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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6도 더 따뜻한 '촛불 현장'…12시간의 기록

입력 2016-11-21 22:15 수정 2016-11-2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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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던 한 여당 의원의 말이 무색하게 지난 주말의 촛불집회는 전국에서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밀착카메라가 실제 촛불집회 현장의 열기를 한번 측정해봤는데요. 촛불을 밝힌 시민들 사이의 온도는 관측기온보다 무려 6도가 높았습니다. 토요일 집회의 12시간을 담아왔습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19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광장은 일찌감치 시민들로 들썩입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반발해 광장에서 밤을 보낸 예술인들이 텐트 밖에 나와 농성을 이어갑니다.

[신유아/설치미술작가 : 집에서 뜨개질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닌 거 같아서 박근혜 대통령이 내려올 때까지 길바닥에서 뜨개질하면서 농성하는 거예요.]

이 텐트 안에는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이 보내온 응원 물품이 가득 쌓여있습니다. 안쪽을 보면 갓 지은 따뜻한 쌀밥도 있고 컵라면과 목도리 같은 보온용품도 있습니다.

풍물패 놀이판에는 최순실씨의 모습도 보입니다. 최씨로 분장한 연극인입니다.

[김한봉회/연극인 : 즐겁게 웃으면서 세상 바꾸고 싶어서 이렇게 나왔고요.]

한 남성은 새끼손가락으로 박스를 들어 보이며 검찰의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을 비꼽니다.

이렇게 광장은 시위와 풍자, 그리고 놀이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거듭났습니다.

해가 완전히 진 오후 6시 반. 청와대로 가는 길목마다에는 경찰 버스가 배치돼 있습니다.

경찰 버스는 이렇게 성인 한 명이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빼곡히 주차돼 있습니다. 시민들은 이 경찰 차벽에 아기자기한 꽃무늬 스티커를 자발적으로 붙여놨습니다.

촛불집회의 원동력은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의 조직력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의 손을 잡고 나온 평범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였습니다.

[남영철/서울 상계동 : 아이들이 컸을 때 지금보다 더 밝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거리는 작은 촛불이 모여 물결을 이루고 거대한 촛불 파도는 굽이쳐 나아갑니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국민의 명령이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 가운데 하나인 경복궁 네거리 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카메라를 이용해 높은 데서 바라봤더니 이 도로는 촛불을 든 시민들로 빼곡히 채워졌습니다. 밀착카메라팀도 시민들과 함께 이 도로를 걸어보겠습니다.

순식간에 율곡로는 촛불을 든 시민들로 들어찼습니다.

많은 시민들로 행진을 이어가지 못하고 도로 위에 잠깐 멈춰 섰습니다. 이곳의 기온을 온도계로 측정해봤더니 20.6도까지 치솟았습니다.

같은 시각 기상청이 발표한 바로 옆 서울 사직동의 기온은 14도.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였지만 서로의 체온과 촛불 열기로 덥혀진 집회 현장의 온도는 무려 6도나 높았던 겁니다.

밤 10시 세종로 파출소. 집회에서 연행된 인원 없이, 조용한 가운데 시민들의 발길만 이어집니다.

[김영식 행정관/서울 종로경찰서 : 고맙습니다. 저희가 찾아 드릴게요.]

연락처를 남기면 사례를 받을 수 있지만, 신고한 학생들은 손사래를 칩니다.

[박지수/서울 서초동 : 누구나 주우면 갖다 주고 그러지 않을까요? 다 좋은 뜻으로 모인 거니까.]

수능을 마친 수험생은 여동생과 거리에 남아 쓰레기를 늦도록 주워 담습니다.

[김경민·김민지/경기도 화성시 : 누군가는 치워야 하는데 이럴 거면 내가 치우자 해서. 한 네 바퀴는 돈 거 같은데 (쓰레기가) 적어요.]

이런 손길 덕분에 집회가 끝난 후에도 도로는 깨끗했습니다.

이날 촛불 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주최 측 추산 전국적으로 95만 명. 하지만 시민들은 평화를 외쳤고 경찰 연행자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새벽 1시를 향해가는 이 시각 서울 광화문 주변 도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원활하게 교통 통행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촛불을 더욱 뜨겁게 밝히는 건 바로 이 시민의식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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