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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가을운동회 코앞…방치된 '중금속 트랙'

입력 2016-09-08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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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두 달 전 교육부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64%에 해당하는 1767개 학교의 '달리기용 우레탄 트랙'에 문제가 있다고 발표했지요.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 이라 학생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거였는데요. 개학을 하고 학교마다 가을 운동회까지 앞두고 있는 지금도 이들 학교 대부분에 '중금속 트랙'은 여전합니다.

안지현 기자가 밀착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기자]

인천의 한 초등학교 앞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시면 운동장 입구에 안전띠가 쳐 있습니다. 들어가지 못하도록 돼 있는 건데요. 그런데 앞에 보시면 이렇게 안내문이 설치돼 있고, '우레탄 트랙 유해성 검사로 인해서 운동장 사용을 전면 중지한다'고 써 있습니다.

실제로 이 검사 이후에 이곳의 우레탄 성분에서 기준치 13배 이상의 납 성분이 검출됐는데요. 이 때문에 지난 6월부터 이처럼 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중금속 우레탄 운동장 옆 주차장에서 야외수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교 관계자 : (체육수업은 어디서 하는 거예요?) 선생님들 주차장 사용해서, 여기요.]

인천의 또 다른 초등학교입니다. 이곳 역시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이 검출됐기 때문에 우레탄 트랙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이처럼 조치를 취해놓은 상태인데요. 그런데 인조잔디는 여전히 이용할 수 있어서 운동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운동장을 이용할 때 트랙을 밟지 않도록 현재는 덮개를 깔아놓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틈이 벌어진 덮개 사이로 문제의 우레탄 트랙이 보입니다.

기준치보다 무려 30배나 높은 중금속이 들어있는 트랙입니다.

지도교사가 없는 사이 아이들은 안전띠를 무시하고 그 트랙 위를 자유롭게 뛰어다닙니다.

공을 따라 뛰다가 트랙으로 들어오는 아이들도 계속 눈에 띕니다.

[체육 교사 : (트랙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꼭 발생한다는 거죠. 달리기나 이런 부분들을 못하는 게 학교에서는 가장 큰 문제죠.]

이처럼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이 나온 학교는 전국의 1767개.

인천시에만 53개의 학교에서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이 검출됐지만 이중 트랙 교체가 진행된 학교는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 : 교체 우선순위를 정해야 돼요. 아무 학교나 다 지원할 수는 없잖아요.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인천시내 학교 중에는 기준치를 무려 65배나 넘은 학교도 포함돼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중금속 우레탄 트랙을 최대한 빨리 철거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박수미 사무국장/발암물질 국민행동 : 직접적으로 우레탄 트랙 위에서 놀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호흡기나 피부에 접촉돼 질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빨리 철거해야 합니다.)]

서울은 중금속 트랙이 있는 학교의 명단도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서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문제가 있는 학교 135개 중 42곳에서만 교체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을 운동회철이 다가오는데 트랙 교체 작업 속도는 더디기만 한 겁니다.

일선 학교에서 아이들의 트랙 이용을 막는 조치는 허술합니다.

또 대체재로 천연우레탄이나 마사토를 비롯해 어떤 것을 쓸지를 놓고도 학교 측에 결정을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학부모 : (학교 트랙을) 막아놨다는 통신문을 받았어요. 솔직히 뭐로 바꿀 것인지 투표를 했는데 친환경이 어떤 것인지 자세한 안내는 없었어요.]

전국에 있는 중금속 트랙을 모두 교체하려면 14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확보된 건 680억 원 뿐.

내년 상반기까지 교체를 완료한다는 교육부의 계획은 실행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이곳 서울의 한 초등학교 역시 우레탄 트랙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임시 조치를 해 놓았지만, 이 바로 옆 운동장에서 보시는 것처럼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있지만, 중금속 우레탄을 대체할만한 뚜렷한 정부의 방안은 없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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