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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두 재단…800억 끌어모은 '보이지 않는 손'?

입력 2016-09-20 20:36 수정 2016-11-0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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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게 아니냐… 그 보이지 않는 손이 바로 대통령의 최측근들 아니냐 하는 건데요.

정치부 윤영탁 기자와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윤 기자, 앞서 리포트에서 잠깐 언급됐는데, 우선 기업들이 8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두 재단에 출연했습니다. 기업별로 어느 정도나 됩니까?

[기자]

네, 먼저 지난해 10월 출범한 미르 재단은 삼성그룹이 125억원, SK 68억원, LG 48억원, 현대차 39억원 등 총 19개 기업에서 모두 486억원을 출연했습니다.

스포츠도 옆에 나와있죠, 삼성 79억원, 현대차 43억원 등 역시 19개 기업에서 총 288억원을 냈습니다.

10대 기업은 양쪽에 모두 참여했고, 액수로 봤을 때 재계 서열에 따라 출연금 비중을 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 관계자 얘기를 들어봤는데요, 전경련에서 특정 목적을 위해 기업들로부터 돈을 갹출할 때 흔히 쓰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앵커]

기업의 규모에 따라 순서를 정해 갹출한다는 얘기잖아요? (순서가 재계 서열과 비슷한 순서를 보이고 있습니다.) 재단 활동이나 회의 운영 전반에 참여한 적은 없습니까?

[기자]

네, 기업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돈은 냈지만 활동액도 크지 않았기 때문에 활동에 참여한다거나 회의에 참여하지는 않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앵커]

재단 운영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이사장인데,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석연치않은 과정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오늘 언론보도에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진 최순실 씨가 등장하는데요.

최 씨가 자주 드나들었던 서울 강남의 고급 마사지 센터 대표를 재단 이사장으로 앉혔다는 겁니다.

초대 이사장은 스포츠계 원로로 그나마 체육 관련 재단으로서의 구세를 갖췄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한 달만에 재단에서 할 일이 없다면서 돌연 사퇴했습니다.

[앵커]

재단에서 할 일이 없다는 건 무슨 뜻으로 한 얘기일까요?

[기자]

미래재단 초대 이사장도 어제 사임했는데 지난 달에 제가 통화를 해 본 결과, 이미 무엇인가 세팅이 되어있는 상태에서 본인이 갔을 때 특별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이미 뭔가 정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앵커]

그 두 재단 초대 이사장이 다 똑같은 입장이었고, 그래서 다 그만뒀다? 그런 얘기가 되는 모양이죠. 근데 또 한가지는 수백억원을 출연한 재단을 아무튼 정부가 하루만에 허가를 내줬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르는 지난해 10월, K스포츠는 올해 1월 재단 설립 신청을 한 뒤 하루만에 문체부는 허가증을 발급받았습니다. 현판식도 허가를 받은 당일에 해치웠을 정도였는데요.

지난해 기준으로 문체부에 비영리 사단법인을 신청한 뒤 허가를 받는 데까지 평균 21일이 걸렸는데, 평균과 비교하면 두 재단은 정부가 초스피드로 일 처리를 해준 셈입니다.

[앵커]

과거엔 그런 예가 전혀 없었을까요?

[기자]

과거에는 지금 일해재단이 여기와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오기는 했는데, 어떤지는 좀 더 취재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일처리 속도도 그렇지만 제출한 서류가 부실했던 것도 두 재단이 거의 비슷했다면서요?

[기자]

네, 부실을 넘어 판박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겠는데요. 지금 화면 왼쪽이 미르 재단, 오른쪽이 K스포츠의 창립 회의록인데요.

회의 장소도 전경련 컨퍼런스 센터로 같고, 회의 순서와 안건 등 참석자 이름만 빼고는 좌우를 구분할 것도 없이 일치합니다.

이름이 가려진 사람들은 돈을 낸 대기업들의 임원들이고요. 게다가 창립 총회 당일 대관 기록도 없고 회의록에 등장하는 기업 인사들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 회의록이 가짜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양식까지 거의 똑같다 보니까 결국 어느 한군데서 다 나온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기자]

정관 자체도, 기업의 목적에서 미세한 부분만 다를 뿐 다 똑같은 양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앵커]

그러면 누가 어떤 의도로 이 재단을 만들었느냐, 이런 의문점이 당연히 나오죠?

[기자]

그게 이 문제의 결국 포인트가 될 수 있겠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미르재단은 1년, K스포츠는 9달 정도 운영됐는데 청와대와 관련된 행사 말고는 이렇다할 실적이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5월 2일 박 대통령의 이란 순방 때 K스포츠가 태권도 시범단 공연을 주최했고, 미르재단은 프랑스 순방 때 요리 시식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800억원에 가까운 기금을 보유한 재단인 점을 고려해볼 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봐도 되겠죠.

[앵커]

그러면 평상시에는 하는 일이 없고 순방때만 쫓아갔다는 얘기가 되나요? (네, 결국 그렇게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그런데 지금 야권에선 청와대를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데 청와대 쪽에선 어떤 반응을 내놨습니까?

[기자]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아침 "일방적인 추측성 기사에 언급할 가치가 전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문제는 800억 원대의 자금이 모이는 과정과 설립을 둘러싼 전후 상황, 그리고 석연치 않은 운영 실태로 봤을 때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다른 무엇보다 설립 이후 실적이 전무한 두 재단이 어떻게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에 동행하게 됐는지는 청와대가 설명할 수 있어야 된다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이에 대해서 청와대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두 재단 설립 취지에 공감하고 설립을 도와준 것은 사실"이라며 "전경련에서 만든 재단이기 때문에 대통령 해외 순방 때 경제사절들이 참여하듯 재단도 참여해서 도움을 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의혹들은 여전히 남아있고, 보다 해명이 필요한 부분들도 있어 보이기는 하는데, 일단 지금까지의 청와대 반응은 거기다 다 그런 얘기죠. 알겠습니다. 윤영탁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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