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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유족은 패륜아"…도 넘은 유족 혐오 '두 번 상처'

입력 2016-10-06 08:08 수정 2016-10-06 16:37

백씨 사망 당시 발리 머문 것 빌미 삼아
사실관계 확인 않고 유족 도덕성 흠집내기
국회의원·기자·시민단체 한목소리 가세
"죽음에 대한 애도 불문율 깨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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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씨 사망 당시 발리 머문 것 빌미 삼아
사실관계 확인 않고 유족 도덕성 흠집내기
국회의원·기자·시민단체 한목소리 가세
"죽음에 대한 애도 불문율 깨지고 있어"

고 백남기씨의 딸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인신공격성 발언이 유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고 있다. 이런 비난 행렬에 정치인과 언론인들도 가세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백씨의 둘째 딸 민주화씨가 아버지 사망 당시 인도네시아 발리에 있었던 것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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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적극적인 치료를 했다면 백씨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의 주장을 인용하며 "이때 백씨의 딸은 어디 있었을까요?"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백씨의 딸은)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 중이었다"며 "이 딸은 아버지가 사망한 날 발리에 있으면서 페북에 '오늘밤 촛불을 들어주세요. 아버지를 지켜주세요'라고 썼다"고 했다. 민주화씨가 여행 중이었단 점을 내세워 도덕성을 흠집 내려는 의도로 읽힌다.

MBC 제3노조 위원장인 김세의 기자는 비판 강도를 더 높였다. 김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가족이 원치 않아 의료진이 투석치료를 못했다"며 "사실상 아버지를 안락사 시킨 셈"이라고 했다. 또 "위독한 아버지의 사망시기가 정해진 상황에서 해외여행지 발리로 놀러갔다"며 "이념은 피보다 진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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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씨의 유족들을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는 "백남기의 자식 백도라지, 백민주화, 백두산 이 세 명을 아버지를 죽인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5일 밝혔다. 혐의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라고 했다.

그는 "패륜적인 행위를 한 사람들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며 "딸이란 사람은 휴양을 목적으로 해외여행을 가고 적극적인 치료를 거부하고 선동과 불법시위를 계속하는 패륜자식"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오는 11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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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비판의 밑바탕에는 '발리=휴양지'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비난이 거세지자 유족도 입을 열었다.

백씨의 맏딸 도라지씨는 5일 밤 페이스북에 동생이 발리에 머문 이유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백민주화씨는 네덜란드에 거주하고 있었다. 민주화씨는 작년과 올해 5월, 7월 세 차례 한국에 들어와 아버지의 곁을 지켰다. 7월에 들어왔을 때에는 두 달여 동안 한국에 머물며 아버지의 병상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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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올해 1월 민주화씨의 시조카가 태어난 것을 계기로 동서의 친정이 있는 발리로 가족 여행을 하게 됐다고 한다. 다른 가족들은 네덜란드에서 발리로 직접 갔고, 한국에 있던 민주화씨는 아들을 데리고 따로 발리로 간다. 아버지 백씨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기 전이다. 그러다 백씨가 숨을 거둔 뒤 9월 27일 민주화씨는 남편과 아들, 시부모와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백도라지씨는 "단지 아버지께서 운명하시는 순간 동생이 발리에 머물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을 하며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이야기를 한다"며 "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단 하루도 마음 놓고 슬퍼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는 "가족을 모욕하는 일을 그만하라"며 "부디 '사람의 길'을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이 같은 유족 혐오는 세월호 참사 때에도 있었다. 당시 일부 누리꾼들은 희생자들을 '오뎅'에 비유하며 희화화해 지탄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동서를 막론하고 어떤 죽음에 대해서는 조금 물러서고 애도를 하는 게 불문율처럼 지켜졌는데 최근 깨지고 있다"며 "현직 국회의원이 그런 혐오 생산의 고리 한가운데 있다는 것은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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