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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소외된 그곳 '임대 아파트'…"애들과 섞일라" 위장전입까지

입력 2016-07-26 21:31 수정 2016-07-2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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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동네에 있는 두 공립 초등학교, 학생수는 몇 배나 차이나는 이유가 뭘까요? 영구 임대아파트에 사는 학생들이 다닌다는 이유 만으로 이사를 가거나, 위장전입까지 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습니다. 오늘(26일) 탐사플러스에서는 한국 사회의 섬으로 불리는 영구임대아파트, 그리고 그 주변 학교 실태를 통해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 민낯을 들여다봤습니다.

이호진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A공립초등학교입니다.

1962년 설립된 이 학교는 오는 9월이면 개교 54주년을 맞습니다.

한 때 1000명을 훌쩍 넘었던 이 학교 학생수는 현재 550여명으로 한 학년에 4~5개 학급에 불과합니다.

반면 이 학교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B공립초등학교.

현재 학생수가 1300명이 넘습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 : ○○초등학교는 다세대주택이 주로 통학구역으로 갖고 있거든요. □□같은 경우 대단지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지 않습니까. 그런 차이가 있다고.]

그런데 최근 학생수 감소폭을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기에 문제가 심각합니다.

지난 6년 동안 전국 6세에서 11세 사이 초등학생 학령인구 감소율은 13%입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A학교 학생수의 감소율은 40%로 학령인구 감소율의 3배에 달합니다.

반면 B학교 감소율은 11%에 불과합니다.

5년 전 500명 가량이었던 두 학교의 학생수 차이는 이제 700명으로 벌어졌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이 지역에 신규 아파트 설립 등 대규모 인구 유입 요소도 없었습니다.

[부동산 관계자 : (아파트가) 새로 생겨서는 아니야, 아니고. 초등학교에서 어떻게 답변했을지 모르겠지만 있는 그대로 본다면 선호도가 00이 높으니까 학군을 자꾸 저쪽으로 옮기려고 하는 거고.]

학생수가 줄어든 A학교 통학구역에는 1000세대 가량 규모의 영구임대아파트가 속해 있습니다.

[학부모 : 원래 점점점점 더 벌어지는 거 같아요. (보통 부모들이) 좀 더 괜찮은 조건에 보내고 싶으니까.]

실제 임대아파트 통학구역에 포함된 A학교의 경우 지난 6년 간 전학 가는 학생이 전학오는 학생보다 1.8배 많습니다.

반면 B학교는 전학오는 학생이 전학가는 학생의 1.7배입니다.

단순히 이사를 가는 것만이 아닙니다.

임대아파트와 함께 통학구역이 된 분양아파트에선 위장전입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학부모 : 다 거의 주소 이전해서 ○○초 다녀요. □□초인 경우 거의 없어요. 입학할 때쯤 (주소) 옮겼다가 다시 또 가지고 오나봐요.]

문제는 이 지역만이 아닙니다.

1000세대가 넘는 영구임대아파트가 통학구역에 속한 인천의 한 초등학교.

전체 학생수가 300여 명으로 5년 전보다 절반 넘게 줄었습니다.

학령인구 감소 속도보다 4배가 빨랐습니다.

반면 수백 미터 떨어진 또 다른 초등학교의 학생수는 800여 명입니다.

한 학교는 과밀화, 다른 학교는 과소화되다보니 학급수가 학년당 3배 가량 차이납니다.

[학부모 : ○○아파트 같은 경우에는 평수가 커서 조금 이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살잖아요. 그래서 이리로 안 보내고 □□으로 보내고 싶은 거죠.]

취재진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대규모 영구임대 아파트가 있는 인근 초등학교 5곳을 찾아가보니 모두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임대아파트가 통학구역에 속한 학교들은 평균 학생수가 400여 명인데 비해 인근 다른 학교의 평균 학생수는 천백여 명에 달했습니다.

지난 5년간 감소율 차이도 두드러집니다.

[학부모 : 저쪽에서는 뭐 암암리에 아는데도 뭐 그러는 거 같아요. 그중 (위장 전입) 있을 거 분명 알고 있는데, 쫓아내기 쉽지 않으니까.]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

임대아파트 통학구역이었던 이 학교는 학생수가 계속 줄어들면서 분교로 전환된 뒤 결국 지난해 폐교됐습니다.

그러자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옮겨간 인근 초등학교에선 학부모간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임대아파트 부모와 분양아파트 부모 사이 분리된 온라인 모임이 생겼을 정도입니다.

[임대아파트 학부모 : (부모들이) 만나면 하는 말이 다 첫 번째로 이거야. '어디 단지 몇 단지 사세요' 야. 저희도 그래서 ○단지에, 그쪽으로 주소 옮겨놔요. 저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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