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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누군가는 부정한들…'수첩은 알고 있다'

입력 2017-01-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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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

초등학생 영광이는 수첩을 하나 받았습니다. 선생님이 떠든 사람의 이름을 적어내라고 하신 겁니다.

수첩을 들고 있자니 영광이는 대단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았습니다. 친구들은 슬금슬금 눈치를 봤고 영광이 앞에선 얌전한 고양이처럼 걸었지요.

그동안 얄미웠던 친구들의 이름을 수첩에 적으며 아이의 가슴은 콩콩 뛰었습니다.

이것은 어린이의 세상.

반면 어른의 세상은 어떠했을까?

그들 역시 검은 수첩 안에 불편한 이름들을 수도 없이 적어냈습니다. 무려 1만 명 가까이나 말이지요.

권위에 맞서는 자. 권력을 불편하게 만드는 자의 이름들. 그 어둠의 시간 동안 이름이 적힌 누군가는 얌전한 고양이처럼 걸어야 했을까?

관련자 대부분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했고 스스로도 기묘한 방식으로 긍정의 뜻을 보였지만 기어이 나는 아니라고 부정하는, 정말로 기묘한 검은 수첩의 이야기.

그러나 '또 다른 수첩'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극적인 반전이기도 합니다.

전 민정수석이 남긴 수첩. 문체부의 복구된 컴퓨터. 그 안에 남아있는 지울 수 없는 흔적들.

유독 수첩이 입길에 자주 오르내렸고, 대통령 자신부터가 '수첩 공주'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이번 정부에서, 역설적이게도 메모가 적힌 수첩들은 이 정부의 마지막을 재촉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어주고 있는 것이지요.

결국 조금전에 특검은 김기춘·조윤선 두 사람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다시 어린이의 세상으로 돌아가 볼까요? 평소 얄미웠던 친구들의 이름을 잔뜩 적었던 영광이의 수첩은 어떻게 되었을까….

수첩엔 누구의 이름도 적히지 않았고 아이는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그러나 현실 속 어른의 검은 수첩엔 증오와 미움을 품은 이름들이 가득했고, 아무리 누군가는 아니라고 부정한들 또 다른 수첩들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결코 함박웃음으로 마무리 지을 수 없는 역사에서 잊히지 않을, 검은 수첩의 주인들을 말입니다.

아직 병신년이 다 가지 않은 섣달의 막바지 수첩 공화국에서 오늘(18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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