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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사이영상에 도전하는 잭 브리튼

입력 2016-08-2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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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ML) 양대 리그 사이영상 경쟁 구도가 흥미진진하다. 아직 유력 후보가 뚜렷하지 않다.

내셔널리그는 ‘현존 최고의 투수’인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가 올스타전을 앞두고 부상을 당한 이후 아직까지 복귀에 나서지 못했다. 무주공산이 된 '왕좌'를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아메리칸리그는 개막 이후 9연승을 달린 크리스 세일(시카고 화이트삭스)이 대망의 첫 수상을 이룰 것 같았다. 하지만 이후 힘을 쓰지 못하면서 내셔널리그와 같은 구도다.

이런 가운데 선발이 아닌 불펜 투수가 조용히 사이영상에 도전하고 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마무리 잭 브리튼(29)이다.그는 22일까지 2승 1패 37세이브 평균자책점 0.54를 기록하고 있다.

브리튼은 올시즌 1990년대 ‘1이닝 마무리’ 시대가 열린 이후 마무리 투수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피칭을 하고 있다. 8월 12일(이하 미국 시간) 오클랜드 전에서 1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거둔 브리튼은 39경기 연속 무자책점을 기록하면서 기존 크레익 킴브럴과 브렛 시슬이 가지고 있던 38경기 기록을 경신했다. 지금은 42이닝으로 늘어났다.

5월부터 8월까지 월간 평균자책점이 모두 0이다. 브리튼의 마지막 실점을 찾기 위해서는 달력을 4월 30일으로 넘겨야 한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브리튼은 첫 두 타자를 삼진으로 깔끔하게 잡았지만 세번째 타자 애덤 이튼의 번트 타구를 수비하다 발목을 삐끗했다. 이어 등판한 밴스 월리가 적시타를 허용하며 그 실점은 고스란히 브리튼의 몫이 됐다. 바로 앞 실점은 상대 주자의 무관심진루로 이뤄졌다. 올시즌 3자책점 중 오직 브리튼의 책임으로 볼 수 있는 건 11일 무키 베츠(보스턴)에게 맞은 솔로 홈런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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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튼은 힘은 싱커에서 나온다. 투구의 90% 이상이 싱커다. 평균 구속이 96.3마일로 40이닝 이상 던진 불펜투수 가운데 가장 빠른 싱커다. 빠른 싱커에 날개를 달아주는 건 무브먼트. 팀 동료 맷 위터스는 “브리튼의 싱커는 단순히 종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횡으로도 움직인다. 슬라이더와 유사하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싱커 하나로 브리튼은 9이닝당 삼진 10.55개를 잡아내고 있다. '언히터블 싱커'이기도 하다. 상대 타자의 컨택트율은 61.1%로 ML 전체 2위다. 그의 싱커가 마리아노 리베라의 컷패스트볼 이후 최고의 마구로 꼽히는 이유다.

타자들이 공을 맞히는 데 성공해도 강한 타구로 연결되지 않는다. 브리튼의 강한 타구 비율은 14.8%로 ML 1위, 약한 타구의 비율은 30.4%로 ML 4위다. 여기에 땅볼 비율이 80.5%나 되니 장타를 허용할 일이 거의 없다. 브리튼의 올시즌 피장타율은 0.197로 불펜투수 가운데 독보적인 ML 1위다. 2위 캔리 잰슨 0.240이며, 2할 이하의 피장타율은 리베라도 19년 선수생활 동안 기록하지 못했다.

사이영상이 제정된 1956년 이후 불펜투수가 수상은 9회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1990년 이후로 한정하면 1992년 데니스 애커슬리와 2003년 에릭 가니에가 유이하다. 선발투수 이닝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불펜투수도 분업화로 투구 이닝이 적다. 그만큼 '임팩트'가 모자란다. 그래서 사이영상 수상은 더 힘들어졌다.

올해 브리튼의 활약은 마무리 투수 중 단연 최고다. 하지만 수상을 위해선 운이 따라야 한다. 특출난 선발투수 경쟁자가 없어야 한다. 1998시즌 53세이브를 올린 트레버 호프먼은 팀 동료 케빈 브라운(18승 7패 ERA 2.38)과 1위 표가 겹치며 2위에 그치고 말았다. 이해 내셔널리그 수상자는 톰 글래빈이었다. 2008시즌 62세이브로 단일시즌 최다세이브기록을 세웠던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도 22승 투수인 클리프 리에 밀리며 고배를 마셨다.

현재로선 브리튼에게 운이 따른다. 전반기 14승을 올렸던 세일은 후반기를 1승 3패로 시작했다. 너클볼러 스티븐 라이트(보스턴)가 주목을 모았지만 어개 부상을 당했다. 리그 평균자책점 1, 2위를 달리고 있는 마이클 풀머(디트로이트)와 대니 더피(캔자스시티)는 이닝이 부족하다. 풀타임 선발로 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을 제외한 경쟁자로는 다승 선두 J.A 햅(토론토)과 릭 포셀로(보스턴) 그리고 텍사스 레인저스 에이스 콜 해멀스 정도를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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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브리튼에겐 82⅓이닝 137K를 기록한 2003년 가니에만큼의 강렬함은 없다. 하지만 후반기 달성 가능한 이정표들이 있다.

첫째, 50세이브 달성. 1993년 랜디 마이어스 이후 최초이자 역대 두 번째 왼손 50세이브 기록이다.

둘째, 블론세이브 0. 역대 40세이브 이상으로 세이브성공률 100%를 기록한 마무리는 가니에(2003), 브래드 릿지(2008), 호세 발베르데(2011) 등 세 명 뿐이다.

셋째, 2012년 페르난도 로드니의 구원투수 최소 평균자책점(0.60, 60이닝 이상) 경신. 무자책점 행진을 이어나가면 가능하다.

현대 야구에서 무리일 것으로만 보였던 불펜투수 사이영상을 향해 브리튼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반승주(야구공작소)

야구 콘텐트, 리서치, 담론을 나누러 모인 사람들. 야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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