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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S] "재앙 속 희망"…'판도라' 2016년 마지막 문제작 탄생(종합)

입력 2016-11-09 12:19 수정 2016-11-0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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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S] "재앙 속 희망"…'판도라' 2016년 마지막 문제작 탄생(종합)
그저 그런 재난 블록버스터가 아니다. 사상 초유의 재앙을 다룬 문제작 '판도라'가 드디어 스크린에 등판한다.

9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는 영화 '판도라(박정우 감독)'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날 제작보고회에는 박정우 감독을 비롯해 김남길 문정희 정진영 강신일 김대명 유승목 김주현이 참석해 영화를 처음으로 소개하며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전했다.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사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12월 개봉을 확정지은 '판도라'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최근 한반도에서 실제로 지진이라는 재난이 발생해야 했기 때문. '판도라'는 여기에 원전 폭발이라는 사상 초유의 소재를 녹여내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비공식적으로 진행된 '판도라' 모니터 시사회에서 관객들은 현실에서 발생한 재난 상황이 '판도라' 관람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칠 것 같냐는 질문에 80% 이상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 "개봉 가능할까 걱정"
[현장IS] "재앙 속 희망"…'판도라' 2016년 마지막 문제작 탄생(종합)
[현장IS] "재앙 속 희망"…'판도라' 2016년 마지막 문제작 탄생(종합)
소재와 스토리가 스토리인 만큼 감독과 배우들은 개봉 자체에 깊은 의미를 표했다.

김남길은 "우리 영화는 소재 자체가 지진으로 인한 재앙으로 시작되기는 하는데 인간 이기심과 자본 이기심 때문에 발생하는 큰 사건을 다룬다"며 "원전 소재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전체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자리가 굉장히 뜻깊다"고 말했다.

정진영은 "가상의 이야기가 현실화 됐다. 사실 놀라기도 했다. 영화가 보여줄 것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고, 문정희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고 소개할 수 있게 된 자체가 남다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신일은 "이 영화가 제작이 될 수 있을까 싶었다. 제작이 된다 하더라도 개봉이 가능할까 그런 염려들은 다 있었다"며 "하지만 대본을 읽고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유승목은 "자긍심이 있었고 진작에 나왔어야 하는데 지금이라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진심을 표했다.

▶ 이쯤되면 문제작…박정우 감독의 도발
[현장IS] "재앙 속 희망"…'판도라' 2016년 마지막 문제작 탄생(종합)

'판도라'에는 국가적 재난 상황이 선포된 만큼 어김없이 대통령이라는 캐릭터가 존재한다. 이 날 제작보고회에서 시국을 겨냥한 거침없는 발언들을 쏟아낸 박정우 감독은 대통령 캐릭터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박정우 감독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도 이름이 오른 상황. "영광스럽다"고 입을 뗀 박정우 감독의 이야기가 곧 '판도라'다.

박정우 감독은 "4년 전에 쓴 시나리오 속 대사들이 지금 현실에서 고스란히 표현되고 있다. 깜짝 깜짝 놀라긴 했다. 물론 반갑지는 않다"며 "사실 대통령을 우리나라 영화에서 표현하는 것은 힘들다. 등장을 안 시키고 싶은 것이 창작인의 솔직한 생각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조금은 불행한 시절에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창작자의 몫이기도 하다"며 "사실 대통령은 멋있게 만들면 비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만들면 짜증나는 인물이라 어느 쪽에 붙일 수는 없다. 다만 이번 영화는 김명민이라는 배우를 두고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고 단언했다.

이와 함께 박정우 감독은 "아무런 해결책과 탈출구 없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그저 관객들을 겁주기 위한 상업적 영화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내가 판단하기에 지금은 늦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박정우 감독은 "시국 사건에 관련해서 내 영화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한 국민으로서는 너무 절망스럽고 '이게 나라냐' 욕이 절로 나오는 상황인데 최근 도올 김용옥 선생님이 '엄밀히 따지고 보면 잘못 된 것을 고치고 고른 것을 도려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절망이 아니라 희망의 시간일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 영화도 같은 맥락에서 관객 분들에게 전달되고 관객 분들이 원자력 발전소 현실에 대해 관심 가져주시고 참여해 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같이 죽자" 배우들도 똘똘 뭉쳤다
[현장IS] "재앙 속 희망"…'판도라' 2016년 마지막 문제작 탄생(종합)

김남길 정진영을 비롯해 문정희 김대명 강신일 김주현 유승목은 '판도라'라는 영화의 제작을 걱정 하면서도 출연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지는 않았다. 이 영화로 인해 어떻나 불이익이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런 것을 고려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특히 정진영은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한다는 것 자체가 나를 흥분시키는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내 인생 영화가 될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배우가 아니라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한 사회의 일원으로써 많은 분들과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내부자들'이라는 영화를 봤다. 보면서는 '너무 과장되게 그리지 않았나' 생각했다. 근데 그게 현실이 됐다. 더도 덜도 없이 현실이 그대로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상의 이야기가 현실이 안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이 영화에 출연한다고 해서 어떤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남길은 "감독님께서 '같이 죽자'는 말씀을 하셨었다"고 귀띔해 웃음을 자아냈고, 박정우 감독은 "여럿이 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며 "민감한 소재를 다뤘지만 우리는 결코 선동하기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니다. 가장 큰 목표는 관심이다. 대중이 관심이 사회를 건전하게 바꾼다고 생각한다. 강직한 뜻을 또 한 번 강조했다.

'판도라'는 2016년 마지막 달 12월 개봉한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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