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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벗어난, 충격의 '최순실 파일'…어떻게 이런 일이

입력 2016-10-24 21:14 수정 2016-11-0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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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까지 보신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연설부터 일상이라고 할 수 있는 국무회의나 청와대 수석회의 모두발언까지 그 내용을 최순실 씨가 미리 받아봤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사실 상식선에서 보자면 믿기 어려운 일들이지요. 청와대 업무 특성 등을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다시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서복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서 기자, 대통령의 연설문 또는 발언자료가 미리 외부로 나가는 것, 이게 일상적으론 있을 수 없는 일은 맞죠?

[기자]

네, 흔히 정부 사이드에서는 대통령을 VIP라고 부르고 대통령의 발언 예정 내용을 'VIP 말씀자료'라고 부르는데요.

그 말씀자료가 새나갈 경우 현 정부뿐 아니라 역대 청와대에서도 민정수석실이 직접 나서서 경위와 출처를 확인할 정도로 민감하게 보는 사안입니다.

[앵커]

그럼 그 소위 '말씀자료'라는 게 작성되는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과정에 대한 공부가 잠깐 필요할 것 같은데요.

[기자]

청와대 조직도를 보면서 설명 드리면요.

지금 여기 보시는 게 청와대 조직도인데요, 분야별로 여러 수석실이 있죠. 대통령이 예를 들어 8·15 경축사처럼 큰 연설을 할 일이 있으면 이들 각 수석실에서 해당 분야의 메시지를 담아서 연설문 형태로 보냅니다.

이때 이걸 취합하는 건 역대 청와대에서도 마찬가지고 지금도 역시 바로 '연설기록비서관'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 쓴 초안이 실제 연설까지 그대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아닌가요? 검토 과정이 있을 텐데.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청와대에서는 '읽을 독, 모일 회' 즉 '독회'라는 걸 열어서 연설문을 검토하는데요.

그런데 이전 청와대와 현 청와대 간에는 바로 여기서 차이가 발생합니다.

이전에는 초안이 나오면 대통령 주재로 독회를 열어서 많게는 10여 차례씩 수석들과 함께 연설문을 읽어가면서 의견을 보태고 문장을 다듬어왔습니다.

하지만 복수의 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에게 확인한 결과 현재 청와대에서는 비서실장 주재의 독회는 종종 열리지만,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는 독회에서 연설문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사례는 손에 꼽을까 말까 하는 아주 드문 자리였습니다.

결국 참모들이 독회를 거쳐 의견을 모은 뒤, 그 상태에서 부속비서관실로 넘긴다는 건데요.

그 이후 수정 과정에 대해선 수석들은 물론 비서실장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게 공통된 증언이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건 추정이긴 합니다마는, 바로 그 과정, 비서실장 독회 이후에 부속실로 넘어간 이후에 이것이 혹시 최순실 씨한테 갔을 가능성… 이걸 생각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네요.

그런데 이원종 비서실장은 "현 청와대에도 독회 시스템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건 자신 주재의 독회 시스템을 얘기한 모양이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원종 비서실장의 발언은 바로 방금 말씀드린 현 청와대의 특징을 오히려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잠깐 들어보실까요.

[이원종/대통령비서실장 (지난 21일) : 광복절 행사라든지 큰 행사는 전 수석실에서 전부 나서서 의견을 모으고 다듬고 몇 차례 독회를 거쳐서 올립니다. 여기에 어떻게 개인이 끼어들 수 있는가… 그건 성립 자체가 안 되는 일입니다.]

[앵커]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좀 아까 말씀드린 대로 현 청와대의 독회라는 건 비서실장 주재로, 대통령에 올리기 전까지 초안을 만드는 자리, 이렇게 볼 수가 있을 것 같은데,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고 있는 수석비서관들도 연설문이 최종적으로 나오기까지 그 정확한 내용은 알기 쉽지 않은 것이 현재 청와대 시스템이다, 그렇게 보면 될 것 같습니까?

[기자]

예, 그렇습니다. 한 전직 청와대 직원은 "대통령이 연설을 직접 하기 수분 전에야 부속실에서 e메일로 연설문을 보내주는 일이 많았다"면서, 이러다 보니 "수석들도 연설문을 다 읽어보지 못한 채 연설 자리에 배석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사실 이렇게 지금 얘기한 대로 연설문에 대해 비밀이 철저했던 것, 보안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외부에 있는 최 씨한테 미리 공유가 계속됐다면 앞뒤가 안 맞는 상황이 돼버리고 마는데요.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메시지를 관리해본 사람들의 얘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대통령의 연설을 담당했던 전직 비서관이나 수석들에게 이런 상황에 대해서 좀 물어봤는데요.

한 전직 대통령의 연설 담당자는 "마지막 단계에서 특정인 또는 특정집단과만 대통령의 메시지를 공유하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이러면서 "일단 대통령 연설 최종 단계에서 공유하려면 국정 전반에 대한 정보가 많고 정무감각도 뛰어나야 할 수 있는 일이어서 일반 외부인이 하기는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연설 등 메시지를 마지막 단계에서 특정 외부인과만 공유를 계속 하면 특정 의견만 메시지에 반영하게 돼 내용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연설문 작성에 관여하는 일 자체가 그저 글을 다듬는 데 기여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실은 국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중차대한 일이어서 아무나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일이란 뜻이었습니다.

[앵커]

저희가 취재한 내용은 청와대의 민감한 대통령 발언록이 사전에 외부로 나갔다, 정확히 말하면 최순실씨 사무실에 있는 PC에 그 모든 게 들어있었다는 거고요. 이 부분이 누가 들여다본 거냐, 첨삭이 됐다면 누가 왜 한 거냐, 이런 부분은 계속 확인이 필요한 내용이겠지요. 저희가 2부에서 서복현 기자를 다시 이 자리에 모실 텐데, 그때는 저희도 좀 이례적으로 취재 과정을 일부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서복현 기자였습니다.


□ 최순실씨 PC에서 발견된 대통령 연설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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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사회부 소셜 스토리에 의해 게시 됨 2016년 10월 24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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