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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굶으면 죽는다"

입력 2016-09-27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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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곡기를 끊는다는 것, 즉 단식은 약자가 가진 가장 최후의 수단입니다.

지금도 세상의 수많은 약자들은 더 이상 뒷걸음칠 수 없는 마지막 수단으로 단식을 선택합니다.

흔한 말로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먹는 행위… 이 지극히 온당하고도 애틋하기까지 한 행위를 그만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 처절함이 때로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기도 하고… 그래서였을까… 역설적으로 살 수 있기 위해 먹는 행위를 그만 둔 사람들 앞에서 마치 먹기 위해 사는 듯 피자를 먹던 극단적인 반작용까지 이끌어 낸 바도 있지만…

아무리 외쳐도 들어주는 이 없을 때, 사람들은 차마 넘어갈 수 없는 밥을 넘기지 못해서 곡기를 끊는 것이겠지요.

우리 정치사에서도 '단식'은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나를 시체로 만든 뒤에 해외로 부치면 된다"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23일동안 이어진 단식투쟁은 87년 직선제 개헌에 기여했습니다.

자신의 치하에서 단식으로 항거했던 바로 그 야당 인사가 대통령이 된 김영삼 정부… 그 정부가 역사를 바로세운다고 시작한 12.12, 5.18 재수사에 반발하던 그의 단식은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 그 역시 나름대로 절실했던 것인가…

노무현 정부 하에서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한 특검을 내걸고 시작했던 야당 대표의 단식은 '나라를 구하겠다'는 현수막 아래서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시작된 집권 여당 대표의 단식…

그는 불과 2년 전 '국회의원 단식은 특권의 시작' 이라고 말했던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그 만큼 그가 밥 먹는 행위를 그만 둔 것은 무엇인가 절실함이 있기를…

허기심 실기복… 도덕경에 나온 그 말대로라면… 과연 그는 곡기를 끊어 복원시킨 의회민주주의로 우리의 배를 부르게 할 것인가…

여당 대표가 밥을 굶고 있는 사이, 밥값을 제대로 해야 할 국회는 정작 밥값을 못하고 있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사족입니다.

23일간의 단식을 견뎠던 그 정치인은 훗날 후배 정치인의 단식을 말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굶으면 죽는다"

단식을 시작한 여당 대표는 자신을 만만히 보지 말라했다지만, 후배에게 그 말을 남긴 정치인의 뜻은 결국 '정치의 실종', '정치의 죽음'을 걱정했던 것이 아닐까… 나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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