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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고현정 엄마 뭐해? 보고싶어!" 수다쟁이 김남길

입력 2017-04-0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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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고현정 엄마 뭐해? 보고싶어!" 수다쟁이 김남길

이쯤되면 인정할 때가 됐다. 김남길(36)은 수다쟁이다. 진중하고 무게감 넘치는 캐릭터 이미지가 쌓이고 쌓여 현재의 배우 김남길의 분위기를 완성했지만, 실제 마주한 김남길은 그가 사랑 받았던 캐릭터들과는 꽤 많은 차이를 보인다.

왠지 해야 할 말 그 이상은 하지 않을 것 같고, 예민한 성격을 갖추고 있을 것 같지만 알고보면 수다스럽고 한 시도 자신을 가만두지 않는 장난기를 자랑한다. 천우희 역시 "오빠 가만히 좀 있어!"라고 말했을 정도라니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공식적으로 수다를 떨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 인터뷰 역시 호탕한 김남길이 분위기를 주도한다. 한 질문에 홀로 5분 이상 답하는 것은 물론, 간간히 섞는 농담은 옵션이다. 코믹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석훈 감독)'을 택했을 땐 그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더라.

그런 그가 대중적인 이미지와 실제 성격을 절묘하게 섞어놓은 듯한 캐릭터를 만나 훨훨 날았다. '어느날(이윤기 감독)'은 깊이있는 소재를 유쾌하고 발랄하게 담아내려 노력한 작품이다. 전작 '무뢰한(오승욱 감독)'과 비슷한 듯 다르다. 이번엔 멜로가 아닌 힐링을 전한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판도라'에 이어 '어느날'도 절제된 눈물신이 빛난다.


"'판도라'는 개인, 인간에 대한 고찰과 고민이 담긴 눈물이었다. 그 친구는 애초에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아니었다. 가족 때문에 몸을 던진 것이기 때문에 공포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기를 하면서 내가 갖고 있는 한계에 부딪쳤고 그 부족함에 스스로 많이 답답해 했다."

- '어느날'은 조금 달랐나.

"최소한 무섭지는 않았겠지. 같은 울음이라도 '어느날'은 막연하게 희생적인 부분만 생각했다기 보다는 그래도 사람이니까, 새 출발이라는 것이 하고 싶고, 마음의 짐을 덜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폭발을 하더라도 소리내 울기 보다는 두 손 꼭 모아서 미안한 감정이 드러나는 안쓰러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 어떤 연기가 더 힘들었나.

"둘 다 부담스럽긴 했다. '어느날'은 카메라를 4대 돌렸고, '판도라'는 6대를 돌렸는데 진짜 부담스럽더라.(웃음) 다만 '어느날'은 시간적 여유가 조금 더 부족했다. 노을이 지는 시간에 맞춰 찍어야 했기 때문에 순간의 감정에 집중했다."
[인터뷰②] "고현정 엄마 뭐해? 보고싶어!" 수다쟁이 김남길

- 실제로는 눈물이 많은 편인가.

"난 혼자 못 우는 스타일이다. 울고 싶어도 참는다. 감정적으로 편안해 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하는데 눈물로 해소하지는 않는다."

- 필모그래피를 보면 우수에 찬 남자 캐릭터가 많은 지분을 차지한다.

"그런 작품 위주로 들어오기도 했고 내가 원했던 이미지이기도 했다. 어렸을 땐 배우로서 자리매김 한다고 하면 자신만의 롤모델을 세우기 마련이다. 여러 번 언급했지만 나에게 롤모델은 장첸과 양조위였다. 그들의 필모그래피, 연기, 이미지 등을 많이 염두했다."

- 그 사이에서도 조금씩의 변화는 있는 것 같다.

"사실 어느 순간 부터는 일부러 그런 작품과 캐릭터를 찾지는 않았다. '판도라'는 재난영화인줄 알았는데 뒷 부분이 감성적이었고, '어느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뒷 부분이 나에게 익숙한 장면이라고 해서 못 한다고 하기에는 작품을 포기하기가 아쉽고 아까웠다. 어쩔 수 없이 오는 장치적인 감성들은 받아 들여야 하지 않을까."

- 작품과 캐릭터가 다르니까 자연스럽게 차별성도 보인다.

"우수에 찬 슬픔이어도 다를 수 밖에 었다. 너무 오래되긴 했지만 '선덕여왕' '나쁜남자' 때의 느낌은 또 아니지 않나.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 포커페이스도 하고 성숙한 감정 표현을 대입 하려고 하는데 솔직히 한 사람의 감정이 달라봤자 얼마나 다르겠나. 내가 송강호·최민식·김윤석 선배도 아니고.(웃음)"

- 스스로도 식상함을 느낄 때가 있나.

"당연하다. 연기하면서 '내가 이렇게 식상한데 보시는 분들은 더 식상해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는 이 말을 듣는 것이 너무 싫었다. 강박관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때마다 주변에서 '야, 한 사람이 뭘 얼마만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냐'고 하시더라. 스펙트럼을 넓고 깊이있게 다지면서 방향성을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사실 그게 맞는 이야기인데 한·두 달 연습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니까."

