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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량 폐기' 했다더니…시리아 화학무기 참사 재발 왜?

입력 2017-04-0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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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량 폐기' 했다더니…시리아 화학무기 참사 재발 왜?


'전량 폐기' 했다더니…시리아 화학무기 참사 재발 왜?


'전량 폐기' 했다더니…시리아 화학무기 참사 재발 왜?


시리아에서 또 다시 화학무기로 인한 민간인 대량 살상 사태가 발생했다. 시리아는 4년 전 화학무기 전량을 폐기한 바 있어 어떻게 이번 참사가 발생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4일(현지간)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에 화학무기로 추정되는 폭탄이 투하돼 사상자가 대거 나왔다. 이번 공습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100명 이상이 숨지고 400명이 다쳤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지역 병원에는 동공 수축, 호흡 곤란, 입에 거품물기 등의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쏟아져 들어왔다. 해당 증상들은 독가스 중독 때 흔히 나타나기 때문에 화학무기 공격이 강하게 의심되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내전 초반 사린(신경 가스) 공격을 종종 감행했다. 그러나 2013년 구타 지역에서 사린으로 1000여 명이 숨지는 참사가 터지자 미국과 러시아 중재 아래 화학무기 폐기를 약속했다. 이들리브 사태는 구타 이후 최악의 화학무기 참사다.

시리아 정부는 이후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가입하고 이 단체의 감시 아래 화학무기 폐기 수순을 밟았다. 그럼에도 이번 이들리브 사태를 포함해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의심 사례는 꾸준히 발생했다.

◇ 비축량 거짓 신고했나…재생산 가능성도

화학무기 사태가 재발한 원인을 놓고 시리아 정부가 OPCW 가입 당시 화학무기 비축량을 거짓 신고했거나, 화학무기를 재생산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미들이스트아이'(MEE)는 지적했다.

OPCW는 2013년 10월~2015년 1월에 걸쳐 시리아 정부가 넘긴 화학무기 1300t 폐기를 진행했다. 이후 "시리아가 신고한 화학무기 전량을 폐기했다"고 발표를 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2015년 5월 시리아의 한 군사 연구소에서는 화학무기의 일종인 VX와 사린이 소량 발견됐다. 이에 외교가 일각에선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 폐기 약속을 놓고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OPCW 내부 보고서에서도 시리아 정부가 거짓 주장을 했고 신고되지 않은 화학무기 관련 활동이 있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 언급된 적 있다고 보도했다.

안보컨설팅버체 '스트롱포인트 시큐러티의 단 카스제타 연구원은 시리아 정부는 화학무기에 관한 전문 지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린 등의 재생산이 여전히 가능하다고 MEE에 말했다.

카스제타는 "사린, VX 생산을 위한 기술적 역량을 가진 과학자들이라면 타분 같은 오래된 신경가스를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며 "신경가스가 쓰였다면 2013년 협정의 실패"라고 설명했다.

◇ 염소는 폐기대상 아냐…유엔 "진상 조사"

2013년 시리아 화학무기 협정 당시 염소가스는 폐기 대상에 해당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시리아에서는 이후로도 정부군이 염소가스를 사용했다는 보고가 계속 나왔다.

미 시사매체 '애틀랜틱'은 아사드 정권이 당시 협정 이후 OPCW에 화학무기 비축 현황을 신고할 때 염소가스 보유 여부는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겨자가스, 사린, VX 등만 신고됐다는 얘기다.

다만 4일 이들리브에서 사용된 화학무기를 염소가스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염소의 위력은 밀폐된 공간에 갇힌 소규모 인원을 살상할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다 일단 살포되면 빠르게 소멸된다고 NYT는 설명했다.

이들리브 사태의 경우 주민들이 외부에서 증상을 호소했고 사상자도 대규모였다. 살포된 물질의 독성이 너무 강하다 보니 부상자들을 돕기 위해 접근했다가 쓰러진 이들도 나타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5일 긴급 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의 대응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엔 시리아 조사위원회(CIS)는 이미 이들리브 화학무기 의심 공격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의 화학무기 재고를 파괴하기 위해 공습을 감행했다가 이들리브 참사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반군이 염소를 사용하긴 하지만 이들이 다른 신경가스를 보유한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없다.

◇ 아사드 굳건…국제사회의 실패

이번 사태는 시리아 내전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아사드 정권이 견제함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사회의 내전 조기종식 합의 실패가 결국 이 같은 사단을 냈다는 비판이다.

런던킹스컬리지 국방 연구소의 폴 슐트 선임연구원은 MME에 화학무기 살포는 아사드 대통령와 그 동맹들이 여전히 자신들 입지에 자신감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리아 정부가 여전히 화학무기 공격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며, OPCW의 화학무기 폐기 과정에서 투명성을 보장할 방법이 부재했던 점이 이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시리아 실책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오바마가 2013년 구타 사태 이후 화학무기 금지를 위한 '레드 라인'(금지선) 설정을 약속했지만 실제론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제 사회의 어떤 세력도 시리아 내전 장기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2011년 3월 민주화 시위에서 번진 시리아 내전은 미-러시아의 패권 다툼, 이슬람 종파 갈등, 중동 정치 불안정 등으로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됐다. 6년째 이어진 내전으로 40만 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난민 신세가 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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