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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이화여대 사태' 돈줄 쥔 교육부가 갈등 유발

입력 2016-08-09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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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화여대 사태가 이렇게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이유. 그 이면에는 대학의 재정 확충 사업과 구조조정을 둘러싼 학교와 학생들 간의 구조적인 갈등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오늘(9일) 탐사플러스에서 그 갈등의 뿌리를 추적했습니다.

윤샘이나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30일, 이화여대 본관입니다.

유리문이 깨지고 곳곳에서 비명 소리가 이어집니다.

[끌어내. 못 나갑니다.]

학교 측이 '미래 라이프 단과 대학'을 신설하겠다고 밝히자 학생들이 시위에 나선 겁니다.

뉴미디어와 건강 분야 등의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회사원을 입학시킨 뒤 이대 졸업장을 주는 학위과정입니다.

[이화여대 학생 대변인 : 미래 라이프 대학 사업은 승진과 커리어를 위해 4년제 대학의 졸업장을 유도하는 사회의 학벌주의 풍토에 대학이 발 벗고 나서는 격입니다.]

특히 학생들은 이번 사업이 일방적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고 반발합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고졸자들에게 고등 교육 기회를 주는 취지라면서, 교내 의견도 수렴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최경희 총장/이화여대 : 의견 수렴은 사실은 이사회 승인까지 다 났기 때문에 처장회의를 거쳐서, 학장 회의를 거쳐서, 또 평의회를 거쳐서.]

그런데 취재진이 입수한 학교법인 이화학당의 6월 9일자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이상한 부분들이 발견됩니다.

이사회는 이날 미래 라이프 대학 설립을 최종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회의록엔 당시 해당 안건에 대한 내용이 삭제돼 있습니다.

정원 조정과 관련된 내용을 제외한 다른 안건은 제목도 지워져 있습니다.

이사회 회의 내용을 모두 공개하도록 규정한 사립학교법을 어긴 겁니다.

교내 심의 기구인 평의회에서도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옵니다.

이사회 이틀 전에 열린 회의에서 한 평의원은 "공론화해 의견을 수렴할 여유가 없었던 게 유감"이라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다른 평의원은 일과 학업의 병행이 어렵기 때문에 "학점 퍼주기 문제가 재현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대학본부 측은 평의회와 이사회를 거친 바로 다음 날, 교육부에 사업 계획서를 냈습니다.

학생들의 반발에 이어 교수들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학교 측은 지난 3일, 미래라이프대 설립을 전면 백지화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시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이미 예고됐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대에서 학교 본부와 학생 간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건 지난 5월입니다.

교육부의 대표적 재정지원 정책인 '프라임 사업'에 이대가 선정되면서부터입니다.

취업률이 높은 공대 정원을 대폭 늘리고, 인문, 자연, 예능계열 학과를 통폐합하는 사업 내용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이 반발했습니다.

[철회하라, 철회하라, 철회하라.]

중앙대와 경희대 등은 학생 반발에 사업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특히 중앙대 등에선 정부 주도의 학과 통폐합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농성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대는 프라임 사업을 포함해 올해에만 3개의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에 잇따라 선정됐습니다.

이렇게 교육부 사업을 따내려는 과정에서 일방통행식 의사결정이 이뤄졌고 결국 갈등을 촉발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문제는 다른 대학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교육부는 올해에만 2조 9300억원의 예산을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 할당했습니다.

2014년 2조 5600억원, 지난해 2조 6300억원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 몸집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학과 통폐합이나 평생교육 등 정부 정책에 발을 맞추는 대학에 더 많은 지원을 하겠다는 겁니다.

문제는 한정된 돈을 나눠주는 방식입니다.

대학의 지나친 경쟁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거용 교수/상명대·대학교육연구소 : 소모적인 대학 간의 경쟁을 너무 부추기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교육부가 이런저런 정책으로 대학교를 막 변신만 하게 만드는 거죠.]

대학가에서는 교육부가 재정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주요 대학에 신청을 독려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화여대 평의원 : 교육부에서 참 이 짧은 기간 동안 이런 것을 하라고. 신청서를 쓰라고 굉장히 압박하는 부분도 꽤 있고요.]

그러나 교육부는 대학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사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입니다.

[교육부 관계자 : (신청서 작성은) 관심을 표명했던 대학들도 있어서 그런 대학들한테 과연 참여할 것인지 확인하는 그런 측면이었고요.]

제2의 이대 사태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재정 지원 사업에서 대학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성수 정책 위원/사교육걱정없는세상 : 교육부에 모든 것을 다 통제하에 있다는 건데 그런 것들을 대학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거기에 교육부는 지원하는 형식이 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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