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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프로야구 승부조작 보도 유감

입력 2016-10-2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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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매체가 타사 보도에 대해 지적하는 건 대체로 적절치 않다.

하지만 일간스포츠는 스포츠 전문 매체다. 프로야구의 보도 비중이 가장 높다. 그래서 문화방송(MBC)의 탐사보도프로그램인 PD수첩이 지난 18일 방송한 ‘프로야구 승부조작, 아는 형님의 덫’은 유감이다.

PD수첩은 안모씨라는 인물을 ‘프로야구 승부조작 조직의 일원’으로 소개하며 그의 주장을 소개하는 데 많은 방송 분량을 할애했다. 프로야구 현역 선수 14명을 승부조작에 가담시켰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방송된 안씨의 주장에서 '팩트'로 볼 수 있는 건, 그가 선수들과 친분이 있으며. '승부조작 내역'을 기록한 장부를 갖고 있다는 게 전부였다.

프로야구 주위에 선수와 친분을 맺고 ‘스폰서’ 노릇을 하는 사람은 널려 있다. 장부는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 안씨가 프로야구단에 폭로를 위협하며 금품을 요구했다는 주장은 방송에서도 나왔다. 선수 14명이 연루된 승부조작이 실제 있었다면 프로야구 근간을 뒤흔드는 대형 사건이다. 그러나 PD수첩은 안씨의 주장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면 과연 왜 미완성 상태인 취재를 보도까지 해야 했을까.

일간스포츠는 안씨의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14명이라는 숫자부터가 너무 많다. 14명을 승부조작에 가담시켰다면,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며 ‘관리’한 선수는 수십 명이 넘는다는 말이 된다. 관리 비용만 해도 엄청나다. 안모씨는 현재 금전적으로 곤궁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승부조작 사건은 처음에 친분을 이용한 매수와 포섭으로 시작된다. ‘능력있는’ 브로커라면 인맥, 학맥으로 여러 선수를 포섭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모씨의 이른바 ‘리스트’에는 출신 학교가 제각각인 여러 구단 선수들의 이름이 적혀져 있다.

그리고 14명의 이름이다. 수퍼스타급 선수가 다수 포함돼 있다. 일간스포츠는 지난 9월 대만에 특별취재팀을 파견해 과거 대만프로야구 승부조작에 연루됐던 선수, 브로커, 폭력조직 간부 등을 취재했다. 당시 취재에 참여했던 인사는 “승부조작 조직은 대형 선수는 건드리지 않는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포섭도 쉽지 않다. 처음에는 주목을 덜 받는 신진, 비주전급이 대상이 된다. 안씨는 승부조작의 속성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 스타들도 가담시켰다는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금 KBO리그는 수많은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하고 있거나, 조작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곳곳에서 정황이 나타나야 한다. 실제 대만프로야구가 그랬다. 여러 경기에서 조작 의혹이 발생했고, 팬들이 항의했다. 취재하는 언론 기자는 협박을 받기도 했다. 아직 한국프로야구에 그런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 과거 대형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했던 프로축구나 프로배구와 프로야구의 상황은 다소 다르다. 올해 관중 800만 명이 야구장에서 경기를 지켜봤고, 전 경기가 중계된다. 감시의 눈이 많다. 선수 연봉도 높은 편이다. 대형 조작사건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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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 주장의 신뢰성은 곳곳에서 부인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안씨 장부에서 고의볼넷 조작을 했다고 적힌 경기 영상을 확인했다. 스트라이크를 던졌는데 주심이 볼로 판정해서 볼넷이 됐다”고 말했다. 안씨가 조작에 가담시켰다는 선수 측은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자신을 소개해 한 번 만난 적은 있다. 그런데 초등학교 이름이 달랐다”고 말했다. 한 전직 프로야구 선수는 안씨와 아는 사이다. 그는 “그 친구는 승부조작을 실행할 머리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안씨 주장을 검토한 적도 없고,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단언했다.

올해 승부조작 사건에서도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을 뿐, 알려진 선수 외 여러 명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결과는 무혐의였다. 물론, 승부조작 사건은 수사를 통해 전모를 밝혀내기 쉽지 않은 속성이 있다. 그래서 프로야구는 승부조작에 대해 늘 경계심을 가지고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PD수첩의 보도는 너무 나갔다.

PD수첩은 안씨의 허술한 주장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며 “한국프로야구는 폭풍전야”라고 겁을 줬다. 폭풍전야에 직면한 건 프로야구인가, MBC PD수첩의 신뢰성인가.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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