- 그래서 시간과 경험과 내공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겠지.

"20대 때는 '남자 배우는 서른 부터야'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30대가 되서는 '남자 배우는 마흔 부터야'라고 하더라. 말이 계속 달라진다. 마흔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남자가 50~60대 정도는 돼야 세상이 눈에 보이지. 네가 인생을 뭘 안다고'라고 한다. '뭐지?' 싶다가도 변화될 나에 대한 기대치는 있는 것 같다."
[인터뷰②] "고현정 엄마 뭐해? 보고싶어!" 수다쟁이 김남길
- '어느날'의 강수와 미소의 관계는 애매한 듯 애매하지 않다.

"아마 우희 씨가 미소 캐릭터를 잡기 힘들었을 것이다. 조숙하게 갈 것이냐, 아니면 아주 어린 친구처럼 보이게 할 것이냐. 원래는 지금보다 더 조숙한 느낌이었는데 우희 씨가 '나이대를 이 정도로 잡겠다'고 해서 거기에 맞춰봤다. 하면서도 '이게 맞나? 틀린가? 나도 발랄하게 가야하나?'라고 고민했다."

- 호칭은 '아저씨'다.

"호칭도 '오빠' '저기요' '강수씨' 등 굉장히 버전이 많았다. 어떤 호칭을 쓰느냐에 따라 관계성이 달라 보이니까. 그러다 '아저씨로 가자'라는 말이 나왔다. 어느 정도 거리감도 있어 보이고 나이 차도 느껴진다는 이유였다."

- 멜로가 없어 아쉽지는 않나.

"원래는 좀 있었다. 감독님도 계속 고민을 하시다가 멜로까지 넣으면 이야기의 중심이 다른 쪽으로 가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셨다. 멜로처럼 보일 수 있는 장면도 그렇게 안 보이려고 노력했다. '선덕여왕' 때와 비슷하다. 극중에서 (고)현정 누나는 어쨌든 내 엄마 아니냐. 대본을 받으면 괄호에 '절대 멜로처럼 보이지 않게 해 주세요'라는 지문이 꼭 쓰여 있었다. 근데 엄마 요즘 뭐하나. 보고싶네. 보고싶어 엄마!(웃음)"

- 직접 만난 천우희는 어떤 배우던가.

"여배우들은 그런게 있다. 예쁜 대접을 해줘야 하는? 이거 말 잘해야 하는데. 하하. 현장에서 '예쁘다, 예쁘다'를 원하는 배우들이 있다. 근데 우희는 전혀. 오히려 본인이 그런 것을 싫어하더라. 현장에 트레이닝 복을 입고 오는 것을 보면 말 다 했다. 여배우 분들은 감각이 뛰어나든 뛰어나지 않든, 아무리 안 꾸몄다고 해도 셔츠에 청바지 정도는 입는다. 근데 트레이닝복을 입는 여배우는 나도 처음 봤다. 신선했고 동질감이 느껴졌다. 나도 맨날 트레이닝 복만 입으니까. 하하."

- 에너지가 남다른 배우처럼 보인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강한 에너지가 있다. 처음에는 장난도 많이 쳤다. 현장에 와서 '오빠!'라고 부르면 '어, 왔어? 근데 너 어디있니?'라면서 우희 머리 위에서 고개를 두리번 두리번 거렸다. 그러다 아래를 보고 '어! 여기 있구나?'라는 식으로 장난쳤다.(웃음) 근데 가끔 섬뜩한 느낌은 있었다. 확 볼 때 '어우, 야' 소리가 절로 나오는. 당시 '곡성'이 개봉하고 한창 인기있을 때라 스태프들도 '곡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우희에게 '돌 던져봐'라고 하면 앉아서 휙휙 던지고 그랬다."

- 여전한 분위기 메이커다.

"난 오지랖이 넓은 편이라 촬영 전에 여기 살짝 저기 살짝 왔다갔다 거리다가 '슛 들어간다'고 하면 '이제 할까?'라고 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행동에 방해를 받는 배우들이 있는가 하면, 현장 분위기가 편해진다고 좋아하는 배우들도 있다. 우희는 전혀 신경을 안 쓰는 쪽이었다. 그저 '나이 많은 오빠가 웃기고 있네?'라는 마음으로 우쭈쭈 하다가 촬영에 들어가면 딱 몰입하더라."

- 연기 호흡도 잘 맞았을 것 같다.

"자동차 안에서 했던 대사들은 다 애드리브였다. 내가 뭘 던지든 의연하게 받아서 대처를 해 주더라. '좀 세게 가야하나?'라고 생각했을 정도니까. 지금 아래층에서 우희도 인터뷰 하고 있지 않나? 우희야! 오빠 너 칭찬하고 있다! 내 칭찬도 좀 해줘!"

>> 인터뷰③에서 계속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
사진=오퍼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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