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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의 차세대 '킬러 비' 혹은 '코어 4'

입력 2016-09-01 07:02 수정 2016-09-0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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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 말린스 감독 돈 매팅리(55)는 선수로는 불운했다.

그는 명문 뉴욕 양키스를 이끈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가 뛰던 첫 13년 동안 양키스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렇게 쌓이던 한이 14년째인 1995년 플레이오프 진출로 해소되는가 했다. 그마저도 첫 관문인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에서 끝이 났다. 이 시리즈를 끝으로 매팅리는 유니폼을 벗었다. 양키스는 간판 스타였지만, 그가 뛰던 시절에는 '양키스의 암흑기'라는 오명이 붙어 있다.

그의 뒤를 이은 세대는 달랐다. 마치 매팅리의 은퇴를 기다렸다는 듯이 1996년 양키스는 곧바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1년을 쉰 뒤 1998년, 1999년, 2000년까지 3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뤄냈다. 다시금 양키스의 전성기가 펼쳐졌다. 그 중심에는 4명의 팀 유망주 출신 선수들이 있었다. 선발 앤디 페티트, 포수 호르헤 포사다,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 그리고 유격수 데릭 지터. 4명의 중심축, 일명 '코어 4(Core 4)'였다.


조금 시기를 달리하여 19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초반. 당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휴스턴 애스트로스에도 코어 4에 비견될 막강한 타선이 있었다. 크레이그 비지오(Biggio), 데릭 벨(Bell), 제프 배그웰(Bagwell) 등으로 이뤄진 '킬러 비(Killer Bs)' 타선이었다. 데릭 벨이 2000년 팀을 떠난 뒤에는 2001년 랜스 버크만(Berkman)이 킬러 비의 새 일원으로 합류했다.

코어 4와 킬러 비는 비슷한 시기에 중흥기를 가졌던 서로 다른 두 팀을 이끈 축이었다. 양키스는 코어 4와 함께 4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했고, 휴스턴은 킬러 비와 함께 1998년 팀 기록인 시즌 102승을 거머쥐었다. 이후 킬러 비는 2005년 배그웰, 2007년 비지오의 잇따른 은퇴로 자연스럽게 해체됐다. 코어 4는 2011년 포사다의 은퇴를 시작으로 2014년 지터가 유니폼을 벗으며 시대에 작별을 고했다.

이후 많은 이들이 '차세대 코어 4'와 '차세대 킬러 비'의 등장을 고대했다. 양키스는 리빌딩과 승리 추구 사이에서 오묘한 줄타기를 하며 올해가 돼서야 본격적으로 다음 '코어'들을 발굴해내기 시작했다. 반면 휴스턴은 3년 연속 100패를 하는 가혹한 리빌딩 끝에 양키스보다 더 빨리 팀의 중심을 재건해냈다. 물론 이는 코어 4의 은퇴가 워낙 늦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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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휴스턴의 차세대 중심축을 이루는 선수들은 2루수 호세 알투베(26), 우익수 조지 스프링어(26), 유격수 카를로스 코레아(21) 3인이다. 이들은 1989년 이후 태어난 젊은 선수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스프링어는 1989년생, 알투베는 1990년생, 코레아는 1994년생이다. 모두 젊음과 실력을 겸했다.

지난해 신인왕에 오른 코레아는 8월까지 OPS 0.834를 기록했다. 유격수로는 탁월한 타격 성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단신' 알투베는 올해 스윙 궤도를 교정하며 정교한 타격에 장타력을 더했다. MVP 후보로까지 거론된다. 둘보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데뷔한 스프링어는 3년 차에 타격 잠재력을 터트리면서 30홈런 고지를 노리고 있다.

휴스턴의 신 3인조는 승리 기여도(WAR,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 기준)에서 15.3을 합작했다. 지난겨울 메이저리그 FA 시장에서 선수 영입으로 승리 기여도 1을 얻는 데는 평균 800만 달러 이상이 필요했다. 올해 이 세 선수의 연봉은 다 합해도 고작 450만 달러 수준에 그친다. 세 선수의 효율성과 파괴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가장 놀라운 것은 역시 이 세 명의 나이가 모두 만 27세 이하라는 점이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규정 타석을 채운 만 27세 이하 타자는 53명이다. 이 중 각 팀에서 승리기여도가 가장 뛰어난 3명의 선수를 뽑았을 때, 그 합이 가장 큰 팀이 휴스턴이다.

알투베(Altuve), 스프링어(Springer), 코레아(Correa). 3명의 성은 알파벳 'B'로 시작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전성기의 킬러 비만큼이나 든든한 활약을 함께 일궈내고 있다. 여기에 얼마 전 팀 내 최고 유망주 알렉스 브레그먼(22)이 신인 지명 1년 만에 3루수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브레그먼도 1994년생으로 코레아와 동갑인 젊은 선수이며, 올해 마이너리그 80경기에서 OPS 0.986을 기록한 대형 신인이다. 원래 유격수로 지명된 브레그먼은 코레아와의 보직 중복, 팀 공격력 강화 필요성 등을 이유로 3루수로 데뷔하게 됐다.

첫 10경기에서 타율 0.053에 그쳤던 브레그먼은 이후 20경기에서 타율 0.326에 OPS 0.977을 기록하며 특급 신인의 명성을 증명해내고 있다. 지난해 코레아에 이어 올해 브레그먼까지 이대로 빅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킬러 비'의 파괴력을 지닌 휴스턴 판 '코어 4'의 탄생도 꿈이 아니다.



박기태(야구공작소)
야구 콘텐트, 리서치, 담론을 나누러 모인 사람들. 야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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