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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토크①]한동철 PD "수십억 러브콜 사실, 꿈 상쇄할 정도 아니라 거절"

입력 2017-02-07 11:32 수정 2017-02-0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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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계에 가장 핫한 이슈로 꼽자면, 한동철 PD의 CJ E&M(이하 CJ) 퇴사다. 사실 한 PD의 CJ퇴사설은 오래전부터 떠돌았다. 지난해 2월과 11월 두 차례 퇴사 소식이 불거질 때마다 고심 끝에 잔류를 결정했지만 2개월 만에 다시 사표를 냈다. 그는 수십 억 원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독자 노선을 선택했다. 방송사 채널이란 플랫폼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전략이자, 전술이 되는 길을 택했다.

"방송 영상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한 사람이 전략 전술이 되는 시대가 왔어요. 한 사람의 영역이 커졌죠. 회사 안에 있으면 조직원에 불과해요. 전략과 전술이 되기 위해서 다 던지고 홀로 서야겠다고 생각했죠."

한 PD는 지난해 각종 화제를 몰고 다니며 신인상까지 휩쓴 아이오아이(I.O.I)를 키워낸 장본인. 엠넷 '프로듀스 101(이하 '프듀 101')'을 기획, 연출했다. 연습생 101명을 모아놓고 서바이벌을 시켰고, 국민이 직접 뽑는 걸그룹이라는 포맷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말도 안 될거라 생각한 이 프로젝트는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고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22년 경력의 그는 '프듀 101' 이전에도 '스쿨 오브 락' '힙합 더 바이브' '서인영의 카이스트' '엠카운트다운(이하 '엠카')' '쇼미더머니(이하 '쇼미')' '언프리티랩스타(이하 '언랩')'등을 탄생시킨 스타PD 중 한 명이다.

인기 프로그램을 많이 탄생시켰지만, 그의 작품들은 논란을 달고 다니는 '문제작'이기도 했다. 소위 '착한'예능과는 다른 결을 가진 신랄하고 논쟁적인 내용이 다소 많다.

"분명 저랑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도 많겠죠. 하지만 전 제가 느끼는 진짜 사는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우리가 사는 모습이 다 완벽하고 착하지만은 않잖아요. 저도 조직에서 버티기 위해 정말 지독하고 치열하게 버텼거든요. 그런 모습을 예능에 담아 온 거죠."

독한 프로그램 색깔과는 달리, 술을 거의 마시지 못한다는 한동철 PD와 취중토크에서 마주했다.

[취중토크①]한동철 PD "수십억 러브콜 사실, 꿈 상쇄할 정도 아니라 거절"


- 공식 질문입니다. 주량이 어떻게 되나요.
"고량주 3잔 마시면 만취해요. 손과 발, 얼굴이 퉁퉁 붓고. 솔직해지고 감성적으로 변해요."

- 즐겨 마시는 주종이 따로 있나요.
"맥주는 한 잔만 마셔도 취하는데, 고량주는 석 잔을 마셔도 세 시간 정도 지나면 멀쩡하더라고요."

- 술취하면 감성적으로 변한다고요.
"제가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인간처럼 보이는데 순간 감성적인 사람이 돼요."

- 최근 거취가 화제였어요. 왜 CJ를 그만둔 건가요.
"지금은 어떤 한 명이 전략 전술이 될 수 있는 시대예요. 사업가로 따지면 스티브 잡스처럼 말이죠. 그 사람 하나가 전략이고 전술이잖아요. 제가 속한 방송 영상 콘텐츠 제작도 한 사람이 전략 전술이 되는 시대라고 믿고 있어요. 예전에는 플랫폼이 중요했죠. 현재엔 '무한도전'보다 '김태호'라는 한 사람의 영향력이 더 커졌잖아요. 제가 김태호 PD처럼 훌륭한 사람은 아니지만 제가 가진 전략과 전술 그리고 IP(Information Provider, 정보제공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직에 있으면 조직원·회사원에 불과하니까 정말 어떤 전략 전술이 되려면 다 던지고 나가서 혼자 서 봐야 할 것 같았어요."

- YG엔 왜 안 갔나요.
"다른 회사에 가면 또 똑같아지잖아요. 퇴사 첫 번째 프로젝트는 '나 혼자 해 봐야겠다'예요."

- 수십 억 원 대의 러브콜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좋은 제안들을 많이 받은 건 사실이에요. 성공과 돈에 대한 욕심도 있어요. 제 꿈을 모두 상쇄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돈을 주는 곳이 있으면 갔을 지도 모르죠. 근데 그 정도의 제안은 아니었어요. 성공한다는 것은 당연히 '돈을 많이 벌겠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 일을 신나게 오래 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고, 그래야 돈도 벌잖아요. 지금은 IP가 되는 게 더 신날 것 같고, 돈도 더 잘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포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지금은 처음 해보는 것이니까 기본 생각만 갖고 있어요. CJ에 계속 있으면 '진짜 IP가 되는 건 불가능할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첫 번째 프로그램은 이렇게 생각하고 만들겠지만, 또 바뀔 수도 있죠."

