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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서의 마지막 기록들…'아이들이 보내온 편지'

입력 2017-03-23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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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만히 있으라', 가장 슬픈 말이 되어 버렸죠. 3년 전 JTBC는 단원고 아이들의 휴대폰을 복원해 당시 가라앉던 세월호에서 벌어졌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저희들이 이름 붙이기로는 '바다로부터 온 편지'들이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기울어져가는 세월호에서 아이들은 희망을 끈을 놓지 않으며 친구와 가족에게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는 당시 아이들처럼, 세월호가 왜 기울어졌는지, 아이들은 왜 가만히 있어야 했는지 그 이유를 제대로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이제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 선체를 통해 1073일 전 아이들이 겪었던 상황을 다시 마주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아이들에게 보내지 못했던, 바다로부터 온 편지에 답장을 해줄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겼습니다.

먼저 3년 전 아이들이 보냈던 편지, 김지아 기자가 다시 전해드립니다.

[기자]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 세월호가 기울자 고 김시연 양은 핸드폰을 켰습니다.

[야 진짜 너무 심해 이건, 커튼 찍어.]

8시 52분, 고 박수현 군도 영상을 담았습니다.

[아 기울어졌어.]

이때 안내 방송이 나오고,

[현재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시고 안전한 곳을 잡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은 구명조끼를 꺼내 입습니다.

[야 구명조끼 입어 너도.]

9시 2분경, 세월호 4층 우현 객실에 있던 고 김완준 군은 복도로 나와 구명조끼를 입은 아이들의 사진을 찍고 119와 해경 긴급전화인 122에도 전화를 했지만 연결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이제 가족과 친구들에게 연락하기 시작합니다.

고 박준민 군은 9시 11분부터 25통의 전화를 시도한 끝에 엄마와 한 번 통화했고, 그런 와중에 친구 어머니에게도 문자를 보내 "별일 없을 것"이라며 안심시켰습니다.

9시 37분, 고 박예슬 양과 친구들은 헬기 소리를 듣고 안심합니다.

[헬리콥터가 와. 힘들어 살려줘 살려줘. 살건데 뭔 소리야.]

9시 38분, 구명조끼를 입은 고 신승희양도 아빠에게 "걱정하지말라며 구조될 것"이라는 문자를 남겼습니다.

이미 선장이 탈출한 줄 몰랐던 아이들은 객실 침대와 바닥에 간신히 기대 10시가 넘을 때까지 구조를 기다렸고 어떤 아이들은 마지막 편지를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고 김영은 양이 부모님에게 메시지를 남기기 시작한건 10시 3분.

[엄마 정말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정말.]

고 박수현 군이 아버지에게 마지막 전화를 건 시각은 10시 14분입니다. 박 군의 통화는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세월호에서 보내진 마지막 메시지의 발신 시각은 10시 17분. 구조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못했던 마지막 말은 "지금 더 기울어"였습니다.

[우리반 아이들 잘 있겠죠? 선상에 있는 애들이 무척이나 걱정됩니다. 진심입니다. 부디 한명도 빠짐없이 안전하게 갔다 올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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