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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네 살 돌부처, '체력 누진세'가 관건

입력 2016-08-1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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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네 살 돌부처, '체력 누진세'가 관건

세인트루이스 구원 투수 오승환(34)의 메이저리그 마무리 도전이 순항 중이다.

8월 17일(한국 시각) 휴스턴 전에서 시즌 12호 세이브를 거뒀다. 앞으로 2세이브를 추가하면 동료 트레버 로젠탈(26)과 함께 올해 팀 내 최다 세이브 투수가 된다.

분명히 기대 이상의 성공이다. 지난해, 한신 타이거스에서의 두 번째 시즌에 성적이 떨어지자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했다. 그렇지만 가장 깔끔하게, 다시 성적으로 반박했다. 구원 투수만 대상으로 신인상을 정한다면 오승환은 1순위 후보다. 17일 기준으로 오승환은 내셔널리그 구원 투수(30이닝 이상) 중 평균자책점 4위(1.88), 9이닝당 탈삼진 6위(12.1), 승리 기여도(fWAR) 2위(2.2)에 올라있다.

원래 시즌 전 오승환에게 붙은 물음표는 그의 실력 자체에 대한 의문이었다. 오승환이 메이저리그의 힘을 이겨낼 수 있는가 하는 의문, 34세의 나이를 이겨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었다. 8월이 된 지금 첫 번째 의문은 해소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의문에 대해선 아직 확답을 내릴 수 없다. 물론 시즌의 7부 능선을 넘은 지금까지는 이상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 남은 시즌 동안에도 큰 이상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진짜 문제는 올해가 아닌 내년이다. 과연 35세 시즌에도 이 기세를 이어갈 것이냐 하는 점이다. 기우로 치부하기에는 확실한 불안 요소들이 존재하고 있다.

17일 기준으로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구원 투수 중 경기 출장 수 2위(60경기), 이닝 수 4위(내셔널리그 3위), 투구 수 6위(내셔널리그 5위)에 올라있다. 팀에서 119경기를 치렀는데 절반이 조금 넘는 60경기에 나섰다.

이런 기록은 34세가 아닌, 체력적으로 더 여유가 넘치는 24세 젊은 선수에게 더 어울린다. 야구 선수, 특히 투수에게 있어서 30대 중반의 나이는 신체적으로 한창 퇴보하는 시기에 가깝다. 쇠락하지 않는 오승환의 모습은 그래서 놀랍다.

놀라운 활약이지만 동시에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당장 지난해 오승환은 시즌 내내 ‘혹사 탓에 성적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달고 살았다. 2014시즌 후반 포스트시즌 일정 등으로 휴식을 적게 취한 여파가 있다는 분석이었다.

그런데 올해 오승환의 출장 일정은 2014시즌보다 훨씬 빽빽하다. 본격적으로 마무리 보직을 맡은 후반기에도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팀 사정상 어쩔 수 없는 기용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과 관계없이, 오승환이 엄청난 작업량을 소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워지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오승환의 짐은 앞으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팀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포기하지 않았다. 거기다 셋업맨 세스 메이너스(28)가 팔꿈치 수술을 받을 예정이고, 다른 셋업맨 케빈 시그리스트(27)도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다. 불펜진의 누수가 심각하니 오승환이 쉴 기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오승환의 출장 페이스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7일까지의 페이스를 유지하면 올 시즌 끝에는 대략 82경기에서 85이닝을 소화하게 된다. 이닝은 오승환이 프로에 데뷔한 2005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기록한 99이닝 이후 최다 기록이다. 경기 숫자는 2014년 한신 시절의 64경기를 넘는 신기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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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신 2년 차 시절의 기록 저하가 정말로 ‘1년 차 혹사’ 때문이라면, 내년 오승환의 성적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나이는 그때보다 2살 더 많다. 환경도 더 가혹해졌다.

거기에 세인트루이스 감독, 마이크 매서니의 용병술도 약간의 우려를 더 한다. 세인트루이스 불펜진은 지난해 최고의 성적을 거뒀지만, 그 이면에는 중심 투수 3인(로젠탈, 마네스, 시그리스트)을 자주 기용하는 매서니 감독의 전략이 있었다. 선수가 잘했기 때문에, 팀의 성적이 좋으므로 꾸준히 기용했다는 이유가 있다. 어찌 됐든 결국 충분한 휴식은 주어지지 않았다.

로젠탈은 거의 3년 연속으로 70경기 출장과 70이닝을 기록했고, 마네스도 2014년 73경기 출장 80⅓이닝 소화에 이어 지난해 76경기에 출장해 63⅓이닝을 던졌다. 시그리스트는 작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81경기에 출장했다. 세 선수는 모두 올해 부상자 명단을 거쳤거나 등재되어 있다.

이런 전례에 비춰 볼 때, 내년도 오승환에게 ‘적절한 휴식’이 주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메이저리그가 162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한국이나 일본에서 뛸 때보다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전후 사정을 떠나서 체력 저하에 대한 걱정을 떠올리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30세를 넘은 투수는 체력과 어깨가 누진세처럼 더 빠르게 소모될 수 있다. 다행히 아직 전망은 먹구름보다는 맑은 편이다. 미리 예방하기 위한 차원의 걱정이라면 전혀 나쁠 것이 없다.


박기태(야구공작소)
야구 콘텐트, 리서치, 담론을 나누러 모인 사람들. 야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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