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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대통령의 사생활', 범위는 어디까지?

입력 2016-12-07 22:22 수정 2016-12-0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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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통령의 '사생활' 논란이 오늘(7일) 청문회에서도 뜨거웠습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사적 영역을 이렇게 밝혔습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청와대 : 그 대통령 관저 내에서 일어나는 뭐 이런 사사로운 생활에 대해서는 제가 잘 모릅니다.]

'사사로운 생활' 과연 대통령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것인지, 있다면 어느 범위 까지인지 팩트체크에서 확인해보죠.

오대영 기자! 김 전 실장은 관저를 사생활로 인식하고 있죠.

[기자]

대통령 관저는 내실과 외실로 나뉩니다. 내실에는 침실이 있고, 외실에는 회의실·식당 등이 있습니다.

김 전 실장은 대통령이 저 내실 안에서 "머리를 하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김 전 실장이 오늘 대통령의 사적인 생활을 국회라는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언급했다는 것입니다.

2년여 전에는 "대통령은 일어나서 잘때까지 근무다"라고 공적영역만 강조했었습니다.

[앵커]

그 얘기는 하루 24시간이 업무시간이나 다름이 없다, 세월호 7시간에도 집무를 하고 있었다, 라고 주장하려다가 나왔던 얘기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2014년에 "대통령은 어디에 있든 그곳이 업무 공간이다" 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 얘기는 대통령에게는 사적인 공간, 사적인 시간은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이 바뀐겁니다. 오늘 갑자기 '내실'이라는 공간을 사생활의 범위로 제시한 겁니다.

[앵커]

그런 논리면 내실에 있으면 사생활이고, 문을 열고 나오면 대통령이라는 공적 인물이 된다는 겁니까?

[기자]

그런 얘기도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기춘 전 실장은 '내실'을 사적인 공간으로 규정을 함으로써 대통령이 마치 장소에 따라서, 사적이었다가 공적으로 변하는 존재인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취재 결과 대통령은 일반 국민과는 전혀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었습니다. 국민이 부여한 5년 동안은 말이죠.

[홍성걸 교수/국민대 행정정책학부 : 대통령의 24시간은, 임기 중에는 적어도 모든 활동이나 내용이 국가에 사실상 바쳐진 시간 아니겠어요? 퇴근하면 사적인 공간이다, 관저가 사적인 공간이다, 라고 얘기하는 것은 저는 동의하기가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앵커]

하지만 잠자는 시간이라든가, 먹는 시간은 사적인 시작이라고 볼 수 없는 건가요? 헌법에서 말하는 '기본권'이라고 볼 수도 있고요.

[기자]

일반인들은 기본권이 분명히 있죠. 그런데 대통령의 기본법이 규정된 것은 법으로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여러가지를 찾아봤는데 오늘 한 가지 자료를 파악했고, 그걸 통해서 유추해볼 수는 있었습니다.

2008년 헌법재판소 결정문인데,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개인' 자격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는지를 헌재가 판단했던 사례입니다.

그 결과는 이랬습니다.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한적으로나마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즉, 사적 영역도 제한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리죠.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아래입니다. 일단 제한적이라는 것이고, 그 조건은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나 까다롭습니다. 이 조건들이 우선적으로 다 충족이 되고 나서야 대통령의 기본권을 판단해볼 수 있다는 게 헌재의 결정이었습니다.

[앵커]

간단하게 말하면 사적영역이 거의 없다는 얘기 아니겠어요?

[기자]

그래서 개인이 아니라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이고, 헌법은 대통령의 직위를 이렇게나 광범위하고 중차대하게 정해놓고 있습니다.

기본권을 대통령의 기본권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기관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걸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대통령의 사생활 범위는 거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죠. 들어보시죠.

[김호기 교수/연세대 사회학과 : (사생활 보호가) 불가능하겠죠. 대통령이란 직위 자체가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서 권력을 위임한 거잖아요. 위임받은 기간 안에는 사실상의 사생활은 없다고 봐야죠. 이거는 대통령의 공적인 윤리적 책임의 문제이지 않겠어요.]

[앵커]

평상시에도 이렇게 사생활이 보장되기 어려운데, '세월호 7시간'은 국가 비상사태잖아요. 그 상황에서 '사생활'을 핑계로 제대로 된 설명을 안하는 거…지금까지의 설명을 들으니까 더 납득하기 어려운데요?

[기자]

그게 오늘의 진짜 문제입니다. 2001년 미국의 9.11테러와 세월호 참사 이후의 수습 과정을 많이 비교하는데, 오늘도 말씀 드려야겠습니다.

당시 조사위원회 보고서에는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 9.11 테러 조사위 보고서 >
"미국이 공격을 당했습니다" 대통령은 그 순간 국민에게 침착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

대통령이 당시 어디서 무얼했는지는 물론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까지 기록돼 있습니다.

대통령의 '머릿 속 생각'과 '심리상태'까지도 사생활이 아닌 공적인 영역으로 보고 있는 겁니다.

[앵커]

미국은 평소에도 분단위로 대통령의 일정을 기록한다면서요?

[기자]

해외사례를 무작정 비교할 순 없지만 이런 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어제자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표입니다. 12개의 일정이 분단위로 세세하게 표시돼 있습니다.

오른쪽은 아베 일본 총리의 일정표입니다. 8시25분, 33분, 46분, 54분. 9시6분, 30분, 55분. 그날 일정이 끝난 뒤 언론을 통해 전국민에게 공개됩니다.

국가지도자가 1분1초, 한 순간 한 순간에도 공적인 인물이라는 걸 보여주는 아주 단적인 사례가 될 겁니다.

[앵커]

대통령이 머리를 했는지, 안했는지,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런 행동이 보여주는 공적 의미가 무엇인지가 본질 아니겠습니까?

[기자]

머리를 한 것도 청와대 설명대로라면 20분이라는 건데 7시간의 의혹이 있습니다. 전혀 해소되지 않았죠. 그런데 사적인 영역, 사생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요?

[앵커]

네,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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