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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인플레이]SK의 저득점, 홈런에는 죄가 없다

입력 2016-09-2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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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SK 와이번스는 홈런의 팀이다. 거의 시즌 내내 팀 홈런 순위 1위를 달렸다.

득점에서 홈런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41%다. 올해뿐 아니라 2010년 이후 모든 팀 중에서 1위다. 2010년 롯데가 40%로, 근소한 차이로 2위다. 결과는 좀 다르다. 2010년 제리 로이스터의 롯데는 ‘닥치고 공격' 또는 '노피어’ 야구의 아이콘이었고, 팀 득점 1위 팀이었다. 그런데 2016년 SK는 kt를 제외하면 팀 득점이 리그에서 최하위다.

흔히 거론되는 게 ‘공격의 연결’이다. 김용희 SK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상대는 득점 찬스를 연결하는 팀을 어려워한다. 주자가 득점권에 있으면 진루시켜 안타 없이도 득점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로 다양한 ‘득점 루트 부재’를 꼽았다. “우리팀엔 도루 20개를 하거나 주자로 나가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는 선수가 없다. 고메즈 정도뿐이다. 주자를 홈에서 멀리 두고서는 많은 득점이 날 수 없다. 작전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는 타자들이 있어야 한다.”

홈런이 야구의 꽃이라지만 득점의 전부일 수는 없다. 홈런 외 공격 옵션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팀 홈런 1위 팀이 팀 득점에서 최하위권에 있는 현상은 흔하지 않다. 1982년 KBO 리그 출범 이후 작년까지 34시즌 결과를 검토했다. 홈런 1위 팀이 득점에서도 1위를 차지한 해가 절반이 넘는 18번이었다. 2위였던 시즌은 6번, 3위였던 시즌이 또 6번이다. 즉, 홈런 1위 팀은 34번의 시즌 중 30번이나 팀 득점 3위 안에 있었다.

역대 홈런 1위 팀 중에 올해의 SK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을까. 2008년 팀 홈런 1위는 한화였다. 그런데 팀 타율은 0.254로 리그 최하위였다. 도루도 끝에서 두 번째다. 팀 득점은 전체 4위로 평균 이상이었다. 2012년 홈런 1위 팀은 SK였다. 팀 타율은 평균 이하인 8개 구단 중 5위였다. 팀 도루는 최하위였다. 하지만 득점은 2위였다. 올해 SK는 팀 타율 0.292로 4위, 팀 도루 87개로 7위다. 2008년 한화나 2012년 SK에 비하면 오히려 사정이 낫다.

9월 17일까지 시즌 137게임에서 SK의 출루 횟수는 1907번이다. 출루율은 0.357로 리그 9위다. 게다가 출루한 주자의 득점 비율은 리그 평균(39.1%)보다 훨씬 낮은 37.6%였다. 리그 8위다. 출루가 적었고, 그나마 출루한 주자조차 홈에 들어오지 못했다. 득점이 적은 건 일견 당연하다. 문제는 ‘이유’가 무엇이냐다.

올해 SK 타자들이 유독 찬스에 약해서일까? 그럴 수도 있다. SK의 득점권 타율은 0.278로 팀 타율 0.292보다 0.016 더 낮다. 이것 역시 충분한 설명이 되지는 못한다. 2014년 넥센은 홈런 1위 팀이었고 득점권 타율은 팀 타율보다 0.012 더 낮았다. 하지만 득점 1위였고 출루 주자 대비 득점 비율에서 0.432로 압도적 1위였다. 많이 득점했을 뿐 아니라 효율적으로 득점한 팀이었다. 득점권 타율로만 보면 찬스에 오히려 약했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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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SK는 홈런의 팀이다. 의문의 핵심은 ‘왜 많은 홈런이 많은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는가’다. 따라서 진루타를 통한 연결의 문제, 도루나 작전 수행 같은 주루 능력의 문제, 찬스에서의 효율성 문제 모두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진루타든 도루든 스코어링포지션에서 타율이든 모두 2루에서의 ‘베이스 점유’에 관한 것이다. 야구에서 홈런은 2루 베이스 점유와 가장 관계가 없는 공격 루트다. 주자가 득점권에 진루하지 못해도, 심지어 선행 출루 없이도 득점할 수 있는 공격 수단이 홈런이다.

