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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검찰의 '영상녹화' 생략, 과잉 예우인가?

입력 2017-03-2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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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영상녹화'를 생략했습니다. 그리고 출입기자들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변호인들이 동의하지 않아 영상녹화는 하지 않기로 함" 피의자가 원치 않아서 안 했다는 거죠. 피의자에게 선택권을 왜 줬느냐, 지나친 예우가 아니냐, 의구심이 커집니다. 팩트체크 오늘 주제는 과잉 예우입니다.

오대영 기자! 검찰은 문제가 없다고 재차 밝혔죠?

[기자]

중요한 문제인 게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그동안 특검에서 수사를 해서 검찰로 넘겼는데, 탄핵 이후에 검찰 단계에서 수사가 삐걱대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을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일단 검찰의 해명은 이렇습니다. "녹화문제로 실랑이 하다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피의자의 진술은 영상 녹화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영상녹화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44조2)

그러니까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알린 뒤 녹화하면 됩니다. 실랑이 할 일 없습니다.

심지어 대통령 측에서도 "동의 여부를 묻지 않고 그냥 녹화할 수 있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의 여부를 물어왔다"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일반인이었어도 이렇게 했을까를 생각해보면 특별한 선택권을 준 것은 맞아 보이네요. 그런데 관례적으로 어떤가요, 전직 대통령들도 녹화를 하지 않았나요?

[기자]

영상녹화 제도는 형사소송법에 2007년에 도입됐습니다.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출두해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제도는 없었는데 수사팀과 얘기를 나눠보니 그때도 녹화를 했다고 합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땐 어땠을까요?

"15시간여에 걸친 조사가 전부 영상으로 녹화돼 있는데 마음 같아서는 다큐멘터리를 틀 듯 다 틀었으면 좋겠다"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중수부장이 훗날, 2011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앵커]

전직 대통령들 수사에서도 녹화가 이루어졌군요. 법으로도 봐도, 전례로 봐도, 예우를 해준 것은 틀림이 없어 보이네요.

[기자]

예우가 분명히 있었다고 저희는 판단했습니다. 다만 수사상 절차적인 예우를 해준거지 수사 내용적인 예우를 해준거냐는 다른 문제거든요. 그래서 검찰이 대통령 수사를 흐지부지하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는데 그렇게까지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피의자 조사를 하면 신문조서, 영상녹화를 한다면 영상녹화물이 남습니다. 이 둘 모두 법정에서는 독립적인 증거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검찰이 신문조서만 작성하고 영상녹화는 재량껏 안하겠다고 하면 그렇게하면 됩니다.

[노명선/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조서나 영상녹화물은 대체증거라고 그래요. 이건 둘 다 증거능력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 법에서 특별히 인정해주는 요건을 갖췄다면, 증거로 인정하는 것이고 그걸 전문 법칙이라고 해요.]

그래서 진짜 문제는 영상녹화를 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무런 선택권한이 없는 피의자이자 전직 대통령에게 물어보고 결정했다는 그 자체입니다.

결론은 검찰이 수사 절차상 과잉 예우를 했다는 것은 사실, 그러나 수사 내용에 있어서도 배려가 있었는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앵커]

이게 사실 수사의 목적도 있지만, 역사적인 기록 차원에서 보자면 매우 아쉬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잖아요.

[기자]

그런 부분도 있고요. 과잉 예우가 더 아쉬운 이유는 이런 부분도 있습니다.

피의자 신문조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발언한 진술 내용이 텍스트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표정, 말투, 태도, 상황은 기록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 때문에 영상 녹화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앵커]

답변을 하다가 잠시 머뭇거린다든가, 당황한다든가… 이런 건 영상을 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죠.

[기자]

또 녹화물이 생성되면 검사와 피의자는 여기에 '서명'을 하고 '봉인' 합니다. 아무도 열 수 없습니다.

만약 법정에 가서 피고인이 인권침해나 수사왜곡을 주장하면 재판부는 '봉인 해제'해 대조합니다.

그래서 영상녹화물은 독립적 증거는 아니지만, 진술의 신빙성을 따질 수 있는 보조수단은 됩니다. 따라서 쓸 수 있는 방법을 굳이 생략했고, 권한 없는 피의자에게 동의를 구했기 때문에 절차상 '과잉 예우'라는 비판은 면하기 어렵습니다.

[앵커]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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