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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세계유산'이라기엔…남한산성의 '민낯'

입력 2016-11-0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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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한산성은 유네스코도 인정한 우리의 문화 유산입니다. 그런데 밀착카메라가 직접 가봤더니 세계문화유산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울 만큼, 방치되고 있습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17세기 초 조선 인조가 축성한 남한산성입니다.

지난 2014년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휴일이면 이 남한산성 한복판에선 술판이 벌어집니다.

등산객이 잠시 쉬어갈 수 있게끔 조성된 공원입니다. 그런데 보시면 간이 책상 여러 개를 설치했는데 주변에서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나무 군락 아래에서는 돗자리를 펴고 그 위에서 음주 행위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겠습니다.

[(막걸리 두 잔만 줘요.) 이리 오세요. 막걸리 두 잔?]

막걸리를 잔술로 파는 상인은 오히려 화를 냅니다.

[노점상 : 막걸리 판매하는 데요, 찍지 마세요. 찍어서 나오면 가만 안 있어. 불법인데 얼굴 나오게 하지 말라고요.]

상마다 술안주가 깔려있고 취기가 오른 등산객도 보입니다.

[등산객 : 아니, 우리하고 막걸리 한잔하고 가쇼.]

이런데도 산성관리소 차량은 노점을 못 본 척 지나가 버립니다.

성곽을 따라 성업 중인 노점만 7곳. 업주들은 큰소리까지 칩니다.

[노점상 : 벌금 500만원 나왔어요. 누구 개 이름이에요? 세금 안 내고 장사한다는데 물건 사 올 때 세금 다 부과돼서 나옵니다.]

그즈넉한 산행을 기대했던 등반객들은 눈살을 찌푸립니다.

[이은전/등산객 : 어묵을 팔고 막걸리도 있거든요. 금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여기가 세계문화유산이지 않습니까?]

세계문화유산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는 모습은 이뿐이 아닙니다.

환경봉사대와 함께 등산로 주변을 손으로 파헤쳐 봤습니다.

불법 건축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곳 조금 아래로 내려와 땅을 파봤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쓰레기가 한가득 발견됐습니다.

자세히 살펴봤더니 이렇게 오래된 프라이팬도 버려져 있고, 깨진 반쪽짜리 장독도 버려져있었습니다. 또한 운동화며 각종 신발도 발견됐고, 지금은 사라진 브랜드 맥주병도 버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지금은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지 않은 라면 봉지도 구할 수 있었는데 뒷면을 봤더니 소비자 가격이 33원, 제조년월이 74년 8월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이렇게 쓰레기가 한가득 발견된 곳은 산속 깊은 곳이 아닌 불과 등산로 초입입니다.

수십년 묵은 쓰레기가 방치되고 있는 게 남한산성의 현실인 겁니다.

[조갑식/남한산성 환경봉사대 : 안 치우는 거예요. 바닥은 위에 덮어져 있으니까 안 보이잖아요. 그러니까 내버려 둬 놓는 거죠.]

그럼 눈에 보이는 문화재는 제대로 보존되고 있을까.

제1남옹성 정비공사 현장입니다. 출입 금지 팻말은 바닥에 나뒹굴고 성곽을 따라 각종 건축자재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발굴된 담장이 비바람에 침식되는 걸 막기 위해 파란 천막으로 잘 동여맸어야 하는건데 보시는것처럼 찢겨져 그 모습이 훤히 드러나있습니다.

옛 담장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기존 복원 공사가 중단된 뒤 7개월째 방치되고 있습니다.

[남한산성 세계유산센터 관계자 : 예산이 부족해 추가로 예산을 받아서 진행하는 거예요. 발굴과 설계를 해야 해서 바로 진행을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어요.]

남한산성에서 출토된 유물 보관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세계유산 등재 당시 유물 3000여 점을 보관할 박물관을 건립하겠다고 유네스코에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남한산성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 받았다며 떠들썩하게 자축했습니다. 그런데 문화유산을 관리하고 보존해야 할 우리의 책임은 다하고 있는 건지, 2년이 지난 남한산성의 모습은 초라하기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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