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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시니어 낙원?…별장촌 된 '은퇴자 마을'

입력 2016-11-1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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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지방자치단체가 은퇴자들의 귀농이나 귀촌을 유도하기 위해서 수십억원 예산으로 이것저것 지원해주는 '시니어 낙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초 취지와는 달리 상당수가 개인 별장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야트막한 산 아래로 다양한 모양의 주택이 옹기종기 들어서있습니다.

강원도 홍천의 한 시니어 낙원입니다.

마을 맞은편에서 잠시 마을을 지켜봤는데요.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가 않습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마을을 한 번 둘러보겠습니다.

마을 곳곳을 둘러봐도 사람을 만날 수가 없습니다. 10여 분만에 처음 만난 마을 주민은 평일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이유는 집 주인들이 이곳을 별장처럼 쓰기 때문입니다.

[마을 주민 : 이제 보통 집들은 (사람들이) 금요일날 오죠. 거의 다 서울에 집 있고 여기 집 있고 그래요. 금요일날 와가지고 이제 일요일까지 있다가…]

시니어 낙원은 강원도가 2009년부터 시행해온 제도입니다. 중장년층의 정착을 유도해 인구 감소를 막고 세수도 확보해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이를 위해 도로와 상하수도 등 마을 기반 시설을 지자체 예산으로 지원했습니다. 지금까지 들어간 예산만 모두 30억여원.

하지만 이렇게 마을은 정착촌이 아닌 별장촌이 돼있는 겁니다.

근처 다른 시니어 낙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전체 가구 중 실제로 상주하는 곳은 절반도 채 안됩니다.

[마을 주민 : 앞으로 정년퇴직해서 내려오시려고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지금은 휴일에만 오다가) 나이 먹고 5년, 10년 있으면 내려오겠지.]

원래 인근에 살던 기존 주민들은 예산 낭비라고 지적합니다.

[기존 주민 : 도로야 다 군청에서 놔주지. '여기 인구가 늘까' 하고 저걸 해준 거지.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잖아.]

이런 일이 벌어진 건 강원도가 시니어 낙원 지원 대상 마을을 선정하면서 아무런 조건도 내걸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입주자의 나이 제한이나 상주여부 등을 전혀 따지지 않고 지원해준 겁니다.

이러다 보니 시니어 낙원 입주민들 중에는 자신이 예산지원을 받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나와 있는 이곳은 다른 곳과 달리 공동주택 식으로 지어진 뒤에 시니어 낙원으로 지정이 돼서 지원을 받은 곳인데요. 지금 저녁 8시가 다 돼가는 시각인데 보시는 것처럼 한두 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불이 꺼져 있는 상황입니다.

[해당 아파트 관계자 : 시니어 낙원 사업이 뭐죠? 처음 들어보네. 상주하는 분들은 반쯤 되고 서울에 있다가 내려오고…]

이런 주민들 중에선 지인에게 집을 콘도처럼 빌려주기도 합니다.

지원을 해줬지만 정작 마을 조성은 기약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닷가 근처의 공터입니다. 무성한 잡초 사이로 각종 배관과 전신주가 눈에 띕니다.

허허벌판에 도로만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바로 시니어 낙원 사업의 일환으로 지자체가 지원을 해준건데요. 몇년 째 마을 조성 공사가 중단된 상태지만 별다른 대책은 없는 상황입니다.

[강원 OO군청 관계자 : 허가 나간거는 저희들이 어떻게 할 수가 없죠. 기반시설 (지원)이 도로포장으로 된 건데 그거를 어떻게 돌려받을 수 있는 건 없죠.]

정상적으로만 운영되면 지자체도 수혜자들도 만족할 수 있는 제도인데, 느슨한 운영이 문제인 겁니다.

[마을 주민 : (다른 사람들도) 어쩔 수 없이 서울에 거주하는 것뿐이지. 꿈은 다 전원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 우리는 여기서 재밌게 살고 있거든요.]

철저한 계획 없이 책상머리에서 만든 정책은 용두사미로 끝나기 쉽습니다. 지금이라도 시니어 낙원이 제 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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