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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바뀐 일상…생활 속으로 번진 '촛불'

입력 2016-12-06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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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광화문에서 촛불집회가 열린 지 39일째입니다. 매주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촛불집회는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서 삶의 모습들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일상의 풍경들, 밀착카메라가 담아왔습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청운동입니다. 청와대와 가까워 집회나 시위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곳. 그런데 지난달 26일 촛불집회 때부터 이곳이 뚫리기 시작했습니다.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오면 바로 이 회색 건물이 보입니다. 간판은 없지만 이곳은 서울 효자치안센터입니다. 이곳에서 청와대 담벼락까지 불과 100m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청와대 턱밑인 건데 제6차 촛불집회 때 이곳까지 행진이 허용됐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스티커가 붙어있는 등 집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그래도 평일에는 전과 똑같이 청와대 분수대 앞까지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여기도 달라진 게 있습니다.

관광객이 도심 투어버스를 타고 내리는 청와대 사랑채 버스 정류장입니다. 이쪽을 보면 도심 집회 행진으로 버스 정류장을 임시 폐쇄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폐쇄해야 할지 기약이 없다 보니 이렇게 '12월 중 매주 토요일'이라고만 적어놨습니다.

'청와대 동네'란 자부심이 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곳 민심도 식은 지 오래입니다,

당장 연말연시 메시지를 전시해온 동네 커피숍 유리창엔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메모들만 가득합니다. 주민들도 불만이 쌓여갑니다.

[서울 청운동 주민 : 물러나야지. 동네 아줌마를 시켜놔도 그 정도는 해. 대통령.]

주말마다 동네를 에워싸는 경찰버스 차벽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서울 청운동 주민 : 소음도 소음이고 그 배기가스 계속 나오잖아요. 그 냄새 때문에. 국민만 고생시키는 거죠. 누가 고생하겠어요.]

토요일마다 인파가 몰리면서 바빠진 곳도 있습니다. 바로 주변 식당들.

[구자준/식당 주인 : (보통) 300인분 준비를 하는데. 저번에 600인분 이상 넘게 나가서 재료를 계속 공수를 해와도 재료가 없어서 못 팔았어요.]

이렇게 촛불국면 이후 변화는 '촛불의 공간' 광화문 광장에서 더욱 또렷하게 목격됩니다.

지하철 광화문역 9번 출구입니다. 서울 도심 집회의 중심인 광화문 광장과 바로 이어져 이용객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 머리 위쪽을 보실까요. 출구명이 '박근혜 즉각 퇴진역'이라고 바뀌어 있습니다.

이곳에선 일상에까지 촛불을 밝힌 시민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안승현/서울 행당동 : 7시 정도 퇴근하고 바로 왔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안 되는 사람 되니까, 그래서 나왔어요.]

차량 뒷유리에 탄핵 스티커를 붙인 채 다니는 시민도 광화문에선 만날 수 있었습니다.

[최현준/서울 냉천동 : 이번 탄핵에 마지막 진짜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이제는 국민이 생활 속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달았습니다.]

하야와 탄핵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아파트 단지에 내걸리는 건 이제 흔한 일.

[임수정/경기 파주시 운정동 : 아기 보느라 같이 동참을 못하는 게 조금 미안하기도 해서 집에서 간접적으로 의견을 표출하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이런 현수막을 제작하느라 때 아닌 특수를 맞은 현수막 업체 대표도 바쁘게 손을 놀리는 가운데서도 시대의 변화를 생각합니다.

[이상철 대표/현수막 출력업체 : 옛날 같으면 이런 것 못찍죠. 시국도 많이 변하고 국민적으로 하는 운동이다 보니까. 주말 지나면 많게는 한 120~130장씩 들어오고요.]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진리를 매주 실현하고 있는 거대한 촛불 행렬은 시민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일상을 차근차근 바꿔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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