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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잊으셨나요?…'유명무실' 옥외가격표시제

입력 2016-07-26 21:20 수정 2016-07-2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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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들어가고는 싶은데 너무 비싸면 어쩌나 망설이게 될 때, 가게 문 앞에 가격이 표시돼 있으면 참 반갑지요. 이런 '옥외가격표시제'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어떤가요. 정말 반가울만큼 도움이 되던가요. 여전히 지켜지지 않거나 애매하고 교묘하게 적어 놔서 있으나마나한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 확대시행까지 한다는데요.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명동의 한 식당 입구입니다.

입구 한켠에 판매 음식 가격이 자세히 붙어있는데요.

이렇게 바깥에 음식 가격을 붙여 놓은 이유, 바로 옥외가격표시제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업소 간 경쟁을 통해서 생활 물가를 낮춰 보겠다는 목적으로 2013년 도입한 제도입니다.

150㎡ 이상의 식당과 카페는 5가지 이상의 품목 가격을 외부에 표기해놔야 합니다.

하지만 서울의 한 칼국수집에 가보니 메뉴는 잔뜩 써놨지만 어디에도 가격은 없습니다.

[식당 직원 : (옥외가격 표시를) 해야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무튼 준비를 못 했어요, 저희가 아직.]

또 다른 대형 식당 역시 가격 표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식당 직원 : 가격 종류가 한두 가지도 아니고. 비현실적이에요. 어차피 메뉴판 보고 비싸면 안 먹으면 되잖아요.]

시민들의 생각은 그러나 다릅니다.

[김예지/경기 안양시 : 막상 유명한데 가면 되게 거품 가격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많았던 것 같아요. 들어가는 고객 입장에서는 (가격을 미리) 제시를 해줬으면 좋죠.]

외국인 관광객들 역시 음식 가격으로 인한 불만이 큽니다.

[조/미국인 관광객 : 바깥에는 싼 가격을 써 놓고 안으로 들어가면 비싸게 받아요. 맥주 두 잔을 시켰는데 나중에 주인이 6배에 가까운 70달러(약 8만원)를 내라고 했어요.]

꼼수도 비일비재합니다.

서울 도심의 한 커피전문점 앞입니다.

혹시 지금 제 옆으로 판매 음료의 가격이 보이십니까.

보시는 것처럼 아주 작은 글씨로 써있어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른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상당수가 마찬가지입니다.

눈에 띄지 않는 크기와 색깔로 가격을 표시하거나 아예 보기 힘든 높이에 가격을 붙여놓기도 합니다.

음식점과 함께 가격표시제가 도입된 미용실들의 상황이 어떨까.

여러 곳을 돌아다녀봤지만 가격을 제대로 표기한 곳은 드뭅니다.

[채이정/서울 방학동 : 싸게 가격을 적어 놓고 이제 들어가서 보면 '머리 기장이 손님은 기니까 얼마 더 붙는다' 이런 식으로 해서 가격이 배가 되죠.]

업주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미용업계 관계자 : 모발이 단순한 게 아니기 때문에 모발 상태에 따라서 쓰는 재료가 굉장히 많다고 해야 되나, 추가 요금을 받을 수도 있거든요.]

옥외표시제를 상습적으로 어기면 영업정지를 내려야 하지만, 단속을 해야 할 지자체는 일손 부족을 탓합니다.

[서울 OO구청 관계자 : 지금 현재는 너무 (다른) 민원이 빗발치다 보니까 영업장 외 영업 (단속)만 해도 지금 인력 가지고 어렵죠.]

실제로 단속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음식점과 미용실 상황이 이런데도 최근에는 옥외가격표시제 적용 대상이 학원과 교습소까지 확대됐습니다.

입시학원이 많이 몰려 있는 서울 대치동 학원가입니다.

실제로 교습비를 바깥에 잘 표시해놨는지 직접 한번 둘러보겠습니다.

교습비를 붙여놔야 할 자리에 수강생들의 대학 합격 자랑만 가득합니다.

이런 식으로 가격 표시제를 지키지 않는 학원이 태반입니다.

[입시 학원 관계자 : (교육청에서) 저희에게 와가지고 확인하거나 이런 적은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실제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있으나마나입니다.

있으나마나한 제도를 확대 시행하겠다는 건 더군다나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옥외 가격표시제도, 음식점과 미용실 적용부터 제대로 해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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