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이유는 몰라도 돼"…결과만 통보하는 정부 위원회

입력 2016-08-23 09:1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오늘(23일) 탐사플러스에서는요. 우리나라 정부에 540개가 넘게 있는 각종 위원회들이 어떻게 투명하게 잘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삶과 직결되는 정부 정책에 대한 결정들을 하기도 하는 곳인데요. 결정까지의 그 과정은 알 수가 없습니다.

이호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재무설계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정서영 씨는 올 여름 폭염만 생각하면 짜증이 난다고 합니다.

전기요금 누진제 부담 때문에 집에서 에어컨도 제대로 켜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서영/서울시 응봉동 : (에어컨을 못 틀어서) 집에서는 공부를 안 해요. 더워서 집중이 안 돼서 이 더위에 굳이 도서관까지 가서 공부를 해요.]

가정용 전기요금은 많이 쓸수록 더 큰 부담을 지는 누진제에 따라 최고 11.7배의 요금을 냅니다.

가혹한 금액 때문에 '징벌적 요금 체계'라는 지적마저 나옵니다.

그렇다면 이런 요금 제도는 누가 어떻게 정한 걸까.

[박아람/서울시 신내동 :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가 요금을 부담하는 입장에서 관심은 많은데.]

[김채은/서울시 신공덕동 : 관심은 가지는데, 어디 설명 나와있는지도 모르겠고 잘 설명이 안 돼 있어서.]

지금의 6단계 누진 전기료 체계는 2004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전기위원회가 의결했습니다.

위원회는 당시 회의록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놨습니다.

그런데 서너 줄짜리 회의록에는 실제 회의를 하지 않고 서면으로만 원안대로 의결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누진제를 두고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위원회가 공개한 회의록으론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2005년부터 2008년 사이 회의록은 아예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지도 않습니다.

전기위원회 측은 "예전 일이라 지금은 답하기 부적절하다"며 "최근엔 자세히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각 위원회마다 비슷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정부는 2009년 법을 만들어 위원회 활동의 투명성 강화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민 5000만 명이 가입한 건강보험도 그 중 하나입니다.

보험료 부과를 비롯해 건강보험의 중요한 정책은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 심의위원회가 의결합니다.

건강보험료는 지난 5년 간 해마다 올랐습니다.

보험료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중반에서 이제 6% 초반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에 건강보험 재정은 매년 흑자를 거듭해, 누적 흑자만 17조 원에 달합니다.

보건복지부는 고령화 시대의 의료비 지출을 대비해 미리 재정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보험료가 과다 책정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달 국회 예산정책처까지 나서 과다한 보험료 징수로 국민 부담이 가중됐다면서 위원회의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회의 결과를 알린다"면서 "위원들의 자유로운 발언을 위해 회의록 공개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위원들이 책임 있는 발언을 하고 의결에 참여하려면 오히려 공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위원들 내부에서도 나옵니다.

[유지현/보건의료산업노조 위원장 (현직 위원) : 개인이 아니라 그 조직이나 분야에 대표로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발언에 대해 책임질 수 있어야 하고, 발언이 공개돼 평가 받아야.]

관련기사

전기요금에 '숨 쉬기 힘든' 환자들…할인혜택도 '야박' 누진제 특수?…전기료 걱정 덜 에어컨 대용품 '불티'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온라인청원 10만명 넘게 서명 가구 절반 3·4단계…'누진제 인하' 기껏해야 1만원대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