SK의 낮은 득점력은 다른 문제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출루율 등 진루 관련 지표가 하위권에 있음에도 더 많고 더 효율적인 득점을 올린 역대 홈런 1위 팀이 있었다. 그 이유는 홈런이 가진 특성 때문이다. 도루, 작전, 진루타 등 2루 베이스 점유에 관한 타격 지표에서 열세에 있어도 홈런 중심의 공격력은 그 모든 것을 상쇄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SK의 클린업트리오는 올해 홈런 83개를 합작했다. 에릭 테임즈 혼자 43개의 홈런을 때려 낸 NC 다음으로 많다. 그런데 이 홈런 83개로 기록된 타점은 137점이다. 홈런 1개당 1.65점이다. 반면 NC 3, 4, 5번의 홈런 1개당 타점은 1.82점이다. 차이는 ‘당연하게도’ 선행 주자의 출루 능력에서 왔다. SK의 테이블 세터 2명의 시즌 출루율은 0.336으로 리그 최하위다. 반면 NC 테이블 세터의 출루율은 0.389로 리그 2위다. SK는 중심타선의 파괴력에서 리그 최강에 속한다. 그런데 그 앞 2명의 타자는 리그 최하위 출루율을 기록했다.

득점의 출발은 대체로 출루다. 어느 타순이라도 더 많은 출루는 득점에 이롭다. 하지만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팀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 앞의 출루가 더 높은 확률로 득점으로 이어진다. 하물며 리그 최강의 홈런 타자가 포진한 중심타선 앞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다.
SK 타선이 출루에 강점을 갖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팀 출루율이 0.357다. 1번 타순의 시즌 출루율은 이보다 훨씬 나쁜 0.325다. 팀 9개 타순 중 가장 낮다. 21홈런을 쳤지만 출루율이 0.328인 고메즈가 가장 자주 등장한 SK 1번 타자다. 2번 타순의 출루율은 0.347다. 9개 타순 중 7위다. 출루율이 리그 최하위권인 팀에서 테이블 세터를 가장 출루 못하는 선수들이 맡고 있다.

한때 테이블 세터의 덕목은 스피드와 작전 수행 능력이었다. 더 빠르고 번트에 능한 타자들을 중심타자 앞에 두는 게 정석이었다. 이는 장타율이 아주 낮고 홈런이 희소하던 환경에서의 전략이다. 가령 과거의 실업 야구가 그랬다. '빅 이닝'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홈런은 '보너스'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올 시즌 SK의 테이블 세터에 기용됐던 타자들은 팀 내에서 도루가 많고 번트에 능한 선수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3, 4, 5번은 리그에서 홈런을 제일 많이 치는 타자들이었다.

물론 낮은 득점 효율에는 테이블 세터의 출루율 외 이유가 좀 더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도루 성공률이 최하위였고 주루사도 가장 많았다. 하지만 올해 SK 타선의 전략은 홈런의 증가였고 득점 효율성 증대 역시 홈런 효과의 극대화에 두어야 합리적이다.

홈런은 득점권 주자를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올해 KBO 리그에서 홈런으로 만들어진 타점은 2208점이다. 이 중 득점권 상황이 아닌 조건에서 만들어진 타점이 절반이 넘는 58%다. SK의 타선은 홈런 생산성 면에서 리그 최강이다. 외야 펜스가 가까운 구장 특성을 고려한 선택적 집중의 결과였고,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정작 홈런 타자 앞에 출루 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타자를 뒀다. 득점 효율성이 낮아진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홈런 일변도의 득점 루트가 효율성을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홈런은 가장 높은 효율성을 보장해 주는 득점 루트다. 문제는 다양성의 부재가 아니라 새로운 야구와 오래된 야구의 부적절한 만남이었다.

신동윤(한국야구학회 데이터분과장)
데이터는 신비로운 마법도 절대적 진리도 아니다. 대신 "당신 야구 얼마나 해 봤는데?"라고 묻지도 않는다. 그것은 편견 없는 소통의 언어이며 협력의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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