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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숲 아래 방치된 600년 전 서울시 내 '한양 유적'

입력 2016-09-2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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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천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서울. 하지만 불과 6백년 전 조선의 도성, 한양의 모습을 찾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현재 서울의 문화 유적들이 어떤 모습으로 방치되고 있는지 현장 취재했습니다.

밀착카메라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종로의 옛 피맛골 자리입니다.

2003년 재개발 당시 600여년 전 조선시대 관청과 집터가 발견됐습니다.

서울 도심 재개발 중에 매장 유적이 대규모로 발견돼 문화재 조사가 이루어진 첫 사례였습니다.

개발 당시 서울의 모습이 시대별로 고스란히 남아있어 서울의 폼페이가 발견됐다는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했습니다.

당시 발굴됐던 문화 유적들은 제대로 보존되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조선시대 왕실에 비단과 종이를 공급했던 육의전 터에 세워진 서울 종로의 귀금속 빌딩입니다.

육의전 박물관이 있는 건물 지하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철문으로 닫혀있는데 자물쇠는 채워져 있지 않아 문이 이렇게 열립니다. 아래로 조금 더 내려가 보겠습니다. 육의전 박물관 안에 어떤 유물이 전시되고 있는지 간략하게 소개글이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닫혀있습니다. 또 내부는 불조차 켜져있지 않아 어둡습니다. 지하 2층에는 학예행정실과 연구소가 있지만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역시 불조차 켜져있지 않습니다.

공사 당시 발굴한 문화유적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조건으로 건축 허가를 받았지만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 않은 겁니다.

정작 문화유적은 이렇게 불 꺼진 지하실에 가둬둔 채 지난 주말 이 일대에선 육의전 축제가 열렸습니다.

이곳 뿐만이 아닙니다.

서울 종로에 있는 한 대형빌딩입니다. 이 건물 후문에 문화유적전시관이 있다는 안내판이 붙어있습니다. 이 건물 지하 2층에 전시관이 있는데요. 내부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지하 2층 전시관은 문이 닫힌 채 사무집기들만 쌓여있습니다. 지금은 한 보험회사 사옥인 이 건물에서 조선시대 건물터 3기와 당시 토층이 발굴됐습니다.

역시 재개발 당시 보존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겁니다.

[건물 관계자 : (창고 아닌가요?) 이 안은 창고로 쓰진 않잖아요. 진짜 보러 온 사람이 없습니다.]

유적전시관이 토익 공부방으로 해버린 곳도 있습니다. 지금은 어학학원이 들어선 빌딩입니다.

[임창민/학원 수강생 : (유적전시관이) 건물 안에요? 여기 밑에요? 처음 들어보는데…]

학원 건물을 신축할 당시 16세기 조선 초기의 건물지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이 유리 아래를 보면 온돌이 설치된 안방 모습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곳은 수강생들의 자습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벽면에 설치된 안내판은 꺼져 있고 유리바닥은 깨진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학원 관계자 : 열린 공간이거든요. 여기서 공부하셔도 돼요.]

재개발 중 발견되는 문화 유적과 유물이 이렇게 방치되는 이유는 발굴부터 전시, 그리고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책임을 건물주에게만 넘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1년에 한번 관리 상태를 점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부실합니다.

[김민기 의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 건축주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재청이나 지자체에서 예산 확보하고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고층빌딩이 점령한 서울의 모습을 되돌릴 순 없습니다. 하지만 빌딩 숲 아래 살아 숨쉬고 있는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려는 노력은 개발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계속돼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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