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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미련 많은 이들의 겨울…'시간도둑'

입력 2017-01-24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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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미련이 많은 사람은 어떤 계절을 남보다 조금 더 오래 산다'

전국엔 한파특보가 내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절기상 대한을 갓 지난 겨울의 한복판이지요.

올 겨울은 유독 고단합니다.

전 국민이 뉴스를 보느라 홈쇼핑의 매출이 줄어들었다 하고, 가족들은 공원에 산책하러 나가는 대신 손을 잡고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연말과 크리스마스. 겨울의 낭만과, 새해의 새 마음까지 흔쾌히 간직할 수 없었던 겨울공화국.

그렇게 흘러가고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그 1분, 또 1분. 우리는 혹시 시간을 도둑맞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독일작가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의 이야기처럼 말입니다.

회색 중절모자와 두꺼운 서류가방. 모모에 등장하는 시간도둑은 사람들에게 쓸모없는 시간을 저금하라고 권합니다. 훗날 다시 돌려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사람들은 친구와의 대화를 줄이고 앵무새를 내다 버리고. 노래하고 책을 읽는 시간을 줄여 버립니다. 그들의 마음이 점점 더 황폐해지는 사이, 시간도둑들은 점차 자신들의 어둠을 확장시켜 나간다는 내용이죠.

"할 수 있는 일 별로 없어…임기 마치면 엄청난 한이 남을 것"

최순실이 세상에 드러나기 훨씬 전에, 흘러가는 시간이 안타깝고 초조했다던 대통령. 출근과 퇴근의 구별도 없이 온종일 나라를 위해 온 시간을 다 사용했다는 그 애국의 시간을 대통령도 살고, 우리도 살고 있는데….

대통령이 그 아까운 1분 1분에 미련을 둘수록 이상하게도 시민들은 그 1분 1분을 잃어가고 있는 아이러니.

그러는 사이 대통령 측이 또한 시간을 벌기 위해 신청한 증인 수는 무려 39명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빨리 봄이 오길 기다리겠지만 누군가는 계절의 자락을 길게 늘여 지금의 세상을 이어가려 소망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미련이 많은 사람은 어떤 계절을 남보다 조금 더 오래 산다'

그리고 회색 중절모를 쓴 사람은 우리의 쓸모없는, 아니 사실은 너무나 소중한 시간들을 빼앗아 그 서류가방에 넣고 있습니다.

오늘(24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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