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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패치, 오메가패치…일반인 신상털기 'OO패치' 속출 왜?

입력 2016-07-12 15:40

강남패치 vs 한남패치, 남녀 간 충돌로 시작

이후 오메가패치, 일베충패치…"패치가 패치를 낳아"

"현 대한민국 사회 여러 현상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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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패치 vs 한남패치, 남녀 간 충돌로 시작

이후 오메가패치, 일베충패치…"패치가 패치를 낳아"

"현 대한민국 사회 여러 현상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어"

강남패치, 오메가패치…일반인 신상털기 'OO패치' 속출 왜?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이유로 타인, 그것도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이 'OO패치'라는 이름으로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패치 바람'에는 우리 사회의 여러 병리적 현상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네티즌의 철 없는 신상털기 장난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OO패치'의 시작은 가수 겸 배우 박유천(30)씨 사건과 연관이 있다.

지난 달 10일 박씨의 유흥업소 여성 성폭행 혐의가 불거진 직후 '강남패치'라는 이름의 SNS 계정이 출현했다.

강남패치는 불특정 다수의 '제보'를 받아 유흥업소 종사자라는 여성들의 얼굴과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이 계정은 10여일 만에 팔로워가 10만명이 넘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자 불과 며칠 뒤 유사계정이 나왔다. 이번에는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 타깃이었다. 유흥업소를 드나들며 문란한 행위를 하는 남성을 폭로 대상으로 삼은 '한남패치'가 같은 SNS에 나타났다.

박씨 사건을 계기로 유흥업소를 소재 삼아 남성과 여성이 충돌하는 듯한 형국이 돼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 주임교수(휴 아동심리상담센터 센터장)는 "강남패치와 한남패치는 박유천씨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며 "박씨를 처음 고소한 여성이 '나를 쉽게 보는 것 같아 기분 나빴다'고 말한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는 그 속내를 드러내지 못할 뿐 여전히 여성은 을(乙)이라고 여기는 남성이 많다"면서 "유흥업소 여성 종사자의 당당한 모습에 대한 반감과, 그렇다고 박유천을 마냥 두둔할 수도 없는 상황 사이에서 느낀 일부 남성들의 혼란이 강남패치 출현의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이 박씨를 고소해 사회 이슈로 부각되면서 일부 뒤틀린 남성이 이 여성과 같은 직종 종사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행위로 나아갔다는 것이다.

'OO패치'는 SNS를 통해 다수의 사진까지 전파하는 등 신상공개 정도가 이전보다 훨씬 과감하게 이뤄졌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연예 매체 '디스패치'를 따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지금이 SNS 시대라는 점이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SNS는 여러 사람과 쉽고 신속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고 약간의 편집만으로 그럴 듯한 플랫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OO패치'라는 이름은 유명 연예인 커플의 데이트 현장을 몰래 촬영해 보도하는 형식으로 주목받는 매체인 '디스패치'를 따라한 것으로 보인다. 폭로 대상이 유명인이 아니라 일반인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교수는 '한남패치'가 등장한 배경에 대해서는 "강남패치가 나오자마자 '맞불 콘텐츠'를 바로 만들어내는 건 과거 같았으면 나오지 않았을 장면"이라며 "남성에게 차별을 당하면 '차별하지 말라', 공격을 당하면 '우리도 공격하겠다'고 당당히 나서는 현 시대 여성 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런데 강남패치, 한남패치 이후에도 'OO패치' 현상은 계속됐다.

극우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 이용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일베충패치', 지하철 임산부 전용석에 앉은 남성의 사진을 몰래 찍어 올린 '오메가패치' 등 박유천 사건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계정까지 등장한 것이다.

이 교수는 이를 맹목적인 모방(레밍 효과·Lemming effect)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온라인 상에서 맹목적인 모방 행위를 목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가 댓글이다. 어떤 기사에서 첫 댓글이 비난이면 자신의 주관과는 상관없이 비난 댓글을 다는 경우가 많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현상이 이번 'OO패치'에서도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의 계기는 유명인에서 비롯된 특정 사건이었지만 그 이후엔 그저 모방 행위가 확산되며 패치가 패치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결국 최근 패치 바람에는 남녀와 갑을 간 대립, 군중심리, 관음증, SNS 의존 등 현재 우리 사회 온·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이 한꺼번에 들어가 있는 셈"이라고 정리했다.

한편 강남패치, 한남패치, 오메가패치는 각각 지난달 24일과 27일, 지난 6일에 고소가 접수돼 경찰이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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