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메이저리그 2016년의 '흙 속의 진주'는?

입력 2016-10-04 07:02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기사 이미지

국내 야구인들이 메이저리그에 가장 부러워 하는 점은 두꺼운 선수층이다.

매년 새로운 스타가 쏟아진다. 지난해 등장했던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 카를로스 코레아(휴스턴 애스트로스), 프란시스코 린도어(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등은 이미 리그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브라이언트는 2년차인 올시즌 내셔널리그 MVP 수상이 확실시되고 있을 정도다. 코리 시거(LA 다저스), 마이클 풀머(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개리 산체스(뉴욕 양키스) 등도 '신인'이라는 호칭이 무색하게 팀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꽃길’을 걸어왔던 선수들이다.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뽑혀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시절부터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다. 준비된 스타였다. 이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볼티모어 김현수도 주목을 모으기에 충분한 루키였다. 그는 KBO리그의 육성 선수였다. 김현수처럼, 혹은 방출 아픔을 겪었던 삼성 최형우처럼 '흙 속의 진주'로 평가할 만한 선수도 올해 메이저리그에는 있었다. 이들을 포지션 별로 모아봤다.
기사 이미지

# 포수 : 샌디 레온(보스턴 레드삭스)
*시즌 성적 : 75경기 0.314/0.370/0.486 fwar(팬그래프 집계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2.5

시즌 막판 보스턴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주역이다. 보스턴은 블레이크 스와이하트, 라이언 해니건, 크리스티안 바즈케스 등 여러 명의 포수를 기용했던 팀이다. 하지만 생산성은 참혹한 수준이었다. 레온은 보스턴의 안방마님 자리를 훌륭하게 메꿨다. 원래 레온은 수비는 뛰어나지만 방망이 실력을 형편 없던선수였다. 오랜 시간 마이너리그에서 뛰면서 기록한 타격 라인은 0.238/0.325/0.330. 그의 과거 스카우팅리포트에는 "수비력이 좋은 투수의 타격 실력을 가진 포수"라고 적혀 있었다.

레온의 올시즌 활약이 오래 이어질 것이라 확신하기는 힘들다. 아직 메이저리그 경기 수가 적다. 올해 인플레이타구 타율(BABIP)은 커리어 평균보다 7푼 가량 높다. 당장 시즌 초반 트리플 A에서의 성적은 커리어 평균과 별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수비력만 유지해도 충분히 가치있는 선수다. 포수 유망주인 스와이하트가 메이저리그에서 뛸 준비를 갖출 때까지 징검다리 역할만 해줘도 주어도 보스턴은 크게 만족할 것이다.
기사 이미지

# 1루수 : 토미 조셉(필라델피아 필리스)
* 시즌 성적 : 103경기 0.259/0.311/0.511 fwar 0.8

2005년 이래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주전 1루수는 라이언 하워드였다. 명예의 전당 헌액이 확실시되는 팀의 스타 짐 토미를 타 팀으로 밀어냈고, 2006년에는 58홈런 149타점을 기록하며 리그 MVP에 뽑혔다. 2000년대 후반 최강팀이었던 필라델피아를 상징하는 선수기도 했다. 하지만 계약 마지막 해인 올시즌엔 주전 자리에서 밀렸다. 성적이 하향세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이유는 조셉이라는 괜찮은 대안의 등장이다.

