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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오염된 순수의 시대"

입력 2016-12-06 22:40 수정 2016-12-0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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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시내버스 요금은 얼마인가"

청문회 출석을 앞둔 기업총수들은 지난 며칠 내내 이른바 '열공모드' 에 돌입했다고 전해집니다.

버스요금 같은 돌발질문이 나오면 미리 외워간 답변을 해야 하나…아니면 너무 작위적으로 보이니 솔직하게 모른다 고백해야 하나.

직원들은 로비에서 국정조사장 까지의 보폭을 꼼꼼히 사전 체크했고 모의 국정조사를 열어 예행연습을 해본 총수도 있었다고 하는군요.

사상 최대 규모. 대기업의 총수들을 한자리에 모은 국정조사. 그렇게 준비한 그들의 실전은 이러했습니다.

답변은 하나같았습니다. '총론' '긍정' '각론' '부정'

잘못했다고 입을 모았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내라 하니, 냈다는 것.

받은 사람도 사심없는 순수한 마음이었다 했고, 내는 사람도 대가를 원치 않는 순수한 마음이었다고 하는… 그래서 순수라는 단어의 뜻을 다시 한 번 뒤져보게 만드는 오염된 그 '순수의 시대'.

사람들은 지금으로부터 28년 전 5공 비리 청문회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라고 하니 내는 게 마음 편할 것 같아서"

전두환 정권의 뒷돈을 모을 요량으로 설립된 일해재단에 선뜻 돈을 내놓았던 기업들 역시 강제성은 있었지만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고 국회가 입증하지 못한 그 두터운 정경유착의 고리는 28년이 지난 오늘 도돌이표로 돌아와 데자뷰가 됩니다.

정경유착 끊겠느냐는데도 즉답을 못하는 이 나라 최고의 재벌총수…하기사 그것이 어디 재벌 혼자 결심한다 해서 될 일은 아니긴 하지만 그 머뭇거림 속에 어찌 보면 모든 답이 있는지도 모르지요.

유착 없이 팽창은 없었기에, 정치권력은 국민들의 투표로 바꾼다지만 경제권력은 바뀌지 않는 권력. 영어사전에도 올라있는 재벌. 바뀌지 않는 권력이 부패하면 우리에겐 어떤 희망이 있는가.

그래서 우리는 자문합니다. 역사는 되풀이 되는가, 아니면 발전하는가.

답은 하나. 잊어버리면 되풀이되고, 실천하면 발전하는 것.

오늘 우리가 그들에게 실천하길 바란다면 그것이야말로 너무 순수한 것인지요.

오늘(6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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