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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단톡방 '우리끼리 음담패설' 괜찮은 건가?

입력 2016-06-15 22:21 수정 2016-06-1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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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보시는 게 며칠 전 고려대에 붙은 대자보 내용입니다. '동기, 선배, 새내기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카카오톡방 언어 성폭력 사건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인데, 단체 카톡방에 있던 남학생들이 여학생에 대해 나눈 대화 내용을 보면… 저희가 옮겨드리지 못할 정도로 저속합니다. "이런 대화 나눈 남학생들을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한편, "당사자가 없는 공간에서 사적으로 주고받은 이야기인데 처벌은 과하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이른바 단톡방에서의 성적 비하와 험담을 어떻게 볼 수 있는가, 징계라던가 아니면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를 오늘 팩트체크에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최근 이런 사건은 특히 대학 캠퍼스에서 많이 일어났다고 봐야 되죠?

[기자]

그렇습니다.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 흔히 '단톡방'이라고 얘기하는데요.

이번 고려대 사건의 경우 남학생 9명이 만든 단톡방에서 여자 동기, 선후배에 대한 성적인 조롱, 외모 비하를 1년 동안 쏟아냈는데, 그중 1명이 참다못해 이를 캡처해 고발한 겁니다.

지난해에는 국민대 남학생 32명이 들어 있는 축구 소모임 단톡방에서 여학생들의 사진과 실명을 거론하며 아주 낯뜨거운 대화를 나눈 게 유출돼 논란이 됐고, 서울의 또 다른 대학에서도 이런 식으로 물의를 빚어 한 남학생이 무기정학을 받았는데, 그게 부당하다며 학교를 상대로 무효소송을 냈다가 최근 패소했습니다.

그러니까 이에 대해 법원에선 이런 단톡방에서의 성적인 험담이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 그러니 학교에서도 징계 받을만 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법원에선 법적으로 잘못이다, 이런 판단이 나온 거니까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혹시 나도 단톡방에서 시시콜콜 다른 사람 험담했던 게 모두 처벌 대상인 건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군요?

[기자]

그 부분에 대해서 조건이 있습니다. 형법상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성립되려면 법전에 나와 있는 공통된 단어가 '공연히'입니다.

'공공연하게 했다'는 것의 '공연성'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이 진짜 나쁜 놈이다"라고 혼잣말하면 죄가 안 되지만, 여러 사람 앞에서 소리 질러 말한다면 공연성이 충족되는 거죠.

단톡방의 경우, 그 방 안에 여러 명이 있는데 이들 중 침묵하거나 내 말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그래서 외부로 발설될 가능성이 있다면, 나눈 대화 내용이 충분히 전파될 수 있다, '공연성'이 있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이런 조건을 충족한 단톡방이라면 그 안에서 제3자의 사회적 평가를 깎아 먹을 만큼의 험담이 나올 경우, 명예훼손이나 모욕이 될 수 있는 거죠.

[앵커]

저런 조건이라면 지금 개설돼 있는 거의 모든 카톡방이 해당되지 않습니까? 해당되지 않는 단톡방도 있습니까?

[기자]

있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어머니와 저희 아내, 그리고 제3자인 A씨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요.

A씨가 "김필규가 사실은 이러저러한 나쁜 놈"이라며 심한 흉을 봅니다. 이 경우 제 아내와 어머니가 그 이야기를 퍼뜨릴 리가 없기 때문에 '전파 가능성이 없다' '공연성이 없다'고 보는 겁니다.

[앵커]

확신할 수 있습니까?

[기자]

그럴 것 같습니다. 실제로 판례로 나왔던 것을 예로 이야기한 것인데요.

이런 사례를 제외하고는 회사 동료들끼리, 학교 선후배끼리, 학부모들끼리 만든 단톡방 대부분은 공연성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앵커]

그러면 여럿이 아니라… 여러 가지 경우 수를 얘기하고 있는데, 단 둘이 있는 카톡방에서 제3자 흉을 보는 것. 이건 그냥 두 사람의 얘기잖아요. 뒤에 이성대 기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마는 저와 방송을 같이하는 김필규 기자나 이성대 기자가 둘이서 제 흉을 봤다거나, 그럴리가 당연히 있어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는 어떻게 됩니까?

[기자]

절대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그런 경우에도 저나 이 기자가 대화 내용을 캡처해 뿌릴 수 있기 때문에 공연성이 있다고 보고, 그래서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도 성립될 수 있습니다.

원래 카톡이 아니라 둘이 직접 만나 주고받은 험담 내용도 퍼져서 당사자 귀에 들어가면 모욕죄가 될 수 있는데, 이 경우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하면 그만이라 잘 문제가 되지 않을 뿐입니다.

하지만 카톡은 증거가 남기 때문에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는 거죠.

한 가지 재미있는 건 공연성을 판단할 때 직업도 고려하는데, 기자들이 들어가 있는 카톡방은 특히 공연성이 높다고 본다고 합니다.

[앵커]

그건 공감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대학생들의 카톡 내용들을 보면 당사자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던 것 같긴 합니다. 과연 그런 이야기를 남이 듣고 있거나, 또 기록이 되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도 버젓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심한 내용이 들어있는데…

[기자]

그렇습니다. 저희도 취재 과정에서 인터넷이나 SNS에 있는 반응을 보면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상당히 부족하구나, 그런 경우가 있구나라고 생각을 했는데요.

최근 베스트셀러인 '맨스플레인'의 저자, 레베카 솔닛은 "여성 혐오 언어의 사용,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는 시선, 성폭력을 미화하는 태도들이 실제 성폭력을 용인하는 환경을 만들고 지속시킨다"고 분석합니다.

내가 지금 카톡창에 남긴 저속한 험담들, 그게 결국 자기 얼굴이고 실제 자신의 행동이 될 수 있다는 점, 기억해야겠습니다.

[앵커]

아무튼 오늘은 뭐랄까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알고 있는 '찌질한 남자들의 얘기'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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