조셉은 4년 전 헌터 펜스 트레이드 때 샌프란시스코에서 건너온 유망주다. 트레이드 시점에는 꽤나 촉망받는 포수 유망주였다. 하지만 포지션을 바꾼 뒤 타격에서의 발전이 지지부진했다. 기대치는 크게 하락했다. 2014년에는 팀내 유망주 31위로 평가됐다. 지난해엔 아예 순위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올시즌 트리플A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27경기에서 0.347/.0.370/0.611로 맹타를 휘둘렀고, 메이저리그 승격에 성공했다. 승격 뒤 103경기에서 21개의 홈런을 날리며 괜찮은 파워를 보여줬다. 하워드가 팀을 떠날 것이 확실하기에, 내년 필라델피아의 1루 주전 자리는 조셉의 차지가 될 게 유력하다.
기사 이미지

# 2루수 : 라이언 쉼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 시즌 성적 : 85경기 0.218/0.334/0.530 fwar 1.9

1년 전만 해도 쉼프는 평범한 더블A 선수에 지나지 않았다. 트리플A에서 98경기를 뛰었지만 타율은 1할대였다. 메이저리그는 커녕 상위 마이너리그의 투수의 공도 공략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 시즌 뒤 마이너리그 6년차 자유계약선수가 됐다. 올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마이너계약을 맺었다.

올시즌 쉼프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돼 나타났다. 트리플 A 첫 51경기에서 0.355/0.432/0.729에 15홈런으로 말그대로 리그를 ‘폭격’했다. 메이저리그 승격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7월 한 달 9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내셔널리그 이달의 신인으로 뽑혔다. 21개의 안타 중 15개가 장타일 정도로 파워가 돋보였다. 내야수에게 찾아보기 드문 강한 파워를 갖췄고, 소속팀은 리빌딩 기간에 접어들었다. 쉼프에겐 더 많은 출장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기사 이미지

# 3루수 : 라이언 힐리 (오클랜드 애슬래틱스)
* 시즌 성적 : 67경기 0.309/0.341/0.526 fwar 1.3

힐리는 25세 신인 3루수다. 대학 졸업 뒤 3라운드에 지명받았지만, 부족한 장타력과 수비력 때문에 높게 평가받지 못했다. 2014년에는 팀내 23위, 2015년에는 팀내 22위 유망주로 평가됐다. 전국적으로는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올시즌 약점으로 지적받던 장타력이 꽃을 피웠다. 마이너리그 85경기에서 14개의 홈런을 터뜨렸고, 메이저리그에 올라와서도 67경기 12홈런이다. 오클랜드는 개막전 3루수였던 대니 발랜시아를 다른 포지션으로 보내며 그의 자리를 만들었다. 힐리의 경쟁자는 오히려 마이너리그에 있는 유망주다. 2014년 1라운드에 지명된 맷 채프먼은 마이너리그에서 36개의 아치를 그리며 트리플 A까지 올라온 상태다. 채프먼과 힐리 중 한 명은 향후 1루 자리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기사 이미지

# 유격수 : 조나단 비야 (밀워키 브루어스)
* 시즌 성적 : 152경기 0.284/0.369/0.454 fwar 2.8

6년 전만 해도 빌라는 리그를 대표하는 유망주였다. 베이스볼아메리카가 선정한 전미 유망주 TOP 100에 포함됐다. 2010년 휴스턴으로 이적할 때 맞트레이드 상대는 무려 로이 오스왈트(통산 163승)였다. 기대와 기회를 받았지만 카를로스 코레아라는 걸출한 신인이 등장했다. 결국 올시즌을 앞두고 휴스턴에서 밀워키로 트레이드됐다.

전화위복이었다. 도루 60개를 기록하며 빌리 해밀턴, 스탈링 마르테 등을 제치고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18개의 아치를 그려 남다른 장타력도 뽐냈다. 팀내 최고 유망주인 유격수 올랜도 아르시아가 콜업되면서 밀워키의 유격수 자리에서 뛰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2루나 3루로 이동하거나, 타팀의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기사 이미지

# 외야수 : 아담 듀발 (신시내티 레즈)
* 시즌 성적 : 145경기 : 0.240/0.295/0.501 fwar 2.6

샌프란시스코의 트리플 A팀은 괜찮은 장타력을 갖췄지만 나이가 꽉 찬 타자들을 한 두명씩 배출한다. 대표적인 예는 2013년의 브렛 필로, 30세에 0.344/0.379/0.630 18홈런을 기록한 후 KBO리그의 KIA 타이거스로 이적한 바 있다.

