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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2배…가슴 미어진다"는 태극기 집회의 진실은?

입력 2017-01-26 22:08 수정 2017-01-26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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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사안을 취재 중인 강버들 기자와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강버들 기자, 어제(25일) 인터뷰를 보면, 박 대통령이 촛불 집회에는 루머에 휩쓸린 사람들이 나온다는 식이었고 친박 집회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했다, 이렇게 보는 시각인 것 같습니다. 그게 기본적인 대통령 시각이죠?

"촛불 2배…가슴 미어진다"는 태극기 집회의 진실은?
[기자]

네, 별다른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본인의 생각과 느낌을 밝혔습니다. 박 대통령은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근거가 약하다는 점에서 광우병 때와 유사하다고 평가했고요. 친박집회에 대해서는 촛불보다 두 배가 많다, 또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를 지키려고 나오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광우병 집회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분명한 것은 광우병 집회 때문에 정부가 미국하고 일부 재협상을 했습니다. 그래서 거기서 얻어낸 광화된 조건 때문에 어쩌면 지금까지 별일 없이 미국산 소고기가 수입되고 있을 수도 있는 거죠. 일단 알겠습니다. 그런데 앞서 리포트를 보면, 이 사람들 모두가 어떤 신념 때문에 자발적으로 모였다고는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까 이선화 기자가 취재해서 보도해드린 내용, 예를 들면 목욕하고 나오면 5만 원, 유모차를 끌고 나오면 15만 원, 추운 날씨엔 6만 원, 이런 식으로 이른바 가격표가 정해져 있다고 얘기가 나오는데. 이걸 자발적으로 볼 수 있겠느냐, 그렇지는 않은 거죠?

[기자]

네, 그동안 어버이연합이 탈북자들을 동원해 집회를 개최한 게 사실로 드러난 바 있는데요. 이 때문에 저희 취재진은 친박 단체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시작할 때부터 '동원 의혹'에 대한 취재를 계속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모집책이라는 사람과 접촉할 수 있었는데요. 이 모집책은 친박단체 고위 관계자로부터 지시를 받고 집회 참가자를 모아 준다고 폭로했습니다.

또 친박단체로부터는 돈을 받아 일부는 수수료로 떼어서 갖고, 나머지를 참가자들에게 나눠준다고도 증언했습니다.

그러니까 친박 단체 집회 참가자의 일부는 돈 때문에 모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 부분은 잠시 뒤 2부에서 더 자세히 듣도록 하고요. 많은 분들이 궁금증을 갖는 것이 돈의 출처죠. 상상은 갑니다만 그 부분에 대한 보충취재가 필요할 것 같고요. 박근혜 정부 들어서 청와대가 직접 기획하고 지시한 '관제 데모' 정황도 잇따르고 있잖습니까. 그런데 드러나면 논란이 될 걸 알면서도 협조 요청이란 이름 아래 사실상 지시를 하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저희가 직접 만나 인터뷰한 한국자유총연맹 전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요.

국정 교과서 여론전에 나서 달라는 요청에 연맹이 미온적으로 대응하자 청와대 관계자가 '우리 편 맞느냐'고 질책을 했다는 겁니다. '우리 편'이니까 좀 도와줘야 하지 않겠느냐 했다는 건데요.

정부가 지원하는 관변단체를 독립된 조직이 아니라 정책 홍보의 수단, 즉 반대 진영 공격에 쉽게 동원할 수 있는 도구로 보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이렇게 '우리 편'을 동원한 정황은 여러 군데에서 나타나죠?

[기자]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6월 국정원이 작성해 대통령에게 보고한 '세월호 VIP 보고서'에는 '건전 단체'라는 표현이 5차례나 등장합니다.

세월호 진상규명과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는 단체들 말고, 친정부 성향을 가진 '건전 단체'를 동원해 집회 장소를 선점하고 맞불 집회도 열겠단 계획을 세운 겁니다.

이뿐 아니라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다이어리에도 '우파 시민단체를 결집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앵커]

물론 이것은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의견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지시를 받아서 적은 내용…(청와대에서 논의됐던 내용들입니다) 또 하나 따져볼 것이 '친박 집회에 촛불 집회의 2배가 넘는 인원이 모였다', 대통령도 그렇게 얘기했고 자신들도 그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말이 사실입니까?

[기자]

아마 대통령은 경찰이 발표했던 지난 1월 7일 11차 집회의 경찰 추산 인원을 인용한 것 아닌가 싶은데요.

당시 경찰은 탄핵 찬성 집회에 2만 4000명, 반대 집회에 3만 5000명이 모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숫자만 놓고 보면 2배는 안 되지만 탄핵 반대 집회 인원이 더 많은 것으로 발표되긴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당시 경찰 추산 인원에 대한 비판이 많았잖아요? 이게 사실일까요?

[기자]

그래서 저희가 직접 현장 촬영 영상 등을 활용해 검증해봤습니다.

경찰이 사용하는 이른바 '페르미 법'을 보면요 3.3㎡ 땅에 10명이 들어간다고 보고, 집회 장소의 넓이를 측정해 인원을 추산합니다.

이 방법을 통해 1월 7일 상황을 따져 보면요, 광화문 광장의 경우 주변 10차로 도로 넓이를 합치면 대략 1만1000평입니다.

여기 사람이 꽉 찬다면 11만 명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사람이 가장 많았던 시간대를 살펴보니 발 디딜 틈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까 경찰이 말한 2만 4000명은 축소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왔고요.

친박집회가 열린 코엑스 앞 7차선 도로와 인도의 넓이는 대략 5500평 정도로, 꽉 차면 5만 5000명 정도가 모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시면 양 쪽으로 빈 공간이 보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경찰 추산 3만 5000명은 실제와 어느 정도 근접해 보입니다.

결국 촛불집회는 축소하고, 친박집회는 어느 정도 그대로 집계하면서 친박집회에 더 많은 사람이 모인 듯한 왜곡이 일어난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경찰이 사용하는 계산법대로 그대로 했다는 거잖아요. 이런 걸 계산하고 있어야 되는지 잘 모르겠는데. 요즘 상황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강버들 기자도 계산을 했겠죠. 알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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