- 첫 번째 프로그램은 어떤 내용인가요.
"사직서 내고 원고를 쓰기 시작했어요. 작품 구상하려고 하는데 CJ에서 퇴사 처리를 두고 말이 많아서 아직 집중을 못 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우리가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게 재밌어요."

- 아직도 원고지를 쓰나요.
"옛날 사람이라 펜으로 써요. 큐시트도 종이에 써요. 글자를 펜으로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돼요. 남 보여주려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가진 잔재주가 문명이 바뀌면서 희석되는 게 싫어요. 인터넷 쇼핑도 안 해요. 옷을 좋아하는데 인터넷 쇼핑은 반감이 생기더라고요. 옷을 안 만져보고 안 입어보고 사는 게 이해가 안 가요."

[취중토크①]한동철 PD "수십억 러브콜 사실, 꿈 상쇄할 정도 아니라 거절"

- '쇼미'엔 항상 논란이 많았죠.
"젊은 친구들의 진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걸 제가 제일 좋아하는 힙합이라는 음악의 틀에 넣고 싶었죠. 사람들은 정말 갖고 싶고 얻기 위해 정말 독하고 치열하게 살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 '프듀 101'도 그런 선상이었나요.
"맞아요. 치열하게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죠. 그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건 크레용팝이 준 충격 때문이죠. 사실 피디로 일 하다 보면 모든 기획사를 다 공정하게 대해야 하는데 가끔 '뭐 저런 애들을 데리고 가수를 만드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나요? 크레용팝 매니저가 CD를 줬는데 보지도 않고 '얘네는 안 돼'라는 생각을 했죠. 근데 '대박'이 났고, 그해에 제가 연출하는 mama에 나왔어요. 8개월 전엔 CD를 던졌는데, 간사하게 '잘한다'고 말하고 있더라고요. '후지다'에서 '열심히 하니까 기획이 생긴 거고 인정해 줘야지'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죠. 내 편견 안에서 뭘 판단하는 게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 친구들을 경쟁의 테두리 안에 두고 기회를 주자는 생각을 한 거죠."

- 너무 실력이 떨어지는 김소혜 분량이 많아 편파 편집 논란도 있었죠.
"처음엔 김소혜 면접은 다른 PD가 봤고 누군지도 몰랐어요. 레드라인이란 기획사도 몰라요. 잘하는 연습생과 못 하는 연습생의 배분율을 갖고 보여주려던 의도는 있었죠. 김소혜란 친구가 경연을 하면서 실력이 너무 늘어서 그걸 보여줄 수밖에 없었죠. 갑자기 실력이 늘어서 제가 담당 피디한테 '너 머리가 너무 좋아서 일부러 처음엔 못하게 했다가 실력이 늘어나는 걸 보여준거냐'고 물어볼 정도였죠. 당시 PD가 '소혜가 안 자고 연습만 한다'고 하더군요. 안 자고 연습만 해서 실력이 너무 늘었어요. 그래도 다른 애들보다 춤을 못 췄지만 처음 입소했을 때보다 잘하니까 당연히 방송에 많이 내보내야죠. 4시간만 연습한 애가 방송에 나갔으면 특혜지만, 전 노력한 애한테 기회를 준 거예요. 잘 해주려면 대형기획사 연습생을 더 잘 챙겼겠죠."

- 항상 논란이 끊이지 않아요.
"이게 진짜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뭐 있지?'라고 의심하고, 자꾸 싸움시킨다고 난리예요. 저 자신도 누구보다 강렬하게 싸우면서 극성맞게 회사 생활을 했어요. 그 아이들이 하고 싶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 싸우는데 그게 왜 나쁜지 모르겠어요. '100% 순수하냐'고 지적하면, 사실 프로그램 잘 만들려는 욕심에 공격적으로 간 측면도 분명히 있죠."

- '쇼미'를 폐지하라는 지적도 많았죠.
"저보다 힙합 잘 살릴 수 있으면 누군가 해줬으면 좋겠어요. 근데 지금은 제가 하는 것 뿐이에요. 젊은 친구들이 자기 꿈을 갖고 음악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획안을 쓰고 있어요. 2월 안에 구성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 '쇼미'와 '프듀 101'에는 연출상 조작 없었나요.
"스토리를 맞추면 시청자가 다 알아요. 프로그램 안에서 경쟁에 대한 룰을 공표하죠. 그 룰이 공정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공정하지 않은 경쟁이지만 원하는 그림이 극대화되고 재밌을 것 같으면 밀어붙여요. 하지만 제가 정한 룰은 꼭 지켜요. 예를 들어 '엠카'에서 음원 점수가 많아서 불공정하다고 하지만, 그 룰을 상황에 따라 바꾸지는 않았어요. 또 리얼리티 찍을 땐 갈등이 있는 상황을 제시했죠. 근데 울지 않는 친구를 일부러 울려서 가짜 그림을 찍지 않았어요. 화낼만한 상황을 만들긴 하지만 화내는 걸 시킬 순 없잖아요."

이미현 기자 lee.mihyun@joins.com
사진=박세완 기자
영상편집=민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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