아담 듀발은 필과 비슷한 선수다. 3루수로 활약하며 2014년에는 27개, 2015년에는 26개의 홈런을 날리며 인상적인 장타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2014년에는 파블로 산도발에게 밀려 기회를 받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신인 맷 더피와의 경쟁에서 패하며 마이너리그에 머물러야했다. 결국 지난해 7월 30일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마이크 리크와 트레이드 되어 신시내티로 트레이드된다.

신시내티는 기회의 땅이었다. 주전 좌익수로 기용되며 풀타임 첫 해 30개가 넘는 홈런을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생소한 자리였던 외야에서의 수비능력도 출중했다. 장타력에 비해 뒤떨어지는 타격의 정확성(타율 0.240)을 어느 정도 유지시킬 수 있느냐가 장기적인 성공의 열쇠다.
기사 이미지

# 선발투수 : 로비 레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 시즌 성적 : 8-14, ERA 4.77, 215삼진

애리조나의 2016시즌은 끔찍했다. 야심만만하게 영입했던 잭 그레인키는 커리어 최악의 시즌을 보냈고, 1라운드 1픽 댄스비 스완슨과 주전 외야수 엔더 인시아테를 주고 데려온 쉘비 밀러는 메이저리그 최악의 투수로 추락하고 말았다. 토미존 수술 복귀 2년차에 접어들면서 과거의 2선발 활약을 펼쳐줄 것으로 기대했던 패트릭 코빈 역시 부진한 투구를 거듭하다가 시즌 막판 선발 자리를 잃었다.

그 와중에 유일하게 제 몫을 해낸 선수가 바로 레이다. 레이는 유망주 랭킹은 높지 않았지만 구단 수뇌부들이 항상 탐내던 선수였다. 2013년에는 수준급 선발 투수인 덕 피스터와 맞트레이드됐다. 2014년에는 디디 그레고리우스등이 포함된 3각 트레이드에 묶여 애리조나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 중반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괜찮은 피칭을 했다. 올해는 개막 이래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9이닝당 11.40개라는 놀라운 삼진 비율을 기록했다. 팀 역사상 네 번째로 시즌 200탈삼진을 기록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에 앞서 200삼진을 기록했던 투수는 랜디 존슨, 커트 실링, 대니 하렌이다. 레이의 올시즌 평균자책점은 4.77이었지만, FIP(수비무관 평균자책점)은 3.58이다. 내년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조다.
기사 이미지

# 불펜투수 : 카일 바라클로 (마이애미 말린스)
* 시즌 성적 : 75경기 6-3 29홀드, ERA 2.85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마이애미의 마무리 투수 스티브 시섹을 영입하며 잘 알려지지 않은 한 불펜투수를 건냈다. 싱글 A에서 괜찮은 활약을 펼친 26살의 카일 바라클로였다.

바라클로는 이적 이후에도 좋은 피칭을 했다. 더블 A에서 시즌을 마감했고, 2016시즌은 트리플A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6이닝 동안 9개의 삼진을 잡으며 1실점한 그는 4월이 채 지나기전 메이저리그 승격 티켓을 받았다. 이후엔 탄탄대로였다. 평균 시속 96마일의 빠른 공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압도했다.

9이닝당 14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있는데, 이는 내셔널리그 불펜 투수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켄리 젠슨(9이닝당 13.57개), 아롤디스 채프먼(9이닝당 13.66개), 오승환(9이닝당 11.55개) 등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들을 제친 기록이다. 올시즌 팀의 마무리 AJ 라모스를 뒷받침하며 리그 2위인 29개의 홀드를 기록했다. 라모스에 비해 월등한 구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마이애미의 마무리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선규(야구공작소)

야구 콘텐트, 리서치, 담론을 나누러 모인 사람들. 야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