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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연봉액 제한 '살찐 고양이법', 현실 가능성은?

입력 2016-06-2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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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예, 굉장히 뚱뚱한 고양이들이 제 옆에 나오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귀여운 모습이긴 한데, 하지만 서양에서는 이 '살찐 고양이'가 '탐욕스러운, 배부른 기업가'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어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발의한 이른바 '살찐 고양이법', 기업 임원의 최고임금 상한선을 정하자, 이런 법안에 대한 반응이 매우 뜨겁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반론도 물론 만만치 않습니다. 실제 가능한지, 오늘(29일)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요즘 정부여당에서 노동개혁 강조하면서 고통을 분담하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까 그에 맞춰 심상정 대표가 이 법안을 내놓은 모양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심상정 대표가 법안을 발의하면서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있는데요.

"도대체 양심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 유럽에 '살찐 고양이법'이라고 있는데, 살찐 고양이들의 살을 들어내는 게 고통분담이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면서 기업 내에서 보수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최저임금액의 30배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한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앵커]

심 대표가 유럽에 저런 법이 있다고 했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실제 '살찐 고양이법'이 있는 곳은 스위스입니다.

2000년대 초에 금융회사인 크레디트 스위스의 임원 셋이 경영실수로 330만 프랑,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40억 원 손실을 냈는데요.

해고되면서 오히려 퇴직금으로 1760만 프랑(210억원)을 받아갔습니다.

스위스 항공이나 노바티스 등에서도 너무 높은 CEO의 급여가 논란이 됐었는데요.

그러자 한 상원 의원이 'CEO 보수에 제한을 두자'며 10만 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투표가 진행이 됐고요, 67.9%라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찬성률로 통과돼 2013년 '살찐 고양이법'이 만들어진 겁니다.

그동안은 CEO 본인이 포함된 이사회에서 경영진의 보수를 결정을 했는데 이제는 주주총회에서 직접 정하도록 한 거고요, 지나친 퇴직 보너스도 금지했습니다.

[앵커]

같은 '살찐 고양이법'인데 심 대표가 낸 법안과는 내용이 좀 다르군요? 여긴 주주총회에서 정하는 것으로 된 것이고, 심 대표는 아예 상한선을 둬 버린 거고요?

[기자]

맞습니다. 이후에 스위스에서도 심 대표 법안과 비슷하게 CEO의 급여가 기업 내에서 연봉이 제일 적은 사람의 12를 넘지 못하는 법을 만들자, 국민투표가 추가로 진행이 됐는데요, 이때는 찬성이 35%에 그쳐 부결됐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CEO 보수를 지나치게 규제할 경우 이 사람들이 스위스를 떠나버릴 수 있고, 그러면 고액 연봉자 세금을 못 받아 세수에도 지장이 생기고, 스위스 기업이 흔들려 나라 경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데요.

이런 목소리가 더 힘을 받으면서 그 법안은 부결이 됐던 겁니다.

[앵커]

고액 임원 연봉을 주주들이 관리하게는 했지만, 상한선을 법으로 정하는 수준까지는 가지 않았다, 이런 얘기인데 그렇다면 심 대표가 낸 법안의 경우는 아까 30배라고 하지 않았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실행가능성이 얼마나 되나 따져보면요.

현재 최저임금이 시급기준으로 6030원이니까 이 법이 통과될 경우, 기업 CEO가 받을 수 있는 최고연봉은 4억5천만원 정도가 됩니다.

현재 30대 기업의 등기임원의 평균 최고연봉이 30억원 정도니까요, 지금과 상당한 변화가 생기는 거겠죠.

그래서 현실적으로 이런 지적도 나오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김낙년 교수/동국대 경제학과 : 취지는 알겠는데, 고려해야 될 문제가 상당히 많을 것 같은데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가 시장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니까 유능한 인재를 쓰기 위해서 급여를 많이 주려고 하는 것은 기업이나 시장의 판단이잖아요? 최고임금을 규제하겠다, 제도로 규제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건 그렇게 익숙한 얘기는 아니에요.]

[앵커]

물론 반론도 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김낙년 교수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법제정까지 쉽지는 않을 거란 이야기였는데, 하지만 지금 하위 10% 대 상위 10%의 소득격차가 우리나라의 경우 11배,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나쁜 수준입니다.

그래서 "한국처럼 최저임금이 너무 낮아 소득격차가 크고, 임금구조가 불균형한 상황에선 '살찐 고양이법'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라는 이필상 교수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앵커]

얼핏 든 생각이긴 한데, 실제로 몇 배라고 상한선을 둬 버리면 최고 경영자가 자기가 봉급을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해서 최저임금도 올려야 된다는 그런 얘기가 돼버리는 군요.

[기자]

그런 것들을 염두해 둔 법안입니다.

[앵커]

그걸 염두해 둔 법안이라는 거죠? 말 성과를 낸 사람에게 합당한 보수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동안 썩 그렇지 못하면서 많이 챙겨간 경우가 워낙 많아서 이런 법안이 나오고, 또 환영을 받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

최근 문제가 된 한진해운의 최은영 회장의 경우에는요, 회사가 1조 넘는 적자를 내는 동안 보수와 퇴직금으로 97억원을 챙겨서 논란이 됐었고요.

또 그동안 감옥에 가 있거나 구속 후 병원에 있던 기업 회장들도 그 사이에 수백억 연봉을 받아서 논란이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여당에선 노조 정규직이 고통분담을 하지 않는다면서 비난의 화살을 돌렸고요.

또 경영계에선 지금도 충분한데 왜 올리냐면서 최근의 최저임금을 6030원으로 동결하겠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지금 인터넷에선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심 대표의 법안을 두고 "신의 한수다" "이게 진정한 노동개혁이다"라며 지지하는 반응이 뜨거운데요.

법안 통과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경영계가 함께 고통 분담하는 모습이 없다면 제2의, 제3의 살찐 고양이법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팩트체크.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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