적인 문재인 씨가 취임할 가능성이 크다", "사드 배치 철회, 미군의 북한 공격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4월27일 미군이 공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앵커]

대선 얘기까지 그럴 듯하게 써놨는데, 언뜻 보면 언론사 홈페이지 같군요. 하지만 블로그라는 거죠?

[기자]

저희 팀이 여러 방법을 통해 사이트 운영자와 접촉했는데 어렵사리 트위터를 통해서 문답을 주고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글의 정체가 무엇이냐, 4월 27일을 언급한 근거가 있냐는 질문에 일단 이런 인사말로 답이 왔습니다.

"Japan Biz는 개인블로그입니다" "일본 언론은 4월 중순~하순에 전쟁이 있을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론 보고 썼다는 건데요. 어떤 언론이냐 물었습니다.

"대부분의 텔레비전에서 이런 논조로 보도하고 있다"고 그쪽에 물어보라며 피했습니다.

즉 취재한 내용 아니고, 확인한 사항아닙니다. 그냥 블로그 글이었던 겁니다.

[앵커]

'4월27일 전쟁설'…지금 주요 뉴스로 떠들썩하게 다뤄지고 있는데, 그 시작이 이랬다니 참 허망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글이 한국으로 오고 나서 누가 만들었는지는 확인이 정확히 되지 않습니다만 가짜정보로 또 각색이 됩니다. 확대됩니다. 일부 극우 성향의 개인 방송이 이걸 여과없이 내보냈습니다.

비단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었습니다. '전쟁설'을 키우는데 국내외 언론도 한몫을 했는데요, 이거 한 번 보시죠.

"중국군 15만명 북중 접경지역 집결?" 이런 제목의 기사, 오늘 보셨나요?

[앵커]

네, 이런 보도가 꽤 있었잖아요?

[기자]

사실관계 확인했습니다. 출처 중 하나가 일본의 산케이신문입니다.

산케이는 9일자 보도에서 "중국 인터넷 상에서 7일 오후부터 인민해방군 부대가 압록강 부근으로 향했다는 정보가 확산되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앵커]

압록강 부근으로 향했다…구체적이긴 하지만, 사실아니라 인터넷 정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또 하나, 대만의 '중국시보'는 3일자 보도에서 "15만 명이 북한 접경지역으로 이동"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두 보도는 날짜가 다릅니다. 내용도 다릅니다. 그런데 일부 국내 언론이 같은 날짜의 일로 함께 인용했습니다. 접경지역에서 전운이 감도는 것처럼 오해를 줄 수 있죠.

이에 대한 10일자 중국의 외교부 브리핑을 보면 확인이 됩니다.

기자가 "15만 명 군인이 배치됐다는데 맞나?"라고 묻자, 답이 "당신이 질문한 정보가 대체 어디서 온 것인지 출처를 알 수 없다"면서 "과거 한국의 보도들도 거짓으로 밝혀진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었던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지금 퍼져있는 '전쟁설'은 근거가 부족한 루머로 봐도 되나요?

[기자]

지금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상당히 고조되어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임박했다, 이건 근거는 희박하다, 제로에 가깝다는 게 군사전문가의 분석이었습니다.

[양욱/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 당연히 지금 미국이 하고 있는 행동들은 어떤 타격에 대한 경고는 맞습니다. 실제 타격할 수 있는 전력들을 가져다 놓는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미국은) 자신들이 해놓은 선에 따라 움직인다는 거죠.]

[앵커]

그러면 '전쟁'은 아니더라도 핵시설만 집중해서 일회성으로 공격할 가능성은 어떤가요?

[기자]

칼빈슨호가 오고 있잖아요? 미국의 핵심 무기들이 지금 한반도로 모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일회성 타격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한 번의 타격으로 끝날까요? 타격하면 반격, 재반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경우까지 준비하지 않으면, 아예 일회성 타격을 할 가능성도 어렵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차두현/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일단 한 번 때린 다음에, 이걸(반격을) 억제할 수 있는 군사력도 구비가 되어야 돼요. 한국에서의 억제력이 항모전단뿐만 아니라 지상군이란 말이에요. (이게) 전개가 안 되어 있잖아요.]

[앵커]

한국에 미국 민간인이 15만 명 정도 살고 있는데, 미국 입장에서는 여기에 대한 대비를 해야하지 않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자국민 보호에 굉장히 앞장 서고 있는 나라인데요. 15만 명의 미국인들의 '철수작전(NEO)'이 시작되거든요,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그렇습니다.

미 공군기지에서 수송기로 일본을 향하는 비행대피, 열차를 이용해 부산까지 가서 부산에서 배타고 일본 넘어가는 시나리오도 작전계획에 들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작전은 15만 명이 움직여야 합니다. 그러니까 사전에 징후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국 정부와의 협의, 또 한국이 처하게 될 위기까지 폭넓게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 외교부는 오늘(11일) "미국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우리와의 협의 없이는 어떠한 새로운 정책이나 조치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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