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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물고기 뱃속 '녹조 범벅'…4대강 실태 점검

입력 2016-08-31 21:37 수정 2016-08-31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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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녹조 라떼, 잔디 구장… 여름만 되면 4대강을 두고 쏟아지는 말들입니다. 예년보다 기온이 훨씬 더웠던 올해엔 가을에도 녹조 피해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이 완공된 지 3년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숱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폭염과 함께 더욱 심각해진 녹조 역시 4대강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녹조를 막을 근본적 방법은 없는 것인가. 저희가 사실 2년 전에 4대강 관련 보도를 시리즈로 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할 수도 있는 것이고, 또 그때는 문제제기 위주로 보도해드렸다면 이제 저희들이 내미는 것은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이냐 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먼저 4대강의 실태를 보시고, 취재진이 입수한 보고서를 통해 녹조의 근본 원인과 대책을 짚어보겠습니다.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3일 금강 공주보 인근입니다.

수풀을 헤치고 찾아간 강변이 녹색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바닥을 삽으로 퍼 봤습니다. 시커먼 펄에서 악취가 풍깁니다.

손으로 헤치자 새빨간 벌레가 꿈틀거립니다. 수질이 더러운 4급수에 사는 깔따구 유충입니다.

상대적으로 깨끗한 물에선 흰색, 중간에선 초록색, 오염이 심하면 붉은색을 띱니다.

[김성중 팀장/대전충남녹색연합 : 붉은색이 진할수록 더 오염급수가 높다고 볼 수가 있거든요. 금강 같은 이런 곳에서도 붉은색의 깔따구들이 많이 나타나고…]

강변에선 고인 물인 연못에서 자라는 '마름'이 썩어가는 녹조와 뒤섞여 있습니다.

공주보 상류 수상공연장 근처입니다. 바닥을 파보니 모래 대신 끈적끈적한 펄이 나오고 주변에도 펄에서 자라는 수생 식물이 가득합니다.

낙동강 하류에서 40년 넘게 고기를 잡아 온 유정길씨 부부가 그물과 통발을 걷습니다.

녹색 강에서 나흘 만에 꺼낸 그물엔 잉어와 붕어, 숭어가 한 마리씩 걸렸습니다.

4대강 사업 이전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입니다.

[이옥희/낙동강 어민 :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있다가도 한 마리도 안 걸릴 수도 있는데 오늘 재수가 좋네.]

그물에 걸려 죽은 숭어 배를 갈라보니, 녹조와 펄이 쏟아져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숭어가 먹이와 펄을 같이 먹을 때 삼킨 녹조가 몸에 남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람이 마시는 물을 처리하는 정수장 주변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경남 창원시에 하루 20만 톤의 물을 정수해 공급하는 칠서정수장 취수장 앞도 온통 녹색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백재호 수질분과장/대구환경운동연합 : (물이) 스스로 깨끗해질 수 있는 힘을 다 소실한 상태기 때문에 앞으로 녹조 문제는 더 심각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고인 물을 흐르게 만들면 어떨까.

취재진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낙동강에서 이뤄진 4차례 펄스 방류의 효과를 분석한 한국수자원공사 내부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펄스 방류는 보에 가둬둔 물을 일시적으로 방출해 물이 흐르게 만드는 겁니다.

그동안 펄스 방류 효과를 놓고 논란이 일었던 상황에서 수공이 직접 측정한 방류 결과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방류 당일 녹조를 일으키는 남조류 세포가 전날보다 37~45% 감소했습니다.

수심에 따라 물의 온도가 변해 녹조의 한 원인으로 꼽힌 성층 현상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이틀 뒤엔 다시 녹조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결국 상시 방류 등을 통해 물을 꾸준히 흐르게 해야 녹조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원욱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 4대강의 녹조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수문을 다 열어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양의 물을 방류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수자원공사의 내부 자료를 통해서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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