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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대통령 하야 시점' 국회가 정할 수 있나?

입력 2016-12-01 22:13 수정 2016-12-0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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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월 말 하야, 6월 말 대선. 새누리당이 오늘(1일) 정한 당론입니다.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힌 지 이틀만입니다. 그런데 오늘 팩트체크는 이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보려고 합니다. 국회가 대통령의 '하야 시점'을 정할 수 있는 것인가? 어디에 근거가 있는 것인가?

오대영 기자, 오늘 새누리당 친박, 비박이 갑자기 한목소리를 내고 있죠?

[기자]

갑자기 그렇게 됐죠. 하지만 여당 혼자 한다고 될 일이 아니고, 우선 야당이 동의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야당이 동참한다고 또 될 일은 아닙니다. 이게 법적으로 강제를 할 수 있느냐, 1월이든, 4월이든, 그건 아주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앵커]

야당은 지금 반대하고 있죠. 그런데 찬반을 떠나서 이게 법적으로 가능은 한가요?

[기자]

국회가 대통령 물러나게 할 법적 근거는 2가지밖에 없습니다. 탄핵과 개헌입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하야 쪽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4월 말이라는 시점까지 정해서 대통령에게 요구하자고 합니다. 굳이 법적으로 따지면 근거가 없습니다. 정치적인 약속을 하라는 요청일 뿐입니다.

[앵커]

어쨌든 여야가 협상을 통해서 날짜를 정하라고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법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얘기는 국회가 날짜를 정하더라도, 대통령에게 반드시 지키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는 뜻이네요?

[기자]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습니다. 하야는 결국 대통령이 스스로 마지막에 결단을 내리는 수단입니다. 그리고 역대 세 명의 대통령이 하야했습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스스로 결단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통령이 이 결정을 국회로 떠넘겼습니다.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해석의 여지가 많습니다. 사실상 하야라는 정체불명의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이걸 '아예 법을 만들어 못 박으면 안 되느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고 많은 시청자들이 저에게 의문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런데 쉽지가 않습니다. 헌법과 충돌하게 됩니다.

[정태호 교수/경희대 (헌법학) : 이게 위헌인지 여부를 따지려면, 여야가 합의해서 (강제로) 법을 개정해서 임기를 단축한다면, 그건 위헌 문제가 제기되죠.]

일단 첫 번째 결론, 결국 국회가 하야 시점을 대통령에게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고 건의는 할 수 있고, 약속이 안 지켜지면 또 방법은 없습니다.

[앵커]

그런데 대통령이 이미 국민 앞에 '국회에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잖아요. 일종의 대국민 약속인 셈인데 강제든, 건의든 거절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기자]

그렇게 된다면 국민들이 다 그렇게 원하시겠죠. 저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그런데 과거 사례를 볼 필요가 있는데 앞서 3명의 대통령이 하야를 했다고 했는데,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하야 선언 1주일 뒤에 물러났습니다.

[이승만 대통령 하야 선언 (1960년 4월 26일) : 첫째는 국민의 원하는 대통령직을 사임할 것이며, 둘째는 지난번 정부의 공영선거를 많은 부정이 있었다 하니 선거를 다시 하도록 지시하였고…]

최규하 전 대통령도 이틀 만에 떠났습니다. '즉시 하야'였죠. 그런데 윤보선 전 대통령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렇지 않다는 건, 하야 선언하고 즉시 물러나지 않았다는 얘기인가요?

[기자]

네. 윤 전 대통령은 1961년 5·16쿠데타 3일 뒤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 국민 앞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을 결심하고 이를 성명하는 바입니다"

즉 즉각 퇴진을 발표한 거죠. 그런데 바로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것(하야)이 국제, 국내적 관계에 영향이 있다고 하므로…지금 이 나라 형편을 생각해서 번의 해야 될 것 같다"

하루 만에 번복한 거죠.

[앵커]

국익을 이유로 번복한 사례가 있는 건데 그럼 언제 물러났나요?

[기자]

저게 1961년도잖아요. 다음 해 62년도인 3월 22일에서야 하야를 했습니다. 처음 하야 선언 뒤 10개월 만입니다. 당시에 모든 질서는 안정되고 안심하고 물러나갈 결심을 했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습니다.

[앵커]

그런데 저 때와 지금은 시대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무척이나 다르잖아요?

[기자]

다릅니다. 단순비교할 수 없죠. 당시는 5·.16쿠데타와 맞물려 하야를 선언한 거고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직접적인 하야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

내각제 하의 대통령이라는 것도 다릅니다. 그럼에도 제가 과거 사례를 장황하게 설명드리는 건 '하야'의 실체를 한 번 보자는 겁니다. 그리고 만약도 한 번 가정해보자는 겁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즉시 하야가 아닌 예고 하야를 하겠다고 합니다.

법이 만능은 아닙니다만, 하야를 이때 하라, 라고 시점을 정해서 강제할 법적인 수단은 없습니다. 그냥 정치적인 신의로 서로를 믿는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질서 있는 퇴진은 헌법이 정하는 질서에 따라 퇴진하는 것", "헌법이 정하는 사퇴는 즉각 사퇴고, 몇 달 지나서 사퇴하겠다는 조건부 사퇴는 안된다"라고 하면서 대통령이 말 바꾸면 방법이 없다고까지 했습니다.

여당은 지금 정치협상으로 하야 시점을 정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은 국회는 물론이고 대통령에게조차도 그런 권한을 주지 않았다는 게 저희 취재 결과입니다.

[앵커]

법적 근거가 없는 어찌보면 사상누각 같은 논의가 국회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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