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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관장님, 정말 '윈윈'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입력 2016-06-21 18:46 수정 2016-06-2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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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관장님, 정말 '윈윈'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박물관장이랑 통화가 닿았는데 '아이가 눈을 감고 휠체어에 누워 있어서 관람을 하러 온건지도 잘 모르겠다'면서 '갈아타달라고 하는게 뭐가 문제냐'며 전혀 문제의식을 못느끼고 있더라고요." (제보자, 장애인인권단체 관계자)

쉽게 믿기 어려웠습니다.

개인 박물관도 아닌 공공 박물관의 책임자란 사람이 한 발언이라니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지난 12일 일요일, 최모씨는 남편, 두 자녀와 함께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 갔습니다. 국비와 시비 70억원을 포함해 총 사업비 110억원이 투입돼 2014년 문을 열었고, 은평구청이 운영하는 공공 박물관으로 곡선형 외관이 멋진 곳입니다.

이 날 6살짜리 막내 문모군은 뇌병변장애 1급으로 몸을 혼자서 가누기 어려워 외출 때마다 늘 타고 다니던 특수 유모차를 탄 상태였습니다. 목 받침, 어깨 받침, 발 받침대가 있어 가만히 있으면 몸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축 처지는 문군의 몸을 지탱해주는 유모차인데, 크기는 흔히 업계에서 통용되는 '디럭스-절충형-휴대용' 3단계 구분 중 '절충형 유모차' 정도입니다. 국가에서 대여 비용을 일부 지원해주는 장애인보조기구입니다.

전시장 입구에서 최씨는 예상치 못한 승강이를 벌이게 됩니다. 박물관 안내 직원이 '규정상 문군이 탄 유모차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며, 박물관에서 준비한 유모차로 갈아타줄 것을 요구한 겁니다. 그러나 박물관에서 준비한 유모차는 '휴대용 유모차'라 문군이 타긴 어려웠습니다.

[취재수첩] 관장님, 정말 '윈윈'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최씨에 따르면, 입장을 막은 안내직원들 조차 거듭 "죄송하다"며 사과했다고 합니다. '우리도 자녀가 있고 어머니한테 상처를 드리는 것을 알고 있지만, 관장이 엄격하게 규정을 지키라고 해 어쩔 수 없다"며 최씨를 달랬다는 겁니다. 최씨는 직원에게 박물관장을 연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더욱 난처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 관장을 만나면 더 상처받으실 수도 있다"며 만류했다고 합니다.

결국 최씨는 막내 아들을 아빠와 함께 전시관 밖에 남겨둔 채, 첫째 아이와 다른 일행들과 함께 전시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황평우 은평역사한옥박물관장에게 당시 상황을 전화로 물었습니다.

박물관이 준비한 유모차로 갈아타야하는 규정에 대해선 "다른 사회적 약자들이나 노약자들이 유모차에 뒤꿈치를 치이고 관람에 방해가 된다고 민원이 들어왔다"며 "민원이 들어와서 슬림형 유모차 7대, 휠체어 3대를 준비해놨는데, 오로지 내 것만 갖고 들어가겠다고 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되느냐"고 설명했습니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장애아동까지 과연 갈아타야하는가, 장애 아동이 제1 보호자인 엄마와 떨어져 있어야 할 만큼 민원이 우선인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박물관장의 답변은 제보자가 처음 전해준 충격적인 발언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JTBC 기사 내용에 왜곡이 있다는 황평우 관장의 일방적인 주장이 있어 좀 더 구체적으로 대화 내용을 소개합니다.

[취재수첩] 관장님, 정말 '윈윈'이라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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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그 아동 같은 경우는 뇌병변 1급이라 목과 다리를 지지해주지 않으면 안되는데 그래서…

관장 : 자 그러면 하나만 물어볼게요. 뇌병변 1급이라고 얘기하셨잖아요. 그러면 그 장애어린이가 유물을 보나요? 이거는 제가 여담으로 하나할게요. 그 지금 장애인을 자꾸 핑계대는데, 좋습니다. 그 장애 어린이가 박물관의 유물을 봅니까? 지금 죄송한데, 그 어머니만 위해서 지금 그 장애인 어린이를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잘 보세요. 그 어린이가 유물을 보고 한다면 저희들이 하는데, 그 어린이는 유물을 못봐요. 그러고 실제로 아버지가 그 어린이를 붙잡고 있었고, 엄마하고 언니만 들어갔어요. 그러면 자꾸 장애인 핑계대지 말란 얘기에요 나는 우리가 일반인들한테 얼마든지 사회적 약자한테 최선을 다해서 안내를 해드리곤 하는데, 이러면 곤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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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왜곡이 있다는건지 의문입니다. 그럼 황 관장이 하려던 말은 어떤것이었을까요. 좀 더 소개하겠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보조기구 이용을 제지당해선 안되고, 보호자와 떨어지지 않을 권리 등이 명시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 법조문 보기 : http://goo.gl/5QA3i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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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보호자의 요구에 따라서 해주셔야 하는게 법적으로도 맞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장 : 아니 왜 그게 법적으로 어떤 규정에 맞는 건지 좀 알려주시겠습니까?
기자 : 장애인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관장 : 장애인 차별 금지에 따라서 부모들이, 부모들이 요구하면 무조건 해야되는게 그런 조항이 있나요? (중략) 다른 민원인들에 방해 안되게, 서로 윈윈하는 차원에서 우리가 준비한 유모차, 실내용 유모차를 타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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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은 '윈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문 군이 특수 유모차에서 내려 간이 유모차에 타서 얻는 이득(win)은 무엇일까요.

지난 20일, 은평구청은 황평우 관장을 직위해제했습니다. 같은 날 황 관장은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수리되지 않았습니다.

사표수리를 안한 이유는 황 관장에 대해 또다른 건으로 서울시의 중징계 처분 요청이 왔기때문이라는게 은평구청의 설명입니다.

사표는 황 관장에 대한 감사가 종결되면 수리될거라고도 했습니다.

보도가 나간 후 은평역사한옥박물관 홈페이지에는 여러건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 해당 게시판 보기 : http://museum.ep.go.kr/board/participate/qna.asp)

이 중 '장애아를 둔 아빠입니다'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의 글로 취재수첩을 마치고자 합니다.

"지각능력이나,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는 단정 아래 전시유물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데, 이해를 할수없다면 어떻습니까 엄마와 함께 외출한 좋은 추억과 세상과 교감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시간들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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